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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영국 여왕 즉위 70주년 축하"… 영어로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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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6-03 07:27:33 수정 : 2022-06-03 07:27:33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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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자부심 접고 英·佛 오랜 우정 강조
"여왕은 우리 두 나라 묶는 ‘금실’ 같은 존재"
승마 즐기는 여왕 위해 명마 한 필 골라 선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2일(현지시간) 즉위 70주년 기념행사 준비위원회 관계자의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에 참석한 모습. 윈저=AFP연합뉴스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영국·미국·호주 3국만의 ‘오커스’(AUKUS) 동맹 결성 이후 걸핏하면 영국과 티격태격 다퉈 온 프랑스가 모처럼 양국의 오랜 우정을 강조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70주년 기념행사(플래티넘 주빌리)가 계기가 됐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여왕을 축하하는 연설을 영어로 한 데 이어 과거 제1·2차 세계대전 등에서 프랑스군과 함께 싸우다 전사한 영국군 장병들의 넋도 기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분 넘는 분량의 제법 긴 동영상을 올렸다. 플래티넘 주빌리를 맞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그리고 영국 국민들에게 축하의 뜻을 전하는 내용인데 연설 거의 대부분을 영어로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유창한 영어 실력을 자랑하는 건 널리 알려진 일이나, 자국 언어에 대한 자부심이 유달리 강한 프랑스 국가원수로선 매우 이례적인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2세를 ‘부인’(Madame)이라고 부르며 시작한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은 먼저 유럽에 닥친 새로운 시련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유서깊은 강대국인 영국·프랑스 두 나라의 공동 대응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70년간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극히 적었습니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유럽 대륙은 다시 전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영국·프랑스 동맹과 양국 간 우정에 대한 영국의 헌신은 늘 한결같았습니다. 여왕 폐하는 우리 두 나라를 묶는 금실(golden thread)이자 두 민족 간 변함없는 우정의 징표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SNS 동영상을 통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축하하며 양국의 우정을 강조하는 모습. SNS 캡처

그러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영국·프랑스 동맹을 상징하는 인물로 샤를 드골(1890∼1970) 전 프랑스 대통령을 꼽았다. 2차대전 초반인 1940년 프랑스가 나치 독일에 항복하자 당시 육군 장성이던 드골은 영국으로 사실상 망명해 ‘자유프랑스’ 운동을 지도했다. 영국은 힘이 닿는 범위 안에서 드골이 이끄는 프랑스 레지스탕스를 적극 지원했으며, 1944년 8월 파리가 나치로부터 해방될 때 자유프랑스 군대가 연합군 중 가장 먼저 파리에 입성하도록 배려했다. 드골은 대통령 시절 영국을 국빈방문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만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드골의 전임자인 르네 코티(1862∼1962) 전 대통령도 언급했다. 1952년 영국 국왕으로 즉위한 엘리자베스 2세는 코티가 대통령으로 있던 시기 처음 프랑스를 국빈방문했다. 당시 여왕이 건배사에서 “양국 간 신뢰와 이해는 영원히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 점을 상기시킨 마크롱 대통령은 “여왕 폐하는 두 나라 동맹에 대한 평생의 헌신을 통해 그때 그 말씀을 완벽히 실천하고 계신다”고 높이 평가했다.

 

연설에 이어 마크롱 대통령은 메나 롤링 주(駐)프랑스 영국 대사와 함께 개선문 부근 무명용사 추모비에 헌화했다. 이는 1·2차대전 때 프랑스 땅에서 싸우다 전사한 영국군 장병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영국 국가가 연주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승마를 즐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위해 프랑스 공화국수비대 소속 명마(名馬) 한 필을 특별히 골라 윈저성에 선물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2번째)이 2일(현지시간) 프랑스 주재 영국 대사 메나 롤링 대사(왼쪽 2번째)와 함께 파리 개선문 부근 무명용사 추모비에 헌화하고 있다. 파리=AP연합뉴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 영국과 프랑스는 무척 껄끄러운 관계였다. 브렉시트 후 두 나라는 영불해협의 어업권을 두고 다퉜으며,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오는 난민들의 수용 문제를 놓고서도 충돌했다. 여기에 지난해 영국이 프랑스를 배제한 채 미국·호주하고만 오커스 동맹을 체결하자 영국에 대한 프랑스의 불만은 폭발했다. 오커스 출범으로 영·미 양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키로 함에 따라 앞서 프랑스가 호주에 여러 대의 재래식 잠수함을 수출하기로 했던 계약이 파기된 탓이다. 그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은 프랑스는 영국 등을 겨냥해 “동맹의 뒤통수를 때렸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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