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후반부에 경제부총리 등 요직 중용될 듯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급)에 자신의 ‘경제교사’로 알려진 김소영(55)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임명한 것은 당장 지금보다는 ‘미래’를 내다본 인선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역대 금융위 부위원장들 면면을 살펴보면 그 자리를 발판 삼아 더 중요한 직책에 올라 한국 경제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거나 현재 행사하고 있는 이가 대부분이다.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당선인이던 시절 인수위원으로서 현 정부 경제정책 설계도를 그린 김 신임 부위원장이 정권 후반부에는 직접 경제 운영을 책임지는 요직으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을 제기한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대선 기간 선거캠프의 경제정책본부장을 맡아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등 금융지원 확대 같은 경제 분야 공약을 총괄했다. 경제학계에서 그는 통화정책을 비롯한 거시경제·국제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학자로서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이론에 비판적 의견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의 경제교사로까지 불린 그가 인수위 출범과 동시에 경제분과 위원으로 참여하자 “새 정부에서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 물망에까지 오른 그를 차관급인 금융위 부위원장에 앉힌 것을 두고 다소 의외라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금융위 역대 부위원장들 면면을 보면 윤 대통령의 ‘복심’을 깨닫게 된다. 장차 더 큰 자리에 기용하기 위한 ‘워밍업’ 차원의 인사라는 얘기다.
2008년 이명박(MB)정부 출범과 동시에 설립된 금융위의 초대 부위원장은 다름아닌 이창용 현 한국은행 총재다. 이 총재는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임명됐으나 당선인 신분이던 윤 대통령 역시 그의 뛰어난 재능을 알고선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MB정부 금융위의 마지막 부위원장은 바로 추경호(4대) 현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다. 한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나란히 금융위 부위원장 출신인 셈이다. 김 부위원장이 윤석열정부 후반부에 어떤 자리로 옮겨갈지 대충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다른 부위원장들도 만만치 않은 이력을 자랑한다. 권혁세(2대) 전 부위원장은 금융위를 떠난 뒤 금융감독원장을 맡았고, 정은보(6대) 전 부위원장의 경우 비록 윤석열정부 출범 후 사의를 밝혔으나 현직 금감원장이다. 새 금감원장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김용범(7대) 전 부위원장도 금융위 다음 보직으로 기재부 1차관을 지낸 쟁쟁한 실력파다.
신제윤(3대) 전 부위원장 역시 기재부 1차관을 거쳐 금융위원장을 지냈고 탁월한 국제적 식견을 인정받아 외교부 국제금융협력대사로도 일했다. 정찬우(5대) 전 부위원장은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역임했고, 손병두(8대) 전 부위원장은 현재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손 이사장은 새 금융위원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린다.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꼽히는 김 부위원장의 부임에 금융위는 반색을 하면서도 ‘부(副)위원장>위원장’의 구도가 되면 어떡하느냐며 난처해하는 기색도 읽힌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김 부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자세를 한껏 낮췄다. 그는 “새로 오실 금융위원장과 함께 호흡하고 손발을 맞춰 새 정부 국정철학이 구현될 수 있도록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금융행정 개혁과제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겸손한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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