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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6·1 지방선거 ‘새 자치분권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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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5-05 23:30:16 수정 : 2022-05-05 23: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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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 연장전 전락 우려
2030 젊은 피 폭넓은 수혈 필요

1991년에 지방선거가 부활했으니 이제 30년 세월이 지나갔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30년은 올해 초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시행되면서 막을 올렸고 며칠 뒤에는 제8회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지난 30년 동안 지방선거나 지방자치가 외형상 골격을 잡아가는 것은 분명하지만, 정작 내실이 있기는 한 것인지 또 그만큼 주민의 풀뿌리 참여가 따라왔는지 적지 않은 의문이 생긴다. 새로운 지방자치법도 장기간 준비와 야심찬 설계로 입법화되었지만 아직도 상당한 보완이 필요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보다 더 어려운 시험대에 올라있다. 보통 지방선거 후보들은 대통령과 가깝고 또 이러저러한 연줄이 있다고 서로 키를 쟀다. 입으로는 지역의 자치를 떠들지만 마음은 물론 손과 발은 중앙정치로 기어들어 갔던 셈이다. 이에 더하여 이번 지방선거는 대통령 취임 직후에 열리기 때문에 대통령선거의 연장전으로 변질되느냐 아니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지난 30년 동안 지방선거가 대통령을 평가하는 중간선거로 자리를 잡았는데, 이번에는 자칫 대통령선거의 재방송으로 전락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

그렇지 않아도 요새 지방자치의 유동성이 매우 크고 대의민주주의의 원칙도 크게 훼손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자신의 지역구를 버리고 인천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충북으로, 대구에서 경기로 옮겨 광역단체장으로 출마하면서 옹색한 논리를 대고 실소를 자아내는 연고지 타령을 하는 대선 주자(급) 정치인들도 생겼다. 지방자치와 대의정치의 원칙은 정치인들의 개인적 야망 뒷전으로 밀렸고, 그 덕분에 유권자의 얼마 남지 않은 희망마저 꺾이고 정치에 대한 비호감과 불신감만 커지는 중이다.

지방자치의 새로운 30년을 제대로 열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부터 조금이라도 더 바꿔나가야 한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4년 동안 지역의 자치와 발전은 물론 주민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지는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이지 대통령선거의 연장전도, 중간평가도 아니다. 과거 4년 동안 지역을 이끌었던 대표들을 평가해서 믿을 만한 업적을 남겼다면 다시 표를 주지만, 4년 전에 내걸었던 공약은 내팽개치고 주민들의 혈세를 낭비하며 ‘현금 나눠주기’ 놀이를 했다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중앙정치에 기대거나 자기 정치만 하는 후보보다는 유권자와 소통을 잘하고 주민에게 기댈 줄 아는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지역의 대표가 어떤 대통령이랑 가깝다거나 사진을 같이 찍었다는 것으로 지역에서 안 될 사업이 갑자기 되고 없던 예산이 갑자기 생기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는 지방자치라는 지역 깊숙한 곳까지 퍼져 있는 모세혈관에 젊은 피가 힘차고 새롭게 돌 수 있도록 폭넓은 수혈이 필요하다. 2022년 지방선거부터는 피선거권도 투표권과 마찬가지로 18세로 낮아졌다. 그런데 예의 얼굴마담 식의 생색내기 낙하산 공천으로 피선거권을 18세로 낮춘 의미가 퇴색되지는 않을까 걱정부터 앞선다. 젊은 세대의 어떠한 대표성이나 정당 활동의 경험이나 능력에 대한 검증 없이 그저 젊은 인재 가운데 그럴싸한 상품성 하나로 공천을 주는 일회성 이벤트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

이미 전국 각지의 지방의회에는 20대와 30대의 젊은 의원이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해오고 지역사회에 뿌리를 깊게 내린 사례가 적지 않다. 우선 이번 지방선거부터 이러한 사례가 더 많이 생기도록 젊은 세대에게 출마의 기회를 더 많이 주고 표도 많이 던져줘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들이 계속 재선, 삼선의 경력을 쌓고 다음으로 자치단체장으로 진출하며 이렇게 검증받은 인물들이 국회 등으로 진출하도록 키워야 한다. 지방의회에서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성장하고 그 뒤에는 국회나 고위공직자 등으로 진출하는 경로가 형성되는 한편 낙하산이 중간에 바로 공천받아 끼어드는 사고가 사라진다면 점차 젊은 세대가 지방자치의 새로운 기관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거대 양당이 정치사회를 양분하는 한국에서 젊은 세대의 참신한 시각과 능력이 그나마 새로운 선택지와 바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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