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투포수 사인용 피치컴 도입… ‘기술 야구’ 시도하는 MLB [송용준 기자의 엑스트라 이닝]

입력 : 2022-04-14 20:45:24 수정 : 2022-04-14 20:45:23

인쇄 메일 url 공유 - +

포수가 착용한 기기 버튼 누르면
무선 헤드셋에 목소리로 전달돼
경기 중 사인 훔치기 방지 등 효과
더그아웃서 태블릿 PC도 허가
KBO리그는 전자장치에 보수적
2022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에 포수와 투수가 손가락으로 사인을 교환하는 대신 피치컴이라는 기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눈길을 끈다. 뉴욕 양키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가 지난 11일 미국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경기에서 무릎보호대 위에 부착한 피치컴으로 사인을 내고 있다. 뉴욕=EPA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MLB) 뉴욕 양키스 에이스 게릿 콜은 14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경기에 등판해 포수와 손가락 사인 교환 없이 공을 던졌다. 그래도 콜은 투구 전 포수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등 뭔가 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비밀은 다름 아닌 ‘피치컴(Pitchcom)’이라는 기계였다. 포수 카일 히가시오카가 무릎보호대 위에 부착한 피치컴 버튼을 누르는 것이 손가락 사인을 대신한 것이다.

MLB 사무국은 2022시즌부터 피치컴 사용을 승인했다. 주자나 카메라 등을 통한 ‘사인 훔치기’를 방지하고 경기 시간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이너리그와 올해 시범경기에서 테스트를 거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30개 구단 중 절반 정도가 피치컴을 실전에 사용 중이다.

포수가 손목이나 무릎보호대 위에 착용한 장치에서 구종과 좌우, 높낮이 선택 버튼을 누르면 그 내용이 최대 5대의 무선 헤드셋에 ‘슬라이더 바깥쪽 낮게’와 같은 목소리로 전환돼 전달된다. 언어는 영어뿐 아니라 스페인어, 한국어, 일본어까지 가능하다. 헤드셋은 투수와 포수뿐 아니라 야수들도 필요에 따라 착용한다. 주로 2루수와 유격수, 중견수가 사용한다.

클리블랜드 포수 오스틴 헤지스가 지난 8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 코프먼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와의 경기에서 손목에 착용한 피치컴으로 사인을 내고 있는 모습. 캔자스시티=AP연합뉴스

이미 미국프로풋볼(NFL)에서는 오래전부터 쿼터백의 헬멧에 헤드셋을 연결해 작전을 지시하고 있기에 미국에서 이런 기계가 생소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야디에르 몰리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같은 베테랑 포수는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한다. 반대로 만족감을 드러내는 선수도 적지 않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포수 숀 머피는 “익숙해져야 할 몇 가지 점들이 있지만 많은 장점이 있다. 사인을 들키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변경할 필요가 없다”며 피치컴의 편리함을 말한다. 시즌 초반 잇따른 호수비를 선보였던 신시내티 레즈 중견수 닉 센젤은 “게임에 집중하고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피치컴이 좋은 수비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래도 여전히 피치컴 도입에 조심스러운 모습도 보인다. 아직 실전에서 피치컴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브랜던 곰스 LA 다저스 단장은 “몇몇 투수들이 피치컴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그래도 기술의 편리성과 신뢰가 늘어날 때까지 점진적인 도입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해킹에 대한 우려도 담겨 있다.

이렇듯 MLB는 새로운 시도에 적극적이다. 조만간 로봇 심판까지 도입된다면 기술이 야구의 큰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는 선수들이 경기 장면을 다시 보며 타격 자세와 투구 자세를 점검할 수 있게 더그아웃에서 태블릿 PC 사용을 허가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우리 KBO리그는 아직 전자장치에 대해서 보수적인 분위기다. 어떠한 전자장치도 더그아웃에서 사용할 수 없다. 외야수나 포수의 전력분석지 소유도 금지하다 지난 시즌부터 제한적으로 허용했을 정도다. 하지만 시대는 좀 더 적극적인 기술의 활용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선수들의 전자장치 사용에 대한 규제 완화를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다미 '완벽한 비율'
  • 김다미 '완벽한 비율'
  • 조보아 '반가운 손인사'
  • 트리플에스 김유연 '심쿵'
  • 트리플에스 윤서연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