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비드, 외국 국적자로 첫 득점왕
아데토쿤보, 돌파력·덩크슛 압권
요키치, 송곳 어시스트 최대 장점
득점 지원 역할 맡았던 장신 선수
돌파·패스·3점슛 능력까지 갖춰
이번 시즌 정규리그 MVP 경쟁

3점슛 라인 근처에서 패스를 받은 키 210㎝ 거구가 골 밑 돌파를 시도하는 척하더니 한발 뒤로 빠져 3점슛을 던진다. 수비수는 장거리포에 대비하려 했지만 이번엔 가드를 뚫고 들어와 골대를 부술 듯 덩크슛을 꽂아 넣는다. 결국 수비수 두 명을 붙였더니 이들을 끌고 들어와 빈 공간에 있는 선수에게 송곳패스를 찔러 준다. 떨어지면 슛을 쏘고, 붙으면 돌파나 패스를 하는 전형적인 가드다.
이처럼 가드처럼 뛰는 빅맨이 미국프로농구(NBA)를 호령하고 있다. 가드 전유물이었던 돌파와 패스, 여기에 3점슛을 갖춘 센터들이 이제는 대세로 자리 잡으며 프로농구 판도를 흔들어 놓고 있다.
2021∼2022시즌 NBA 정규리그가 지난 11일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시즌 유독 눈에 띈 것은 키 200㎝가 넘는 장신 선수 활약이다. 2000년 이후 늘 빅맨은 가드의 득점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 주인공은 가드였다. 1999∼2000시즌 정통 센터 샤킬 오닐(당시 LA레이커스)이 득점왕을 차지한 이후 리그 최고의 스코어러는 가드 차지였다. 신장 183㎝의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이 밀집 방어진을 뚫고 올린 득점이,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190㎝)가 장신의 수비를 앞에 두고 던진 3점슛이 리그를 이끌었다. 르브론 제임스와 카멜로 앤서니, 케빈 듀랜트 같은 최정상급 포워드가 잠시 득점왕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은 가드들이 득세했다.

이제 흐름이 달라졌다. 주인공은 빅맨이다. 2021∼2022시즌에는 카메룬에서 온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조엘 엠비드(28·213㎝), ‘그리스 괴물’로 불리는 밀워키 벅스의 야니스 아데토쿤보(28·211㎝), 세르비아 출신인 덴버 너기츠 니콜라 요키치(27·211㎝)가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자리를 두고 다투고 있다.
우선 엠비드는 이번 시즌 평균 30.6점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NBA에서 다른 나라 국적을 가진 선수가 득점왕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엠비드는 미드레인지 점퍼부터 3점슛까지 장착한 센터로 ‘가드 같은 슈팅력’을 갖췄다. 수비수를 앞에 두고 순간 한발 뒤로 물러서 슈팅 공간을 확보하는 스텝백 기술이 가능한 데다가 블로킹을 피하기 위해 뒤로 넘어지면서 던지는 페이드어웨이 등 어려운 기술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유연한 슈팅 능력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MVP 아데토쿤보는 올 시즌 평균 29.9점을 넣는 활약을 펼치며 밀워키를 동부콘퍼런스 2위에 올려놨다. 엠비드에 이어 득점 2위다. 아데토쿤보의 장점은 ‘가드 같은 돌파력’이다. 3점슛 라인 근처에서 긴 다리를 활용한 유로스텝을 밟으면 이미 자유투 라인 안쪽으로 들어와 있고, 이 거리에서 뛰어올라 덩크슛을 꽂아 넣는다. 아데토쿤보의 약점은 30%가 되지 않는 3점슛 성공률과 자유투다.
가장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히는 요키치는 ‘가드 같은 패싱 능력’을 갖춘 ‘포인트 센터’다. 탁월한 어시스트 능력으로 NBA 역사상 처음, 한 시즌 2000득점과 1000리바운드, 500어시스트를 동시에 이뤘다. 요키치는 긴 팔을 이용한 플로터(높은 포물선을 그리도록 아래에서 위로 던지는 슛) 성공률도 높아 막기가 까다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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