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서 194억 탈취 성공 후
출동 구급차까지 훔쳐 도주
경찰과 스릴 넘치는 추격전
CG대신 실제 폭파장면 가득
최대 시속 160㎞ 드론 촬영
게임 속에 있는 듯한 쾌감 줘
개연성 없는 서사는 ‘옥의 티’

설득력 없는 부실한 스토리 전개, 지나친 상업주의와 미국 중심주의…. 영화 ‘나쁜 녀석들’, ‘트랜스포머’ 시리즈로 유명한 마이클 베이 감독은 명성만큼이나 혹평도 많이 받는다. 그럼에도 그의 영화가 늘 화제를 몰고 다니는 것은 블록버스터 거장이라는 타이틀다운 밀도감 넘치는 액션과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독창적인 비주얼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베이 감독이 5년 만에 극장가로 돌아왔다. 2019년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 ‘6 언더그라운드’를 선보이기도 했으나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극장에서는 상영되지 않았다. 신작 ‘앰뷸런스’는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마이클 베이표 액션물이다. 상영시간 136분 동안 거친 액션을 꾹꾹 눌러 담았다. 동명의 덴마크 영화에서 설정만 가져와 각색을 거쳐 새로 탄생한 이 작품은 베이 감독의 액션물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개봉 전부터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인 윌(야히아 압둘마틴 2세 분)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아내 수술비 마련을 위해 형 대니(제이크 질런홀)의 은행털이 계획에 동참한다. 은행에서 1600만달러(약 194억원)를 훔친 윌과 대니는 도주 과정에서 실수로 경찰을 쏘고, 마침 출동한 응급구조대와 맞닥뜨린다. 앰뷸런스를 탈취한 형제는 총상을 입은 경찰관과 응급구조사 캠(에이사 곤살레스)을 뒤에 실은 채 로스앤젤레스 도심을 질주한다.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 ‘로스트 인 더스트’(2016) 등 다른 영화에서 자주 접한 설정이지만, ‘앰뷸런스’는 액션에 대부분의 힘을 쏟아 차별화를 꾀했다.
베이 감독은 직접 차를 타고 장소를 섭외하며 어떤 앵글로 어떻게 액션을 담을지 꼼꼼히 구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이번 영화는 대부분 장면이 ‘카 체이싱’으로 구성됐다. 주인공 형제가 탄 앰뷸런스와 이를 쫓는 수십대 경찰차, 헬기 등은 빌딩 숲과 도로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생생함과 화려함을 더한다. 감독은 흔들리는 카메라를 통해 관객에게 속도감과 요동치는 추격 현장을 느끼게끔 한다. 동시에 위기 속에서 도덕적 딜레마를 겪는 인물 내면도 그대로 드러낸다. 최대 시속 160㎞ 드론으로 공중에서 내려보는 장면 역시 게임 속에 들어와있는 것 같은 쾌감을 안긴다.

특히 이 작품은 컴퓨터그래픽(CG)에 의존한 히어로물과 다른 매력을 갖는다. 초호화 액션신을 그리면서도 아이러니하게 사실주의 감독으로 불리는 베이는 CG 대신 자동차나 물품을 파괴하며 실감나게 연출한다.
여기에 베이 감독 작품 답게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슬로모션, 석양과 함께 깔리는 서정적인 음악, 수위 높은 미국식 유머 등 할리우드 상업 영화 기본 요소도 빠지지 않는다. 여성 캐릭터의 변주도 흥미롭다. 구급대원 캠부터 수사전담팀 브레인 ‘자가’ 등은 소도구로만 활용되길 거부하고 각자 자리에서 사명을 다한다.

다만 이번 영화 역시 개연성 없는 서사가 집중을 방해한다. 인물 캐릭터는 격한 액션신만큼이나 줏대없이 흔들리고, 충분한 설명 없이 스토리가 전개된다. 감독은 ‘가족애’를 앞세워 관객 설득에 나선다. 스크린을 크게 채우는 건 은행털이범 주인공과 경찰의 추격전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가족과 가족의 싸움을 담고 있다. 윌은 아내를 위해, 경찰은 죽어가는 동료를 위해, 대니의 조력자인 ‘파피’는 조직의 일원을 위해…. 인물들은 자신의 가족을 위협한 이들에게 분노하며 총구를 겨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여기(집)에 다 있거든” “그래, 우린 가족이지” “그저 집에 가려는 것 뿐이라고” “내 친동생이야” “꼭 집에 데려다줄게” 영화 곳곳에 심은 이 같은 대사들은 고개를 갸웃하게 하는 극 전개의 어설픔을 상쇄시키려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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