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원전 건설 전에 폐기물 처리 계획이 먼저”… 영국도 부딪힌 방폐장 문제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환경팀

입력 : 2022-03-31 19:53:37 수정 : 2022-03-31 19:53:3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발전된 원전 개발돼도 폐기물 처리 문제 여전
넓고 지질학적으로 안정된 방폐장 부지 찾아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원자력발전 비중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영국 전력생산량의 25%는 원전으로 얻겠다는 목표도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전문가들은 원전을 추가 건설하려면 방사성 폐기물 처리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 세계에서 핀란드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확보한 현재, 방폐장 건설 및 폐기물 보관은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가디언은 지난 28일(현지시간) 영국에서 20세기에 발생한 폐기물만 양만 70만㎥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6000개의 2층버스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 폐기물은 현재 영국 컴브리아주 세라필드에 보관 중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방사성 폐기물이라는 원전의 ‘이면’ 문제가 숨겨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영국은 약 50년 전부터 깊은 지하에 방폐물 처분시설을 설치하려 했지만 큰 진전은 없다. 영국 원자력해체청(Nuclear Decommissioning Authority·NDA)은 지하처분시설이 있더라도 새로운 원자력발전소가 지어지면 폐기물의 높은 온도 때문에 지상에서 140년가량 보관돼야 한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향후 현재 대형원전보다 발전한 형태의 모듈원전이 개발되더라도, 폐기물 처리에 관한 고민은 필요하다.

 

영국 셰필드 대학교에서 핵물질 분해를 연구하는 클레어 코크힐 교수는 “새로운 원전 건설을 고려할 때는 핵연료 주기의 뒷면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최종적으로 안전하게 폐기물을 처리하려고 해도, 계획한 대로 그 방법을 혁신형 원자로에 적용한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코크힐 교수는 “지하처분시설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새로운 원자로를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방폐물 해체와 처리에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었고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원자력해체청(NDA)는 가장 최근 연간보고서에서 1310억파운드(약 208조306억원)로 관리비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하처분시설을 마련한다면 530억파운드(약 84조1756억원)이 추가로 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그에 앞서 부지 선정부터 애로사항이 많다. 일단 많은 폐기물을 보관할 넓은 면적이 필요하며 지질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곳이어야 한다. 지역 주민의 동의를 얻는 작업도 쉽지 않다. 영국에서는 9년 전 컴브리아주 부지 선정이 실패했으며 최근 다시 컴브리아주와 링컨셔주에 한 곳씩 후보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중에서 부지가 선정돼 200∼1000m 지하에 약 20㎞ 너비 공간을  짓는다면 2040년 후반이면 20세기에 발생한 방폐물을 저장할 수 있을 것으로 신문은 예상했다. 

 

방폐장 확보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은 원전 자체에 국민 여론이 긍정적인 프랑스에서도 비슷하다. 프랑스 방사성폐기물관리청(ANDRA)은 프랑스 북동쪽에 있는 마을 뷔레를 방폐물 영구처분지로 선정하고 지하 500m 깊이에 시설을 짓고자 연구하고 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주민들과 반핵단체의 반대에 맞서야 했다.

 

경북 경주시 양북면에 있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 전경. 연합뉴스

우리나라도 원자력발전소 안에 임시보관 중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방안이 시급하다. 중저준위 방폐장이 경북 경주에 들어섰을 뿐,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영덕, 울진, 포항, 태안 안면도 등 과거 모든 후보지 주민들이 반대했다. 고리원전에서 보관하는 방폐물은 올해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가동한 지 10년이 지난 신고리 원전도 보관량이 용량의 60%를 넘어섰다.

 

스티브 토마스 영국 그린위치 대학교 에너지 정책 교수는 “영국은 65년간 사용한 원전으로 수십 년째 폐기물을 안전히 처리할 시설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가 방폐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알아낼 때까지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에 착수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