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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2년 유예’ 尹 공약했는데, 전문가 "다주택자들 버티기 들어갈 가능성도"

입력 : 2022-03-31 07:00:00 수정 : 2022-03-31 08: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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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통해 다주택자 보유 매물 출회 유도 시장서 통할지 주목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현재 최고 75%에 달하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어떻게 개편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2년간 한시적으로 유예하겠다고 공약했다.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세율을 낮춰 퇴로를 열어주고, 주택 거래 정상화를 통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시장에 매물이 늘어나고, 적정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윤 당선인의 설명이다.

 

특히 윤 당선인이 지난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 이례적으로 참석해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한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제가) 인수위 업무보고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데 주택 문제는 워낙 국민적 관심도 많고 중요해서 참석하게 됐다"며 "(현 정부에서) 주택정책이 28차례 반복되면서 결국 엄청난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다주택자를 철저히 응징·제재해야 한다는 분들도 있고, 시장 원리에 따라 무리하게 규제를 하면 안 된다는 분들도 계신다"며 "매매·거래는 시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를 무리하게 규제하는 게 과연 맞는지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의 과도한 양도세 부담이 오히려 매물 출회를 막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이고, 문재인 정부와 차별화를 꾀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고, 징벌적 수준의 세금을 부과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 6월 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를 시행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포인트), 3주택자는 경우 30%p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됐다. 또 지방세를 포함하면 최대 82.5%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정부의 의도와 달리 매물이 줄고, 증여가 늘었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증여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거래 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거래 원인별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의 주택(단독·다가구·다세대·연립주택 및 아파트 포함) 증여 건수는 총 1694건으로 집계됐다. 9월 1004건, 10월 1200건, 11월 1296건에 이어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해 서울 25개 구(邱) 가운데 증여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고가·다주택자들이 몰린 강남구(20.4%)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주택 전체 증여 건수에서 동남권(강남·서초·송파·강동구)이 차지하는 비중은 35.2%에 달했다.

 

반면 시간이 갈수록 거래절벽 현상이 뚜렷해졌다. 서울 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해 8월 이후 4개월 연속(1만1051건→9584건→8147건→7801건→6394건) 감소하고 있다. 12월에는 6394건으로, 월 기준으로 지난해 한 해 중 가장 낮은 수치다. 올해 1월에는 1283건으로, 지난해 1월 거래량 5945건에 비해 78.4% 가량 급감했을 정도로 사실상 거래가 끊겼다.

 

일각에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가 자칫 투기 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또 부동산 규제 완화와 집값 상승 기대감이 커지면서 매도하지 않고, 증여를 선택하는 다주택자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다주택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증여 등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면서 시장에 매물이 늘지 않아 집값이 하락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꾸준한 거래 없이 시세보다 낮은 일부 급매물만으로는 집값을 안정화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직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관련한 구체적인 규제 완화 대책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선 양도세 중과 완화를 한시적으로 적용하고, 향후 부동산 세제를 종합적으로 개편하는 과정에서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정책이 전면 개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는 소득세법 개정사항이라 여야 타협이 필요하나,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2년 한시 유예'는 시행령 개정으로 가능하다. 국회 입법 없이 정부의 의지만으로 양도세 중과 제도를 개편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전면적인 세제개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는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부동산을 소유의 개념이 아닌 실소유자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양도세 완화 등을 통해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매물이 시장에 나와야 부동산 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종부세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가 일부 완화되거나 면제되면 다주택자들일 절세를 위해 보유한 주택을 팔려고 나설 것"이라며 "다만 새 정부 취임 후 한 달여 뒤인 6월1일 올해 부동산 보유세가 산정되기 때문에 양도세 중과를 유예하더라도 다주택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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