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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들에 보내는 헌사” “최고의 쇼” 극찬… 드라마 ‘파친코’ 외신 반응 폭발

입력 : 2022-03-29 21:18:58 수정 : 2022-03-29 21: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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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정체성·恨 풀어낸 80년 가족서사시

25일 총 8부작 중 3회까지 첫 공개
일제 치하부터 4대 걸친 고난·역경
신파나 과장 없이 덤덤하게 그려내

베스트셀러 원작으로 스토리 촘촘
美 로튼토마토 평론가 평가서 98%
윤여정·김민하엔 “숨막히는 연기력”
애플TV플러스가 지난 25일 공개한 오리지널시리즈 ‘파친코’에 대한 외신의 극찬이 이어지고 있다. 일제 수탈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한국인 가족의 이야기를 4대에 걸쳐 담았다. 윤여정은 고난 극복의 여성 서사를 완성하는 ‘화룡점정’ 연기를 펼쳤다. 애플TV플러스 제공

“눈부신 한국의 서사시.” (영국 BBC)

“지금까지 나온 애플 최고의 쇼.” (파이낸셜타임스)

“한·미·일 삼중언어로 구성된 고예산 시리즈가 슈퍼 히어로와 섹스, 화려한 액션 없이 성공한다면 비슷한 다른 시리즈에 청신호를 주며 연쇄 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미국 타임지)

애플TV플러스 ‘파친코’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25일 총 8개 에피소드 중 3개를 공개한 이후 외신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에 빛나는 배우 윤여정 출연작이라는 점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역시다. 민족 정체성과 역사, 시대 흐름을 응축한 ‘대서사시’를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윤여정은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드라마는 1915년부터 1989년까지, 한국인 가족이 4세대에 걸쳐 겪는 고난의 과정을 담았다. 그 중심에는 장애인 아버지와 강인한 어머니 밑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선자(윤여정)’가 있다. 선자 어머니 고백으로 시작된 드라마는 선자의 유년기와 노년기, 선자 손자의 뉴욕 생활기 등 각 세대 이야기를 시공을 가로질러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초반에는 잦은 화면 전환으로 극 흐름이 툭툭 끊기는 게 느껴질 수 있지만, 2화부터는 각각으로 흘렀던 이야기가 한데 모이기 시작한다.

드라마는 가족에게 닥치는 고난을 억지 신파로 만들거나, 극적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덤덤하고 짧게 이어지는 장면을 통해 그저 그들이 어떻게 고통을 이기고, 희망을 바라보고, 모진 세월을 버텨내는지를 그려낸다. 그 과정에서 한국말 중 ‘정(情)’과 함께 번역이 가장 어려운 단어라는 ‘한(恨)’을 풀어낸다. 일확천금의 기회에도 소리 없는 눈물로 자신의 터를 지키는 선자 세대 할머니 모습은 부와 명성, 심지어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는 처절한 ‘한’의 깊이를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사실 일제 강점기라는 시대 아픔과 재일교포가 일본에 정착하며 겪는 차별과 설움은 한국인만 아는 역사다. 해외에서는 낯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시대 변화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난 설움,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의 소외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전 세계 이민자들이 가진 ‘보편의 역사’이기도 하다. 일제 치하에서 이주하는 선자 모습이 전 세계 이민 가족 이야기로 확장성을 가졌다.

이민 세대는 정착 이후에도 또 다른 난관을 만난다. 가족 내 정체성 혼란이다. 고향에 대한 향수, 이방인 차별에 눈물짓는 할머니와 달리 손자 세대는 “시대가 변했잖아요”라고 말한다. 다만, 그 손자 역시 “멋진 수트를 입어도 ‘그들’과 다르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드라마는 거친 비바람을 버티며 억척스럽게 뻗어 나간 나뭇가지를 지탱하게 하는 굳건한 힘은 결국 그 ‘뿌리’, 가족과 고향에 있음을 보여준다.

각본가이자 제작자인 수 휴는 “이 작품의 가장 근원적인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여러분의 할머니, 어머니, 그리고 여러분의 이야기, 즉 여러 세대가 시간을 초월해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를 만큼 인기를 끌었던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만큼 스토리는 탄탄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추천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진은 100년 전 조선 시대 풍광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윤여정이 연기한 나이 든 선자에 절대 뒤지지 않는 ‘젊은 선자’ 역을 맡은 김민하 연기도 인상적이다. “원작 소설의 촘촘함과 영상물 특유의 장점이 완벽하게 결합된 가족 대서사시”(롤링스톤), “강렬하게 마음을 뒤흔드는 시대를 초월한 이야기”(할리우드 리포터), “섬세하고 부드럽게 전개되지만 강렬함이 공존”(인디와이어), “한 여성의 강인한 정신을 담은, 시리즈 중에서도 쉽게 볼 수 없었던 보석”(포브스) 등 외신이 열광하는 이유다. ‘더 플레이 리스트’는 “이민자들의 회복력에 대한 방대한 서사를 숨 막히는 연기력으로 그려냈다. 전 세계 이민자들에게 보내는 헌사”라고 극찬했다. 미국 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평론가 평가인 ‘신선도 지수’ 98%, 관객 평가인 팝콘 지수 93%(29일 기준)를 기록 중이다. K콘텐츠가 장르물, 로맨스물을 뛰어넘어 이제는 역사극에서도 그 저력을 발휘한 셈이다.

다만 배우 진하의 불법 촬영 논란은 ‘옥에 티’가 됐다. 진하는 2010∼2011년 지하철 등에서 한국 할머니 사진을 허락없이 찍어 올리며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고,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 26일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극 중 그의 역할이 할머니를 이해하는 손자라 실망감은 더욱 컸다.

애플TV플러스는 내달 1일 파친코 4화에 이어 매주 금요일 1화씩 차례로 공개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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