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흥행을 이어가던 아파트 분양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시간이 갈수록 미분양 아파트 물량이 쌓이고 있다.
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고 있지만, 수도권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적은 지방을 중심으로 시작된 미분양 확산세가 수도권 일부 외곽지역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다.
지방의 경우 상대적으로 입지가 좋지 않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청약 미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웠던 수도권에서도 인천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미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올해부터 분양 대금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적용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여야 대선 후보 모두 '공급 과잉' 수준의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 공약을 내걸면서 미분양 사태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2만1727가구로, 전월(지난해 12월 기준·1만7710가구) 대비 22.7%(4017가구) 증가했다.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7165가구로 전월(7449가구) 대비 3.8% 감소했다.
지역별로 대구 86%(1701가구), 경남 66.3%(1245가구), 충남 36.7%(371가구) 등으로 집계됐다. 전체 미분양 물량을 규모별로 보면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이 1424가구로, 전월 대비 39.7% 증가했다. 또 전용면적 85㎡ 이하는 2만303가구로 21.6% 늘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에 분양한 35개 단지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23곳(65%)에 불과했다. 나머지 대구와 경북 경주·충북 진천·충북 음성·전북 남원 등 9개 단지는 2순위에서도 청약이 미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순위 청약 물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23개 단지 591가구에 불과했던 무순위 청약 물량은 11월 31개 단지 1031가구로 늘더니, 12월 31개 단지 1160가구, 1월 31개 단지 1332가구로 증가했다.
일부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도 무순위 청약이 미달됐다. 지난 1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1325가구로, 경기 655가구, 인천 425가구 등으로 집계됐다.
실제 인천 연수구 송도동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지난달 14일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서 전용면적 84B㎡형은 3가구 모집에 2명, 전용 84㎡F형은 5가구 모집에 4명만 지원했다. 또 앞서 지난 1월 청약을 접수한 경기 안성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는 전 주택형 1순위 해당지역 마감에 실패했다. 916가구 모집에 314명이 접수해 602가구의 미달 가구가 발생했다.
정부의 강화된 대출 규제로 미분양 단지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올해부터 아파트 중도금과 잔금 대출이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되는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됐다. 또 분양가가 9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하는 중도금 집단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점도 한 몫하고 있다.
전국 분양시장 경기 전망도 악화됐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분양경기실사지수(HSSI) 전망치가 71.5로 지난달보다 4.7p(포인트) 하락했다. 전달 12.2p 떨어진 데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다. HSSI가 100을 넘으면 분양 전망이 긍정적이란 것을, 100 미만이면 반대를 의미한다.
지역별로 서울(84.8·0.2p 하락)과 부산(90.9·4.6p 상승)은 지난달과 유사한 수준으로 80~90선을 유지했다. 반면, 그 외 지역은 50~70선으로 기준선을 크게 밑돌며 분양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평가됐다. 인천(76.0)은 지난달과 같고 경기(73.6), 광주(65.0), 세종(61.5)은 각각 0.8p 8.6p, 29.4p 하락했다. 대구(57.6)는 1월보다 18.5p 상승했으나 여전히 50선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입지 여건이 우수한 지역을 중심으로 여전히 청약 경쟁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적은 지방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며 "차기 정부가 추진할 부동산 정책에 대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분양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집값이 단기 급등하며 피로감이 누적된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집값이 정체하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구 등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최소화하기 위해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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