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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도토 나이 요니"… 바이든이 쓴 일본어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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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2-02-20 12:00:00 수정 : 2022-02-20 11:36:31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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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인권탄압 사죄
“두 번 다시는 없도록”이란 의미의 일본어 표현 인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당시 잠깐 만나 팔꿈치 인사를 나누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5월 일본을 방문하면 미·일 간에 정식으로 대면 정상회담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우리는 ‘니도토 나이 요니’(Nidoto Nai Yoni)에 대한 굳은 약속을 거듭 재확인합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특정 일본어 문구를 영문으로 표기해 눈길을 끈다. ‘니도토 나이 요니(二度とないように)’란 일본어로 “두 번 다시는 없도록”이란 뜻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국이던 일본을 의식해 미국에 거주하던 일본계 미국인들을 부당하게 박해했던 일을 뼈저리게 뉘우치며 다시는 그런 인권침해를 저지르지 않겠다는 결의가 담긴 표현이다.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2차대전 당시의 ‘일본계 미국인 감금(Incarceration) 기억의 날’(2월 19일)을 하루 앞두고 SNS에 게시한 글에서 “우리는 약 12만명의 일본계 미국인이 부당한 감금을 당한 것을 기억한다”고 밝혔다. 이어 ‘니도토 나이 요니’라는 일본어 문구를 써가며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굳게 약속했다.

 

‘일본계 미국인 감금 기억의 날’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인 1942년 2월 19일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미국 내 일본계 주민의 시민권을 박탈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제정됐다. 약 3개월 전인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미국령 하와이 진주만을 예고 없이 공습했고, 그로 인해 두 나라는 전쟁에 돌입했다. 이후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선언할 때까지 약 4년간 이어진 태평양 전쟁으로 미·일 양국의 수많은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하루 뒤인 1941년 12월 8일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성난 표정으로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도발적이고 비열한 공격 이후 미국과 일본제국 사이에 전쟁 상태가 존재함을 선언해달라”고 의회에 요청했다. 이듬해인 1942년 2월 19일에는 일본계 미국인 12만여명의 강제이주 및 수용소 감금을 명령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40년대만 해도 미국 사회에는 인종차별 의식이 만연해 있었다. 전쟁 발발과 동시에 미국 내 일본계 주민들은 증오의 표적이 되었다. 루스벨트 행정부는 이에 편승하고 되레 혐오를 조장했다. 캘리포니아주(州) 등 태평양에 면한 미국 서해안 지역에 살던 일본계 미국인들이 조국을 배신하고 일본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을 강제수용소에 가둬버렸다. 감금 피해를 입은 일본계 미국인은 무려 12만명에 달한다.

 

이 일은 국제사회를 향해 ‘인권존중’을 외쳐 온 미국이 정작 국내에선 버젓이 ‘인종차별’과 ‘소수민족 탄압’을 자행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로, 지금도 미국에선 부끄럽기 그지없는 ‘흑역사’의 하나로 꼽힌다. 훗날 지미 카터 행정부가 위원회를 꾸려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인권침해 실태 진상을 철저히 조사하도록 했으며, 뒤를 이은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에 사과하는 한편 생존해 있던 일본계 미국인 피해자들한테 금전적 배상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SNS를 통해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의 강제 감금을 사과하며 ‘니도토 나이 요니’(두 번 다시는 없도록)이란 일본어 문구(빨간줄)를 사용한 모습. 트위터 캡처

바이든 대통령은 SNS 글과 별개로 발표한 성명에서 2차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 강제 감금 조치를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80년 전 일본계 미국인의 강제 감금은 인종차별, 공포, 외국인 혐오가 판치도록 그냥 내버려둘 때 초래되는 비극적 결과를 우리에게 상기시킨다”며 “오늘 우리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은 일본계 미국인에게 연방정부의 공식 사과를 재확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다시는 이런 비(非)미국적 행위를 저지르지 않도록 엄숙히 반성한다”고 다짐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 일본과의 밀착에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4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백악관에서 처음 만난 외국 정상은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였다. 지난해 12월 7일 진주만 공습 80주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물론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고위 인사 누구도 ‘일본의 전쟁 책임‘을 언급하거나 일본을 ‘가해자’로 묘사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월에는 ‘쿼드’(미·일·호주·인도 4국 협의체)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할 것이 유력시되며, 이 기회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미·일 정상회담도 가질 가능성이 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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