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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입양 보내야 하는 시한부 34살 한부모 아빠

입력 : 2021-12-30 21:12:50 수정 : 2021-12-30 21: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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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웨어 스페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선택은 무엇일까. 하나를 꼬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영화 ‘노웨어 스페셜’(포스터)의 주인공 존(제임스 노튼) 역시 어린 아들의 미래를 위한 결정을 앞에 두고 어떤 것이 최선일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존을 더욱 몰아세우는 것은 시간이다. 시한부 판정을 받은 34살 창문청소부인 그에게 죽음은 빼먹지 않고 매일 한 걸음씩 다가온다. 그의 목표는 홀로 남을 아들 마이클(다니엘 라몬트)을 위해 새로운 부모를 찾아주는 것. 그는 선택 앞에 망설이는 와중에도 곧 다가올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

엄마 없는 마이클에게 아빠 존은 유일한 존재다. 항상 아이 우산을 들고 공원을 찾는 이들은 서로가 있어 부족함이 없다. 둘은 밤마다 동화책을 같이 읽고, 함께 걸을 때면 발을 맞춰 걷는다. 한부모 가정이지만 섬세하고 최선을 다하는 아빠가 있어 마이클은 착하고 예의 바른 아이로 컸다.

하지만 홀로 키운 아들에게 마땅히 해준 것이 없다는 죄책감을 느끼는 존. 마이클이 입양을 통해 새로운 부모를 만나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자라길 바란다. 아들과 함께 여러 가정을 방문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에서 그는 위탁 가정에서 자랐던 자신의 경험을 떠올린다. 아이를 원하는 어떤 가족의 멋진 집과 정원, 물질적 여유에 말문이 막히고, 때로는 어처구니없는 육아 방침을 늘어놓는 상대를 경멸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아들을 위해 존은 한 가정을 선택해야만 한다.

감독이 실화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영화는 우리 모두의 인생에 관한 이야기다. 누구나 맞이해야 하는 죽음이라는 순간이 오기까지 방황하며 고민하고, 결국엔 후회하더라도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존은 영화 속에서 자책을 반복하지만, 결국에는 일생을 담담하게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죽음의 공포 앞에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최후의 순간까지 아들을 위한 선택을 위해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 아버지의 담대한 죽음을 그린 이 영화는 크레딧이 올라가도 관객들이 쉽게 자리를 뜨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영화인 ‘노웨어 스페셜’은 전작인 ‘스틸 라이프’로 베니스국제영화제 4관왕을 차지했던 그의 7년 만의 복귀작으로 이미 해외 유수 언론과 평단으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파솔리니 감독은 ‘스틸 라이프’에서 고독사를 다룬 이후 이번에도 ‘죽음’을 소재로 택했지만, 누군가 죽거나 눈물을 흘리는 등 죽음에 관해 직접적인 표현은 하나도 사용하지 않았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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