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여성 본부장 2명 발탁
신한금융, 최초 여성 CEO 내정
증권가도 여성 임원 늘리기 한창
신한금투 신임 상무보 3명 등용
한투증권선 12년만에 女본부장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여성 임원 비중은 114명 중 8명(전자공시시스템, 지난 9월 기준)으로 약 7%에 그쳤다.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로 확대하더라도 전체 임원 111명 중 여성은 8명으로 7.2%에 불과하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에서 9년 연속 꼴찌를 차지한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렇듯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힘든 국내 금융업계에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시하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금융권 유리천장에 균열이 일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은 총 6명의 여성 경영진을 신규 선임하며 “여성 인재 등용으로 그룹내 다양성 존중 문화 확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KB금융지주가 신설한 ESG 전담 본부의 본부장으로 선임된 문혜숙 상무를 포함해 3명의 여성 임원이 승진했고, KB국민은행도 본부와 영업점에 3명의 여성 임원을 등용했다.
신한은행도 이날 박현주 부행장을 소비자그룹장으로 선임했다. 앞서 신한금융그룹은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을 신한 DS CEO(최고경영자)로 내정하며 신한금융 최초의 여성 CEO 배출을 앞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임원 인사에서 2명의 여성 본부장을 등용했다. 박영미 삼선교지점 Hub장(지역본부장)을 손님행복본부장으로, 고금란 기관사업섹션 RM부장을 영업지원본부장으로 선임했다. 현재 부행장, 상무, 본부장급 인사 3명을 포함하면 하나은행의 여성 임원 및 본부장은 모두 5명이다.
우리금융그룹도 ‘우리 윙(Wing)’이라는 이름으로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향후 진행될 인사에서 여성 인사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증권가에서도 여성 임원 늘리기에 한창이다. 기존처럼 단순히 여성의 리더십을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 ESG 관점에서 ‘다양성 확보’를 강조하는 등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춘 전략적 의미도 담겨 있다. 증권사 사상 첫 여성 CEO(최고경영자) 기록을 보유한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한 데 이어 자본시장·CIB(기업투자금융) 부문 총괄부문장으로 발탁됐다. KB금융지주는 이날 인사를 통해 이동철·양종희·허인 부회장 등 3명의 부회장과 박 총괄부문장 등 4명이 각자 비즈니스그룹을 담당한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인사에서 신임 상무보 9명 중 3명에 여성을 등용했다. 이를 통해 전체 임원 중 여성 비율을 14%로 끌어올리며 다양성 확보에 공들였다. 한국투자증권에서는 12년 만에 여성 본부장이 탄생했다.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17일 임원인사를 통해 김순실 상무보를 PB6본부장에 임명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업계 최초로 여성 채권운용 부분 임원을 배출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공모를 통해 신규 지점장 15명 중 6명에 여성을 발탁하며 업계 이목을 끌었다.
‘여풍’은 금융당국에도 불고 있다. 금융감독원에서는 김미영 불법금융대응단 국장이 기획·경영담당 부원장보에 선임됐다. 금감원에 외부 출신 여성 임원은 있었지만 내부 출신은 처음이다.
지난해 1월 상장기업 이사회에 여성 이사 의무화를 도입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8월부터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다. 제도적으로도 여성 임원 비중 확대에 대한 압박이 커짐에 따라 금융권은 물론 산업 전반에 여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남성 위주의 직장 문화와 경력단절 등 탓에 고위직에 진출할 수 있는 여성 후보군 자체가 적었지만, 최근 ESG 문화 확산과 제도적 확충을 통해 고위직 여성이 보다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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