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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 김건희’와 ‘대학강사 김건희’ [데스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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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6 14:32:01 수정 : 2021-12-26 14: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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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 연합뉴스

“대통령 뽑는거지, 대통령 부인을 뽑는게 아니지 않나.”(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

“영부인은 무슨...영부인이란 말 쓰지 맙시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 허위 경력 의혹으로 여론이 악화하자 윤 후보와 국민의힘 측이 보인 반응이다. 의혹을 정면 반박하기 보다는 ‘영부인 지우기’로 사태를 수습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미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씨를 무대 뒤에 숨긴다고 눈덩이처럼 커진 의혹들이 같이 가라앉을까.

 

영부인(令夫人)은 남, 특히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는 호칭인데, 박정희정권 때부터 대통령 부인이라는 의미로 썼다고 한다. 대통령 아들은 ‘영식’, 딸은 ‘영애’로 불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영애로 불렸다. 영부인은 공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 역할이 따로 규정된 바 없다. 국모 이미지의 육영수 여사,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이희호 여사 등 시대와 개인 성향에 따라 그 역할과 이미지가 달랐다.

 

앞서 문재인정부도 영부인이란 표현을 쓰지 말자고 한 바 있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청와대는 “대통령의 부인, 영부인, 이런 개념보다 ‘여사님’으로 불러달라”면서 “여사가 독립적 인격으로 보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영부인은 남편의 높은 사회적 지위에 따라 그의 부인을 일컫는 호칭인데, 여사(女史)는 결혼한 여성 본인을 높여 부르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윤 후보는 뜬금없이 영부인 호칭을 쓰지 말자고 했을까. 그는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 부인은 그냥 대통령의 가족에 불과하다. 대통령 부인에 대해 법 바깥의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집권시 대통령의 배우자를 보좌하는 참모조직인 청와대 제2부속실을 폐지하겠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대통령 가족이 누리는 권리와 대우를 포기하고 청와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조용히 지내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왜 하필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지지율이 하락하던 때, 윤 후보가 ‘별 문제 아닌 것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따진다’는 식으로 대응했다가 ‘내로남불’ 역공을 당한 시점에 꺼냈을까.

 

허위 경력이 아니라면 입증하고 정면돌파하면 될 일인데, 갑자기 영부인의 지위와 대우를 포기하겠다고 하니 ‘너무 깐깐하게 검증하지 말라’거나, 일단 급한 불을 덮고 보려는 것으로 비친다. ‘영부인 김건희’의 허위 경력 의혹은 용서받지 못해도, ‘미술강사 김건희’의 허위 경력은 ‘관례’쯤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문 대통령 측이 영부인 호칭을 없애자고 한 것은 선거가 끝나고 청와대에 입성한 후였다. 대선 전과 후는 엄연히 다르다. 

 

영부인으로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과 역할, 책임이 크게 달라지지는 것도 아니다. 국제 행사에 대통령과 동행하는 것 뿐 아니라 제2부속실이 없어도 최소한의 의전과 경호는 어차피 청와대에서 할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국민이 반감을 갖는 영부인보다는 미국 질 바이든 여사처럼 자신의 업을 계속하는 ‘전통적 영부인상’을 깨는 전략 얘기도 나오는 듯 하다. 가장 위험한 발상이다. 

 

허위 경력으로 커리어를 만들어왔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그 의혹을 해소하지 않은채 대통령 부인이 본업을 계속 한다면 윤 후보가 정권교체의 구호로 외치던 ‘공정’은 공허한 메아리로 남고, 내내 각종 특혜 의혹과 구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김씨처럼 미술을 전공한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는 ‘영식이’라 불리지도 않았고 정치판에 얼씬도 하지 않았지만, 미디어 아티스트로 활동하면서 각종 전시회 및 예술가 후원 프로그램에서 특혜성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영식이’도 이런데 ‘영부인’은 오죽할까. 윤 후보 검사 시절에 이미 김씨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에 대한 기업들의 뇌물성 후원 의혹이 제기되지 않았던가.  

 

윤 후보는 영부인 호칭 얘기부터 꺼낼 게 아니라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부터 정리했어야 했다. 인정할 것은 조건 달지 말고 깔끔하게 사과하고, 억울한 부분 증거든, 증인이든 동원해 반박하고 바로잡으면 될 일이다. 그리고 나서도 영부인 호칭 떼자고 할게 아니라 김씨의 진솔한 사과와 함께 대통령 재직 기간에는 각종 의혹이 제기됐던 경력을 잠시 접어두겠다고 약속하는게 상식이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문준용씨에게 쏟아졌던 의혹과 비판을 다시금 하나씩 찾아 새겨봤으면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문재인정부를 저격할 때 애용하던 ‘내로남불’의 역풍을 맞으며 ‘건희의 강’을 건너야할지도 모른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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