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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앞에 던져진 ‘탄핵의 강’… 정치사면 논란 [뉴스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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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2-24 18:00:00 수정 : 2021-12-24 18: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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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신년 특별사면… 대선판 출렁
朴, 구속 4년9개월 만에 풀려나
文 “통합·화합, 새 시대 계기 되길”
한명숙도 복권… 이명박은 제외돼
朴 “심심한 사의… 빠른시일 내 인사”
국정농단 수사 이끈 尹 “환영” 입장 속
朴 메시지 따라 TK 민심 등 균열 촉각
이재명, 국민통합 내세울 이점 생겨
12월 31일 0시 출소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발표한 24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시장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징역 22년을 확정받고 수감 중이던 박근혜(69) 전 대통령이 24일 전격적으로 특별사면·복권됐다. 구속된 지 4년 9개월 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을 75일 앞둔 시점에 단행한 이번 사면 조치에 여야 대선후보 진영은 정치적 파장의 추이를 주목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야권 분열을 노린 술수”(권성동 사무총장)라는 의구심이 표출됐다.

이 같은 의구심은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과 윤 후보의 악연에서 비롯된 것이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국정농단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윤 후보의 측근인 권 총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주도했다. 박 전 대통령의 향후 움직임 여하에 따라 지지 기반이었던 대구·경북(TK)을 비롯해 전통적 지지층 일부가 이탈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번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점도 정치적 사면이라는 비판을 산 대목이다. 권 총장은 “(사면을)하려면 두 분을 같이 해야 하는데 한 분만 하는 건 민주당의 정치적 술수가 숨어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와 관련한 고려는 일절 없었다”면서 “누구에게 유리하고 누구에게 불리할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가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특별사면·복권된 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등으로 유죄 확정을 받아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특별사면·복권됐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어려움이 많았음에도 사면을 결정해주신 문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도 심심한 사의를 표한다”며 “신병 치료에 전념해서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예고한 대국민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

부산가톨릭대 차재원 특임교수는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사면 뒤 메시지를 통해 정권교체에 방점을 찍을지, 윤 후보가 적폐 청산에 앞장선 부분에 방점을 찍을지에 따라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가 ‘탄핵의 늪’에 빠질 수도 있고, 반대로 ‘탄핵의 강’을 건널 교두보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면권 행사 후 “우리는 지난 시대의 아픔을 딛고 새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며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이날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그동안 줄곧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반대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국민통합을 위한 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며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24일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복권 등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발표하기 위해 마이크 위치를 조정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후보는 전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고 ‘국가비전과 통합위원회’를 함께 발족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는 올해 초 국무총리 시절 국민통합을 위한 이·박 전 대통령 사면론을 띄운 바 있다. 차 교수는 “문 대통령이 대신 사면을 해주면서 이 후보는 지지층의 반발을 사지 않고도 국민 통합을 강조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실형을 확정받고 만기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복권시키고 내란선동죄로 수감생활을 해 온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을 가석방시켰다. 정부는 이들을 포함해 일반 형사범 등 3094명을 31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했다. 최명길·최민희·박찬우·이재균·우제창 전 의원 등을 포함해 선거사범 315명도 복권됐다.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발표한 24일 강원 춘천시 팔호광장에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기원하는 성탄 트리가 설치돼 있다. 우리공화당은 박 전 대통령의 성탄절 석방을 기원하는 뜻을 담아 전날 이곳에 트리를 설치했다.   연합뉴스

정부는 사회적 갈등 치유와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사드배치·밀양송전탑 반대 시위나 세월호 관련 집회 등에 참여했다 유죄 판결을 받은 65명도 특별사면·복권했다. 2015년 민중 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형 선고 실효 및 복권을, 2011년 희망버스 집회 등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송경동 시민운동가는 복권 조치했다.

 

낙태죄의 헌법 불합치 결정 취지를 고려해 낙태죄로 처벌받은 1명도 복권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들도 일부 사면했다. 이들 외에 운전면허 취소자 등 행정제재 대상자 98만3000여명에 대해선 특별감면 조치를 내렸다.


장혜진·김병관·박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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