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이 내년부터 가계대출 우대금리를 확대하기로 하면서 은행권 전반적으로 같은 움직임이 확산될지 주목된다. 다른 은행들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출을 염두에 둔 금융소비자라면 은행들이 연초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증가율 목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다음달 3일부터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상품 상당수 우대금리를 확대한다. 우대금리폭과 항목을 늘리면 사실상 대출금리를 낮추는 것과 같다.
신용대출 대표 상품인 우리 주거래직장인대출은 기존 0.3%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주담대 중 우리아파트론도 최대 0.3%포인트에서 최대 0.8%포인트로 늘어난다. 우리전세론은 최대 0.2%포인트에서 최대 0.7%포인트로 변경된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선제적으로 우대금리를 이전처럼 되돌린 것에 대해 내년 조기 자산 성장 목표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분기별 관리 등 금융당국 주문이 있지만 은행들은 연말 기준 가계대출 증가율을 맞출 때 연초에 최대한 대출을 확보해놓는 편이 유리하다. 꼬박꼬박 이자를 받아서 이자이익을 늘릴 수 있는 개월수가 늘어나서다. 은행권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는 올해 전년 대비 증가율 6% 선이지만 내년에는 4~5%로 강화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 이전을 생각해보면 모든 은행의 목표는 매년 조기 자산 성장이었다"며 "상반기에 전체 대출 필요량을 70%가량 맞춰놓고 이자이익을 최대한 끌어다 놓을 수 있기 때문이었는데, 요즘 같아서는 특정 은행만 순이자마진이 확 늘었다고 하면 뭇매 맞기 십상"이라고 설명했다.
예대금리 차가 벌어진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 적정 수준의 금리를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나서서 "예대금리차가 타당한지 여부에 따라 감독당국의 역할을 하겠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은행은 이런 상황에서 전체 대출고객(차주)에 영향을 미치는 가산금리를 섣불리 조정하기보다 고객들의 부수거래에 따라 금리 혜택을 받아갈 수 있는 우대금리 조정 방안을 먼저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
다른 은행들은 금리를 조정할 지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한 은행이 금리를 인상·인하하면 고객 움직임에 영향이 있을 수 밖에 없어서 뒤따라 비슷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은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있어서 일등도 꼴등도 아닌 중간 정도만 하면 선방하는 것이라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면서 금리를 적정 수준에 맞추는 게 어렵지만 해야만 하는 상황이 돼버렸다"며 "대출 금리를 낮추면 대출 수요가 몰리는 건 불가피하다. 내년에 경쟁은행끼리 눈치보기 싸움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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