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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산낙지 먹방’ 분노 표출… 명연기 압권 [김셰프의 씨네퀴진]

입력 : 2021-11-20 14:00:00 수정 : 2021-11-19 22: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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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보이’의 산낙지

‘15년 감금’ 생활서 풀려난 주인공
“살아있는 것 먹고싶다” 증오심 표현

오래전부터 낙지는 보양식
연포탕·낙지볶음·갈낙탕 등 조리법 많아

지중해식 ‘문어 카르파치오’ 에피타이저
‘낙지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도 일품
영화 ‘올드보이’의 주인공 오대수가 낙지를 먹는 장면은 뛰어난 연출의 결과다. 15년 동안 감금당해 누구에게도 풀 수 없었던 분노를 산낙지를 씹어먹는 장면 하나로 보여주었다. 먹는 행위로 분노와 한을 표현한 산낙지 먹방은 선혈이 낭자한 올드보이 영화 내용 중에서도 가장 잔인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영화 ‘올드보이’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 중 하나인 영화 올드보이에는 최민식과 유지태, 강혜정 등 명배우들이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과 독특한 카메라 시점으로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패러디와 유행어가 떠돌 정도로 이슈가 된 영화다.

 

올드보이는 사실 일본만화가 원작이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했다. 만화를 좋아하는 나도 영화를 본 후에야 원작을 찾아볼 정도였다.

 

하지만 2003년 올드보이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특히 오대수가 망치 하나로 깡패들과 싸우는 장면은 압권이다. 오대수를 마치 게임 주인공처럼 횡스크롤로 연출했다. 영화 ‘신세계’의 엘리베이터 난투극과 더불어 한국 영화에서 손에 꼽히는 싸움 장면이 아닐까 싶다.

 

올드보이는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고 스스로 폄하하는 오대수가 영문도 모른 채 15년 동안 의문의 장소에 감금당한 후 다시 세상에 나와 복수하는 이야기이다. 8평 남짓한 방에 텔레비전 하나에 의지하며 기약없는 나날을 보낸다. 1년이 지날 무렵 뉴스에서 자신의 아내가 살해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하물며 자기가 범인으로 몰린다. 오대수는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이를 악물고 복수를 꿈꾸며 체력을 단련한다. 그렇게 15년이라는, 상상만으로도 긴 시간 동안 오대수의 증오심은 끝도 없이 불타오른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가 망치 하나로 싸우는 장면

#오대수와 산낙지

 

15년 동안의 감금생활에서 벗어난 오대수는 마치 홀린 듯 음식점을 찾아간다. 15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군만두만 먹어왔던 상황이라면 나 같아도 음식점부터 찾아갈 것 같다. 여주인공 미도가 일하는 일식집에 도착한 그는 ‘살아 있는 게 먹고 싶다’는 한 문장으로 메뉴를 주문하는데, 여기서 최민식만이 할 수 있겠다 싶은 두고두고 사라지지 않을 명장면이 등장한다. 입과 얼굴을 뒤덮는 산낙지를 씹어먹는 장면이다.

 

15년 동안 중국집 군만두만 먹은 오대수가 세상에 다시 나와 처음 먹어보는 이 산낙지를 씹으며 누구에게도 표출한 적 없는 그의 분노와 한서린 복수심을 표현했다. 최민식 배우만의 명연기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는 외국인들의 시선은 그런 오대수의 분노를 느끼기 전에 괴로움부터 느낀 것 같다. 올드보이의 산낙지 먹는 장면이 영화 중 가장 잔인한 장면으로 선정될 정도이니 말이다. 낙지 탕탕이라면 종종 즐기는 내가 봤을 때에도 저건 무리가 있겠다 싶긴 했다.

 

사실 살아 있는 산낙지가 외국인들에게는 꽤나 충격적인 음식이다. 살아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낙지나 문어, 오징어 같은 연체동물은 예전부터 유럽인들에게 혐오와 공포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신화 속에 나오는 크라켄이나 고래를 잡아먹는 대왕오징어 같은 경우를 생각하면 그들에게 이런 연체동물은 꽤나 다가서기 어려운 식재료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우리에게 낙지는 오래전부터 보양음식으로 알려져 왔다. ‘자산어보’에는 맛이 달콤하고 회, 국, 포를 만들기 좋다고 쓰여 있다. 예로부터 낙지를 애용했으며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온 것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낙지요리로는 시원한 국물 맛을 따라올 음식이 없는 ‘연포탕’, 매콤한 양념과 흰 쌀밥의 조화가 완벽한 ‘낙지볶음’ , 낙지를 나무 젓가락에 돌돌 말아 고추장 양념을 골고루 발라 구워낸 ‘낙지 호롱구이’, 그리고 전남 영암군에서 유래되었다는 소갈비와 낙지를 같이 조리한 ‘갈낙탕’ 등이 있다.

 

유럽에도 이런 연체동물을 활용한 요리가 있는데 바로 이탈리아 남부 지중해 지역의 ‘카르파치오’라는 요리이다. 일반적으로는 소고기를 허브에 절여 냉동 후 얇게 썰고 양념을 뿌려 먹는 요리로, 생선으로도 가능하고 채소를 활용하기도 한다. 문어 카르파치오(Carpaccio di Polpo)는 살짝 데친 문어를 얇게 저민 후 새콤한 양념을 곁들여 먹는다. 적게 담아 에피타이저로, 또는 넉넉히 담아 화이트 와인과 함께 먹기에 아주 좋다.

 

나는 날 것보다는 익힌 걸 선호하는데 낙지 다리를 잘라 넉넉한 마늘과 오일에 볶아 매콤한 페페론치노를 뿌려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구운 레몬과 다진 파슬리를 곁들이고 향이 좋은 올리브 오일까지 뿌린다면 이 간단한 요리는 저녁 메뉴로도 손색이 없다. 오늘은 이 낙지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를 만들어 보자.

■낙지 알리오 올리오 페페론치노

 

<재료>

 

낙지 다리 50g, 마늘 30g , 퓨어 올리브 오일 30㎖, 파슬리, 치킨 스톡 100㎖, 7분 삶은 스파게티면 120g, 블랙 올리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30㎖, 그라나 파다노 치즈

 

<만들기>

 

①팬에 퓨어 오일을 두르고 편썬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②낙지를 넣고 볶다가 낙지가 익으면 치킨 스톡을 부어 끓이고 간을 한다. ③스파게티면을 넣은 후 슬라이스한 블랙 올리브, 다진 파슬리를 넣고 버무린다. ④ 소스가 면에 잘 엉겨 붙으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넣은 후 다진 파슬리와 그라나 파다노 치즈를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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