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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골프 무한경쟁서 실력 쌓은 예비스타 ‘세계무대 홀인원’ [이슈 속으로]

입력 : 2021-11-20 11:00:00 수정 : 2021-11-21 10: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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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200승 금자탑’ 쌓은 한국선수들 원동력은
KLPGA 3부투어 운영 다양한 경험
시드권 확보 위해 피말리는 경쟁 펼쳐
세계랭킹 2위 고진영 점프투어 시작
기량 갈고닦아 세계무대까지 호령
전인지·박성현도 드림투어 등 거쳐
LPGA투어 나가 우승 트로피 들어

지난 13일 시즌 마지막 대회를 치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상금 60위에 오른 안송이(1억2538만원)와 61위 박보겸(1억1654만원)의 상금 차이는 884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60위와 61위는 ‘하늘과 땅’이다. 시즌 60위까지만 정규투어에 살아남고 61위부터는 ‘지옥의 시드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몇백만원 차이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셈이다. 다행히 시드전을 통과한다면 기사회생해 내년 시즌을 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시드전마저 탈락하면 2부투어인 드림투어로 떨어져 갓 프로에 데뷔한 후배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시밭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 ‘무한경쟁’. 고진영(27·솔레어)이 지난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 200승’ 금자탑을 세울 정도로 ‘K-골프’가 세계 여자골프를 주름잡는 원동력은 바로 끊임없이 스타급 선수들을 배출하는 KLPGA 투어의 무한경쟁시스템 덕분이다.

◆고진영·박성현도 ‘눈물 젖은 빵’ 먹었다

넬리 코르다(23·미국)와 뜨거운 세계랭킹 1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고진영은 한번 기회가 오면 절대 놓치지 않는 승부근성과 웬만해선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지녔다. 지난달 24일 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최종라운드가 대표적이다. 선두 임희정(21·한국토지신탁)에 4타나 뒤져 있던 고진영은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8개를 기록하는 맹타를 휘둘러 경기를 기어이 연장전으로 끌고 가 역전승으로 시즌 4승과 한국선수 200승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런 승부근성은 바로 치열한 KLPGA 투어를 통해서 길러졌다. 어김없이 고진영도 3부 투어인 점프투어부터 시작했다. 아마추어이던 2012년 초청선수로 출전한 이데일리·리바트 레이디스 오픈에서 3위에 올라 가능성을 확인한 고진영은 2013년 8월 본격적으로 점프투어와 드림투어 도전에 나섰다. 시드전 예선과 본선을 거쳐 점프투어에 뛰어든 그는 첫 대회인 9차전 우승 등 세 차례 우승 포함, 10개 대회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기량을 갈고닦았다. 고진영은 이를 바탕으로 그해 정규투어 시드전 본선 4위에 올라 꿈에 그리던 정규투어 진출을 이뤄냈다. 고진영은 루키 시즌인 2014년 1승을 시작으로 2015년 3승, 2016년 3승, 2017년 2승을 거두며 샷을 더욱 날카롭게 다듬은 뒤 2018년 LPGA 투어에 데뷔해 신인상을 차지했고 현재까지 통산 11승을 달성하며 세계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전인지(27·KB금융그룹)와 박성현(28·솔레어)도 비슷한 과정을 걸었다. 전인지는 2012년 드림투어 상금랭킹 2위를 차지하며 2013년 정규투어에 나섰고, 데뷔 첫해 한국여자오픈을 제패한 여섯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14년 3승에 이어 2015년 무려 5승을 쓸어담으며 6관왕을 싹쓸이할 정도로 펄펄 날았고 그해 7월 초청선수로 출전한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깜짝 우승하며 미국무대로 직행했다.

박성현은 무려 3년 동안 점프투어와 드림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었다. 2011년 점프투어와 드림투어 문을 두드렸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 2013년 드림투어 상금 1위로 2014년 감격스러운 정규투어에 데뷔를 일궜다. 박성현은 2016년에만 7승으로 시즌 상금을 무려 13억3309만원을 쌓아 최다 시즌 상금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2017년 LPGA 투어에 뛰어든 박성현은 US오픈 우승 등 7승을 쌓아 한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드림투어와 시드전을 거치치 않고 정규투어에 데뷔하는 방법도 있다. 아마추어 때 초청선수로 정규투어에서 우승하는 경우로, 김효주(26·롯데)가 2012년 롯데마트 여자오픈에서 우승해 정규투어로 직행했다. 최혜진은 2017년 US여자오픈에서 준우승을 거뒀고 그해 KLPGA 투어에서 초청선수로 2승이나 거두며 정규투어 직행티켓을 거머쥐었다. 2019년 5승을 쓸어담으며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한 최혜진은 오는 29일(현지시간)부터 2주 동안 8라운드로 열리는 LPGA 투어 퀄러파잉 시리즈에 출전해 미국무대의 문을 두드린다.

◆스타급 선수 끊임없이 배출하는 무한경쟁시스템

KLPGA의 이런 무한경쟁시스템은 스타급 선수를 발굴해 끊임없이 미국무대로 진출하는 화수분 역할을 한다. 특히 미국이 2부투어까지만 운영하는 것과 달리 KLPGA 투어는 3부투어를 운영하는 것이 강점이다. 미국에 진출할 쯤에는 이미 다양한 우승과 필드 경험을 쌓은 만큼 다른 나라 선수들보다 한발 앞설 수밖에 없다.

정규투어 시드권을 확보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정규투어 상금순위 60위, 드림투어 상금 20위 안에 들거나 정규투어 시드순위전을 통해 정규투어 출전권을 얻는다. 정규투어에서 우승하면 2년(메이저대회는 3년) 동안 시드권을 받는다. 프로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2년에 한 차례 우승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승을 하지 못한 선수들은 상금순위 60위 안에 들어야 다음 시즌 ‘실직’을 면할 수 있기에 조금이라도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피말리는 경쟁을 펼쳐야 한다. 몇백만원으로 당락이 갈려 매 대회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초청선수가 우승하면 우승 이후부터 다음 시즌까지 정규투어 시드권을 받을 수 있다.

드림투어는 신인들의 대표적인 등용문이다. 상금순위 20위까지 정규투어 1년 시드권을 받아 다음해 정규투어에 진출한다. 드림투어 시즌 도중 정규투어 대회에 출전할 수도 있다. 드림투어에서 2승을 거두면 정규투어 1개 대회를 선택해 출전할 수 있고 드림투어 우승을 추가할 때마다 정규투어 1개 대회에 나서게 된다. 드림투어에서 뛰려면 역시 점프투어부터 시작해 우승을 거둬 정회원이 되거나 예선을 거쳐야 한다.

1978년 선수 8명, 3개 대회 각 총상금 50만원으로 시작한 KLPGA 투어는 올해 역대 최대규모인 31개 대회, 총상금 280억원을 기록하며 LPGA 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이어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다. KLPGA 투어 관계자는 “2015년부터 시작된 드림투어와 점프투어를 통해 선수층이 매우 두터워졌고 신인들이 정규투어에 진출하려고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니 기량이 비약적으로 늘게 되는 것 같다”며 “정규투어 역시 살아남기 위해 무한경쟁을 펼쳐야 하는 구조여서 매년 미국 무대에 진출할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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