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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척이면 충분?”… 사전 검토 끝난 경항모 사업 순항할까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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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13 06:00:00 수정 : 2021-11-13 10: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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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 6월 9일 열린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대우조선해양 부스에서 경항공모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해군의 숙원인 3만t급 경항공모함 건조와 관련된 사전 절차가 모두 끝났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업타당성 조사에서는 ‘조건부 타당성 확보’, 국방부의 연구용역에서는 ‘경항모 확보 필요’ 결론이 나왔다.

 

국회가 지난해 국방예산에서 경항모 예산 101억을 삭감하고, 연구용역을 실시하라며 1억원을 편성한 직후에 이뤄진 결과라는 점에서 경항모 사업은 첫 문턱을 넘어섰다는 평가다. 

 

국방부는 내년도 국방예산안에 경항모 사업착수 예산 72억원을 반영했다. 현재 군 안팎의 기류를 감안하면,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경항모의 적정 보유 규모와 핵심기술 확보 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보유 규모·첨단 기술 적용 범위 등 보완” 지적

 

경항모 도입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린 국방부의 연구용역은 △미래 전장환경을 고려한 적정 척수 판단 △첨단 군사기술 적용 △핵심 표적 타격 임무의 중복 조정 등을 ‘발전 필요 분야’로 명기했다.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 6월 9일 열린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현대중공업 부스에서 경항공모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적정 척수에 대한 판단은 경항모를 1척 이상 건조할 가능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대형수송함 독도함과 마라도함을 운용중인 한국 해군은 재정적, 인적 문제 등으로 독도함이 퇴역할 2040년대까지는 경항모를 1척 이상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새로운 군함의 소요를 제기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한 뒤 설계 및 건조와 전력화 단계까지 10~2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경항모 보유 규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러시아나 프랑스처럼 항모를 1척만 운용하면 작전 활동 기간과 수리 및 전투준비 태세 확립 등에 필요한 시간을 모두 충족하기가 어렵다. 

 

정비에 비중을 두면 유사시 작전활동이나 훈련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해상작전에 치중하면 성능개량 시기를 놓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같은 난제를 해소하려면 최소 2척의 항모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13년 항모 비크라마디티야호를 취역시켰던 인도가 최근 두 번째 항모인 비크란트호를 만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비용이다. 항모 건조는 장기간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건조비를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면 사업 추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지난 6월 9일 열린 ‘2021 부산국제조선해양대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대우조선해양 부스에서 경항공모함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프랑스는 핵항모 샤를 드골 건조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상승으로 항모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악화, 2번함 건조가 좌절됐다.

 

비용에 발목이 잡힌 것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주세페 가리발디급 경항모 2척 건조를 추진했으나 예산 문제로 1척만 만들었으며, 후속함인 카보우르급도 1척 확보에 그쳤다.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 전력을 활용하면 경항모 1척 체제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 해군은 핵항모 샤를 드골이 2017년 성능개량 공사에 들어가자 미 해군과 협력해 니미츠급 핵항모에 함재기를 전개해 훈련을 실시했다.

 

첨단 군사기술 적용은 경항모 건조과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으로 지목된다. 

미 해군 핵항모 테오도르 루즈벨트호 비행갑판에 X47 무인기가 착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30년대 이후부터 활동할 경항모가 효율적인 해상작전을 펼치려면 미래 기술 발전 추세를 반영한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영국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가 최신 무장탄약자동이송체계(HMWHS)를 적용, 비용 절감 및 운용인원 감소 등의 효과를 거둔 것이 대표적 사례다. 

 

드론, 무인수상정, 레이저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선진국 해군에서 연구가 이뤄지는 만큼 경항모에도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항모 선진국’ 영국의 사례는 어떨까

 

항모를 오랜 기간 사용했던 영국도 퀸 엘리자베스급 항모 건조과정에서 이와 비슷한 문제로 고민을 거듭했다. 

2013년 토비어스 엘우드 전 의원이 만든 ‘영국 항공모함 능력 활용’ 보고서는 이같은 고민의 산물이다.

 

한국 해군에도 제공된 이 보고서에는 “항모가 영국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2척의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급 2척 건조를 계획했으나, 이 가운데 1척을 해외에 매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었다.

 

보고서는 항모 보유 규모에 대해 2척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항모 2척을 운용하면 다양한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고, 체계적인 일정 수립이 가능해 높은 수준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일 항모 체제에서는 5~8년 주기로 정기 수리를 할 때 항모 작전능력을 발휘할 수 없지만, 2척 체제에서는 교대로 정기 수리를 할 수 있어 항모가 작전에 투입할 여지가 남아있다. 

영국 해군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비행갑판에 F-35B 수직이착륙 스텔스전투기들이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또한 작전 운용 기간이 연간 350~400일에 달해 단일 항모 체제 대비 두 배 가까이 많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반면 퀸 엘리자베스호의 항공 전력에 대해 무인기 운용에 대한 미래적 관점의 시각이 없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항모 탑재가 가능한 지상기반 무인기들이 있으나, 건조과정에서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휘통제와 감시, 탐색구조, 사상자 예방 등에서 무인기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만큼 항모의 능력을 고려할 때 무인기를 포함해야 했다는 것이다.

 

영국군과 동맹국의 다양한 항공전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미국 등 F-35B 운용국과 협력하면서 영국 육군 아파치, 미 해병대 코브라, 프랑스 육군 타이거 공격헬기도 단기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 방한한 퀸 엘리자베스호에는 미 해병대 F-35B 10대가 합류했다.

영국군 소속 F-35B 전투기가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 비행갑판에서 이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퀸 엘리자베스’ 기반한 한국형 경항모 등장하나 

 

3만t급 경항모 건조를 추진중인 한국 해군은 영국과 ‘경항모 워킹그룹 실무회의’를 갖는 한편 지난 8월 방한한 퀸 엘리자베스호를 견학하는 등 영국의 관련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의 특징인 함교 2개, 재래식 추진 방식, 자동화된 무기고와 탄약분배 시스템 등은 한국 해군이 참고할 만하다는 평가다.

 

실제 지난 1월 해군이 공개한 경항모 개념도에는 1개였던 함교는 2개로 늘어 퀸 엘리자베스호와 매우 비슷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유럽에서는 한국의 경항모가 퀸 엘리자베스호와 유사한 모습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일본도 영국의 경험에 주목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퀸 엘리자베스호는 미군과의 연합작전이 가능할 정도로 상호운용성이 검증됐고, 첨단 기술을 대거 적용해 인력 감소 등을 꾀했다. 영국은 F-35B를 통해 지상, 해상, 공중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미사일과 F-35B의 체계통합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공개한 경항공모함 상상도. 퀸 엘리자베스호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국도 해군 강습상륙함과 해병대 F-35B를 조합해 운용하지만, 미 해병대 F-35B가 공대함 능력을 갖출 것인지는 미지수다. 첨단 기술, 해상작전 등에서 미군 강습상륙함보다 유연성이 높고 미국과의 상호운용성도 갖춘 퀸 엘리자베스호가 주목받는 이유다.

 

군 관계자는 “퀸 엘리자베스호는 현재 시점에서 항모가 갖춰야 할 최신 개념을 보여주고 있다. 퀸 엘리자베스호에 향후 기술발전 추세를 반영해서 성능을 높이면 그게 바로 한국형 항모”라면서 “비행갑판 기술만 확보되면 나머지 부분은 큰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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