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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90만원’짜리 벤츠와 제네시스 전기차 격돌... “EQA VS GV60”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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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1-05 12:21:40 수정 : 2021-11-05 12: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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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GV60’. 현대자동차 제공

메르세데스-벤츠와 제네시스가 ‘5990만원’짜리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CUV)를 나란히 출시하며 전기차 시장에서 맞붙는다. 제네시스는 최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했다는 장점과 더 큰 차체, 차키가 필요 없는 생체인식 기술 등 다양한 편의사양을 장점으로 소비자를 공략한다. 반면 벤츠는 시장에서 쌓아온 명성과 탄탄한 기본기, 브랜드 내에서는 드문 5000만원대 CUV라는 점으로 경쟁력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두 차량을 각각 서울과 경기 근교를 오가며 시승했다.

 

지난 3일 경기 하남에서 가평까지 편도 1시간가량의 고속도로와 국도 등을 제네시스의 첫 전용 전기차 모델인 GV60을 몰았다. GV60은 제네시스의 디자인 DNA를 그대로 이어 두 줄로 된 쿼드램프, 크레스트 그릴 등을 통해 차체는 조금 작지만 한눈에 제네시스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GV60은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전기차의 혁신적인 기술 부문에서 생체인식 분야를 핵심으로 잡았다. 아이오닉 5가 넓은 공간으로 시장에 깊은 인상을 남겼고, 기아 EV6가 스포츠카에 맞먹는 성능으로 국산 고성능 전기차의 가능성을 열었다면 제네시스 GV60은 얼굴인식과 지문인식으로 차키나 스마트폰 없이도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전기차를 모빌리티 플랫폼에 더 적합하게 한 층 끌어올렸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차에 타기 전 얼굴차인식을 등록한 운전자는 B필러에 위치한 카메라에 얼굴을 인식시켜 열쇠 없이도 차 문을 열고 탑승할 수 있었다. 얼굴인식에 소요되는 시간도 길지 않았다. 입력한 지문로 차키 없이도 시동을 걸 수 있었다. 처음 해보는 기능이었지만 운전자 등록부터 사용까지 불편함도 크지 않았다.

 

제네시스 ‘GV60’. 현대자동차 제공

제네시스 관계자는 “근적외선 방식의 카메라를 활용해 흐린 날씨나 야간에도 얼굴을 인식할 수 있으며 딥러닝 기반의 영상인식 기술을 적용해 안경이나 모자를 쓰더라도 얼굴을 정확히 인지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렇게 운전자를 인식하며 운전석 위치나 운전대 위치, 헤드업디스플레이, 사이드미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사전에 저장한 상태로 작동해 편리했다.

 

차에 타면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음이 들리지 않아 간혹 시동이 걸렸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GV60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구 형상의 전자 변속기인 ‘크리스탈 스피어’가 시동이 꺼져 있을 때는 크리스탈 오브제처럼 보이고, 시동을 걸면 변속 조작계가 나타난다. 비상시에는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처음 봤을 때 신기해 보이기는 했지만 차를 10년 이상도 운용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고장이 나면 대응이 어려운 이 기능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들기도 했다.

 

편의장비인 디지털 사이드미러는 내연기관 차의 거울 위치와 비교하면 창문 아래쪽에 배치되다 보니 주행 중 시야가 아래쪽으로 내려와야 한다는 점이 여전히 불편했다. 대신 야간이나 흐린 날씨에도 사각지대 없이 잘 보인다는 장점은 있지만 아직은 고속으로 주행할 때 화면의 재생 능력이나 모니터 특유의 화질로 인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제네시스 ‘GV60’. 현대자동차 제공

하남에서 가평까지 가는 고속도로 구간과 구불구불 이어지는 와인딩 구간에서 GV60은 시원한 가속감과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여줬다. 배터리가 바닥에 깔려 있어 차의 중심이 높은 CUV임에도 승용차에 뒤지지 않는 승차감을 뽐냈다. 또 소음과 진동이 적어 운전의 피로감도 덜했다. 고속 코너에서 차의 쏠림이나 뒷바퀴의 미끄러짐도 적었다. 보통의 전기차들이 무거운 무게로 인해 깊은 코너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점을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를 활용해 많이 보완한 느낌이었다.

 

GV60은 고급차답게 노면 정숙성도 뛰었났다. 소음과 반대되는 위상의 주파수를 스피커로 송출하는 능동형 소음제어 기술이 적용됐다. 이 덕분에 조용한 전기차에서 오히려 크게 느껴지던 노면 소음 등 외부의 소음이 극단적으로 줄어들어 조용한 공간을 연출했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 중 처음 적용된 덴마크의 고급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17 스피커 사운드 시스템이 구현하는 소리도 풍부했다.

 

이 차는 다른 전기차들과 마찬가지로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이 적용돼 가상 주행 사운드를 구현하고 있는데 아직 전기차가 만들어낼 특유의 소리를 찾지는 못한 것 같았다. 이는 포르쉐 ‘타이칸’이나 여타의 전기차들도 아직 찾아내지 못한 영역이다. 기존 내연기관차의 소리를 재현하면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고, 전기차 특유의 소리는 아직 제조사별로 제각각인데 속도와 연동돼 모터로 구동하는 전기차에 걸맞은 소리는 합의점이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시승한 GV60은 트림 중 가장 가격이 높은 퍼포먼스 AWD 모델(7429만∼8829만원)이었다. 다만 이 가격을 주고 구매하기에는 고급차가 주는 매력은 다소 떨어지는 것 같았다. 친환경 소재는 아직 고급스러움이 모자란듯했고, 작은 차급의 한계로 인해 휠베이스가 2900mm에 달하긴 하지만 8000만원짜리 차라고 하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A’.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GV60’은 벤츠의 ‘더 뉴 EQA’와 직·간접적인 경쟁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원상 수치는 제네시스에 먼저 눈길이 간다. 특히 전기차의 중요한 성능인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에서 150km가량 제네시스가 길다. 벤츠 EQA(배터리 용량 66.5kWh)의 경우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는 306km, 반면 제네시스 GV60(77.4kWh)은 451km에 달한다.


 최고출력이나 토크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지만 주행시 느껴지는 성능은 GV60이 뛰어나다. EQA는 최고출력 140kW, GV60은 168kW다. 최대토크는 두 모델 각각 375Nm, 350Nm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EQA가 8.9초, GV60은 아직 제조사에서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최고출력 173kW인 아이오닉 5(스탠다드 AWD)가 6.1초, 125kW인 스탠다드 RWD가 8.1초인 점을 고려하면 168kW의 GV60은 EQA보다는 빠를 것으로 보인다. 또 GV60의 고성능 모델인 퍼포먼스 AWD는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4초(부스터 기능 사용시)가 걸린다.

 

벤츠의 EQA는 앞선 전기차 EQC에 비해 이질감이 많이 사라졌다. 지난달 25일 서울 도심에서 시승한 EQA는 도심형 CUV에 부족함 없는 실력을 보여줬다. 벤츠 고유의 디자인과 로고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아니라 소형 SUV인 벤츠 GLA 2세대를 기반으로 개발됐다는 점은 한계다.

 

벤츠의 내연기관 차량을 베이스로 한 덕분에 전기차가 주는 이질감은 들지 않지만 반대로 전기차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한 점이 느껴진다. 초반 출력이나 도심 주행에서는 아쉬움이 느껴지지 않지만, 고속화도로에서 느껴지는 고속 안정감이나 와인딩 코너에서 잦은 스티어링휠 조작 시 차가 주는 역동적인 느낌은 체급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EQA는 벤츠의 콤팩트 세그먼트 최초로 첨단주행보조 시스템인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가 기본으로 탑재됐다. 앞차와 간격을 유지하며 자동 속도 조절과 제동 및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 도로 속도 제한 표지판을 인식해 속도를 조절하는 액티브 속도제한 어시스트, 액티브 사각지대 어시스트,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어시스트 등 벤츠의 다양한 주행보조 시스템이 탑재된 점은 장점이다.

 

다만 GV60이 차에서 220V 전원을 활용하는 등 전기차 특유의 장점을 두루 갖춘 반면 EQA는 전기와 모터로 구동한다는 점 외에 전기차가 가진 특징들은 많이 담아내지 못했다.

 

EQA는 전작인 EQC에 비해 한 체급 낮은 차량이지만 이에 못지않은 승차감이나 정숙성이 인상적이었다. 벤츠는 NVH(소음·진동) 개선을 위해 EQA에는 전기 파워트레인을 차체에서 분리하는 기술을 도입했다. 이 때문에 차체에서 전해지는 진동이나 소음이 확실히 적었다. 또 전기 모터 특유의 고주파 자극을 절제해 조용하면서도 편안한 주행감을 구현했다. 이러한 대목에서는 벤츠의 명성이 아깝지 않았다.

 

벤츠 측은 “EQA는 개발 과정에서 이 부분에 가장 집중했다”며 “앞차축의 전기 파워트레인에서 1단 변속기의 기어 내 미세구조를 개선해 부드럽게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또 고주파 소음을 제어하기 위해 프론트와 리어 액슬의 배터리팩을 여러 곳에 분리해 배치하는 기술도 적용됐다. 소음을 제어하기 위해 에어컨 압축기 부품의 구조 구성과 부품 배치 단계부터 이를 반영한 설계가 진행됐고, 타이어 소음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고 제조사 측은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차의 승차감이나 정숙성 면에서는 이 세그먼트의 차량과 비교해 월등한 우위를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A’. 메르세데스-벤츠 제공

시승에서 확연히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차체의 단단함이나 스티어링이 주는 직결감도 뛰어났다. 제조사는 광범위한 충돌 테스트와 EQ시리즈의 안전 콘셉트로 안전성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벤츠 측은 “EQA는 포괄적인 안전 개발 프로세스와 엄격한 충돌 테스트 프로그램을 거쳐 완성됐다”며 “탑승자와 보행자 안전과 보호에 있어 탁월한 품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측면 차체 구조는 GLA와 동일하지만 배터리를 탑재한 하단부는 전기차 구조에 맞게 재설계 됐다”며 “전면에 배터리 가드를 탑재해 충돌 시 배터리 훼손을 방지했고, 차량 전·후면에 보다 두꺼운 소재로 지지 구조를 갖춰 충돌 시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EQA의 고전압 시스템은 충격의 정도에 따라 최적의 조건으로 고전압 시스템을 자동 차단하고, 충전 중 충격이 감지됐을 때도 안전을 위해 시스템을 자동 중단한다.

 

EQA와 GV60은 크기와 공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EQA는 전장·전폭·전고·축거가 각각 4465·1835·1625·2729mm인데 반해 GV60은 4515·1890·1580·2900mm으로 특히 축거(휠베이스)에서 171mm 차이를 보인다. 두 차의 공차중량은 1985kg으로 동일하며 타이어도 EQA는 전·후륜 모두 235/55/18, GV60은 235/55/19로 1인치 차이를 보인다. 또 EQA는 전류구동 기반인데 반해 GV60은 후륜구동 기반에 AWD를 지원한다. 서스펜션이나 제동장치는 맥퍼슨 스트럿(전륜)에 멀티링크(후륜). V디스크로 큰 차이가 없다.

 

전기차의 연비 기준인 ‘전비’는 GV60이 앞선다. EQA가 복합 기준 4.1km/kWh, GV60은 5.1km/kWh로 1km/kWh 차이를 보인다. 두 차량은 결국 제원상으로만 보면 GV60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의 안정성이나 노하우, 벤츠가 쌓아온 브랜드 가치와 시장의 신뢰 등이 제네시스에게는 가장 큰 도전 과제다.

 

EQA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전기차가 아닌 만큼 사실 정확한 비교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같은 가격으로 출시된 모델인 만큼 직·간접적인 비교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브랜드의 EQA냐, 앞선 성능의 GV60이냐를 두고 소비자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가평=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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