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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사과·장관 약속에도…용두사미로 끝난 ‘여중사 사건’ 수사

입력 : 2021-10-08 06:00:00 수정 : 2021-10-08 0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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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중사 사건 219일 만에 종료
국방부, 25명 입건 15명 기소
당시 초동수사 담당·지휘라인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 안 돼
국방부 검찰단. 연합뉴스

국방부 검찰단이 7일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수사를 종료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219일 만이며, 공군으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한 지 129일 만이다.

 

군 당국은 사건 관련자 15명을 기소하는 등 38명을 문책하기로 했으나, 부실 초동수사와 관계가 있는 사람은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용두사미 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6월 1일 공군에서 사건을 이관받아 정식 수사에 착수한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25명을 형사입건해 이들 가운데 15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0명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불기소됐다.

 

기소된 15명을 포함한 형사 입건자 25명, 입건은 되지 않았으나 비행사실이 확인된 14명을 비롯한 39명 중 38명이 문책 대상이다. 나머지 1명은 2차 가해 혐의로 구속기소가 됐으나, 국방부 수감시설에서 사망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노모 상사다.

공군 여성 부사관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장 모 중사가 6월2일 저녁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압송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하지만 사건 당시 초동수사를 담당한 공군 20비행단 군사경찰과 군검사, 군검찰 지휘·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 등은 기소되지 않았다.

 

피해자 이모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으로 부실 초동수사가 지목됐지만 수사 담당자에 대한 형사적 책임 규명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형사처벌과 별개로 전체 문책 대상자가 38명에 달하지만, 군인에 대한 징계는 국방부에서 의뢰하면 각 군에서 내부적으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수위를 결정하는 만큼 경징계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국방부는 “기소 사건은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내부 징계도 엄격하고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중사의 유족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 중사의 부친은 일부 언론에 “초동수사를 맡았던 사람 중 기소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며 “(결과를 듣고) 피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 중사는 20비행단에서 근무하던 지난 3월 2일 선임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관련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가해자를 비롯해 같은 부대 다른 상관으로부터 2차 가해에 시달리다가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실수사 정황에도 증거 부족 이유 ‘셀프 면책’

 

국방부 검찰단 관계자는 7일 공군 여중사 성추행 사망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수사가 공정하고 정의롭고 인권에 기초한 수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평가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사건 관련자 다수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 최종 수사결과는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사건이 공개된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서욱 국방부 장관이 철저한 진상규명을 약속하면서 국방부 검찰단은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창군 이래 처음으로 특임 군검사를 투입하고, 수사 투명성을 의식해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했으나 핵심 관계자들의 형사적 책임을 묻지는 못한 채 종결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6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의 추모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수사 결과 입건된 군 관계자 25명 중 15명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10명은 불구속 기소 처분됐다. 하지만 부실 초동수사로 물의를 빚었던 공군 군사경찰과 군검찰, 수사 지휘라인에 있는 공군 법무실 관계자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검찰단 관계자는 “초동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맞지만, 형사적으로 직무유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토론했다. 하지만 직무유기가 성립되려면 ‘뭔가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증거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부실수사 정황은 있지만, 법리적 입증이 어려웠다는 의미다.

서욱 국방부 장관이 6월2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추행 피해 신고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부실 초동수사 정황은 여러 차례 드러난 바 있다. 사건 초기 군사경찰은 사건 관련 자료 확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군검사는 사건을 송치받고도 55일간 가해자 소환조사를 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된 당일에야 소환조사를 했다.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은 이 중사에 대한 보고를 두 차례 받은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법무실장으로서 적절한 지시 및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실장은 앞서 수사 과정에서도 피내사자 신분으로 세 차례 소환조사 통보에 불응하다가 수사 착수 한 달여 만이자 중간 수사결과가 발표된 이후에야 출석했다. 휴대전화 등 전 실장 개인 압수물에 대한 포렌식도 뒤늦게 이뤄져 “시간만 벌어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중사의 성추행 피해 사실을 국방부에 제때 보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공군본부 양성평등센터장, 부실한 변호를 한 혐의를 받는 국선변호인이 재판에 넘겨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사건의 ‘몸통’은 건드리지 못한 수사”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2차 피해로 인해 부대를 옮긴 피해자에게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강요하는 등 질책성 지도를 했다며 유족들이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고소한 제15전투비행단 대대장 등도 불기소 처분됐다. 반면 이 중사가 사망한 5월 21일 혼인신고를 위해 오후 반차를 내자 휴가 출발 신고를 강요한 혐의를 받는 15비행단 레이더정비반 원사는 직권남용관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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