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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세냐, 감세냐”… 각국 ‘코로나 적자’ 메우기·경기 부양 골몰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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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10-03 11:00:00 수정 : 2021-10-03 20: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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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해묵은 논쟁 재연

美 바이든 “부자들은 공정한 몫 지불해야”
개인 소득세 최고 세율 39.6%로 인상 추진
유럽식 복지 모델로 전환이 궁극적 목표

英, 내년 4월부터 국민보험 부담금 1.25%P ↑
“저임금 근로자·청년층이 부담 크다” 비판

스웨덴 “내년 중산층 이하 소득세 1.3조 인하”
佛 마크롱 임기 동안 개인·기업 68.8조 감세
그리스, 최악의 산불 피해 복구 위해 감세

헝가리 총리는 총선 승리 위해 감세 카드
콜롬비아, 세제 개편 매년 세금 4.7조 징수
지난 9월 8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하원에서 증세안 등에 대한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지구촌 곳곳에서 ‘증세냐 감세냐’란 해묵은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세계 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장기화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누적된 적자를 메우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면서다.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으로 대규모 증세를 추진하는 반면, 스웨덴·프랑스 등은 감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상반된 움직임은 정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란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美, ‘공정’ 기치로 증세 추진… 유럽식 복지 모델 전환 예고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공정을 기치로 내걸고 부자 증세를 추진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누구의 성공을 벌하고 싶진 않지만 부자들은 너무 오랫동안 중산층을 희생시키면서 무임승차를 해왔다”며 “그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게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조치는 ‘트럼프 흔적 지우기’이기도 하다. 각종 조세제도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 감세에 나선 2017년 이전으로 되돌리고자 한다.

지난달 15일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세입위원회에서 찬성 24표, 반대 19표로 가결된 증세안은 연 소득 40만달러(약 4억7016만원) 이상인 개인(부부 합산 45만달러 이상)에 대한 소득세 최고 세율을 37%에서 39.6%로, 연 소득 500만달러 이상 대상 법인세 최고 세율을 21%에서 26.5%로 인상하는 게 핵심이다.

연간 500만달러 이상 개인소득엔 3%포인트의 가산세를 부과하고, 기업의 해외 소득에 대한 최저 세율을 10.5%에서 16.5%로 인상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40만달러 이상 대상)은 20%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 소속 리처드 닐 하원 세입위원장이 마련한 이 증세안은 바이든 대통령의 안보다는 후퇴한 것이다. 이번 증세안이 상·하원에서 확정될 경우 향후 10년간 세수 2조9000억달러 정도가 늘어나게 된다.

다만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의원 중 스테파니 머피 의원은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 소속 조 맨친 상원의원은 “미국이 세계의 리더, 초강대국이 되고자 한다면 법인세율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권자들 반발로 내년 중간선거 판도가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고소득자들은 세금 폭탄을 맞게 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연 소득이 500만달러가 넘는 뉴욕시민은 시·주·연방 소득세 합산 세율이 약 40년 만의 최고치인 61.2%에 이를 수 있다고 미 CNBC방송은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증세 드라이브는 궁극적으론 유럽식 복지 모델로의 전환을 예고한다. 바이든 정부는 향후 10년간 3조5000억달러(약 4114조2500억원)를 투입해 교육·보육·의료 등을 망라하는 대대적인 사회 안전망 개혁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이 구상하는 사회적 경제와 유럽 복지국가의 주된 차이점은 그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라는 점”이라며 “유럽 국가 대부분은 주로 부가가치세를 통해 소비재 생산 단계마다 판매세를 부과한다”고 지적했다.

◆英, 증세로 복지 개혁 시동… 저임금·청년 근로자 부담 비판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상징되는 복지국가의 원조 영국도 증세 드라이브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달 8일 하원은 찬성 319표, 반대 248표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증세안을 가결했다.

내년 4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근로자와 고용주, 자영업자들이 내는 국민보험(NI) 부담금 비율이 1.25%포인트 인상된다. 1911년 도입된 NI는 국민보건서비스(NHS)와 연금 기금 등으로 쓰인다.

2023년 4월부턴 그만큼의 보건·사회복지 부담금이 신설돼 징수된다. 이 새로운 부담금은 NI와 달리 일하고 있는 연금 수급자들에게도 부과된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1년에 120억파운드(약 19조2834억원)를 더 거둬들이게 된다.

존슨 총리는 2019년 NI 부담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보수당의 총선 공약을 깼다는 점을 시인하며 증세를 밀어붙였다. 그 배경엔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격인 NHS 위기가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 막대한 예산을 쓴 데다 NHS 자원이 코로나19 대응에 집중되면서 ‘풍선 효과’가 나타났다. 다른 질병의 치료나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 수는 무려 550만명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전 25주 미만이던 대기 기간은 44주로 대폭 늘어났다. 이 때문에 영국 정부는 향후 3년간 추가 세수 360억파운드를 NHS와 사회복지 개혁에 투입할 계획이다.

빠른 고령화로 사회복지 시스템에 부담이 가중되는 점은 증세에 나선 또 다른 배경이다. 영국은 20년 뒤인 2041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총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사회복지비가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존슨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처럼 증세의 공정성을 강조하지만 결국 저임금 근로자와 청년층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임금 액수에 상관없이 인상률이 일률적으로 적용돼서다.

또 연금에 의존하는 노인은 납세 의무가 없지만 25세 청년은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1만2600파운드(약 2024만원)를 더 내야 한다. 여기에 고용주 부담이 커져 일자리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증세로 인한 연간 추가 세수 120억파운드의 과반인 약 65억파운드는 고용주에게서 나온다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영국 최대 경제 단체인 영국산업연맹(CBI)은 영국 정부에 “투자를 억제해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항의했다.

◆佛 등은 감세… 헝가리는 ‘총선 승리용’ 정치적 포석

경제 회복과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감세 카드를 꺼낸 국가도 적지 않다.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스웨덴 중도좌파 연정은 내년도 예산안에서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세 약 100억크로나(약 1조3606억원)를 인하할 방침이다.

최근 내년도 예산안을 마련한 프랑스도 감세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프랑스 재무부에 따르면 내년까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가계와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은 500억유로(약 68조8725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내년 봄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고 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올여름 30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 피해를 복구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 5.9%를 달성하기 위한 감세를 약속했다. 미초타키스 총리는 “그리스인들은 전반적으로 세금을 덜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AP연합뉴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감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헝가리 정부는 내년 초 모든 가계에 소득세 총 6000억포린트(약 2조3160억원)를 환급해 줄 예정이다. 25세 이하인 국민들에겐 소득세를 면제해 준다.

오르반 총리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부터 경제가 급반등해 예산에 여유가 생겼다”고 밝혔지만 민심 이반으로 여당 피데스와 야권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된 탓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오르반 총리가 동맹 관계인 폴란드 여당 법과정의당(PiS)을 따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PiS는 2019년 총선 직전 26세 이하 대부분 국민에게 소득세 납부 의무를 면제해 줬다.

중남미 콜롬비아는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최근 매년 세금 40억달러(약 4조7004억원)를 징수하기 위한 세제 개편을 단행했다. 이반 두케 마르케스 대통령의 임기는 내년 8월 끝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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