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손도끼 사건’ 유족 “더 아팠던 건 경찰·군사경찰 수사과정”

입력 : 2021-09-14 09:49:13 수정 : 2021-09-14 12:59:2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여동생 장례 치르고나서야 ‘혐의점 보인다’는 경찰서 전화 화가 치밀어”
“방송 하루이틀전 가해 병사들이 구속됐다는 소식…우연 아니라는 의심”
지난 8일 손도끼를 들고 A씨를 찾았던 가해 병사. SBS제공

 

손도끼를 들고 찾아온 군대 선·후임 병사들로부터 모종의 협박을 당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A(22·남)씨의 유족이 “손도끼를 갖고 찾아온 선후임과 더불어 저희를 더 아프게 했던 것은 바로 수사과정이었다”라고 일갈했다.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드림을 통해 A씨 유족은 “여동생의 장례 중에 사건의 심각함을 인지해서인지 ‘혐의점이 보인다’는 경찰서의 전화에 치가 떨릴 정도로 화가 치밀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앞서 군대에서 전역한 지 A씨는 지난 8일 오전 손도끼를 들고 찾아온 군대 선·후임 병사들에게 협박을 받았고 이날 오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간호학과에 다니던 동생 B씨(26·여) 역시 A씨가 사망한 지 20여일 뒤에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이후 A씨는 가해 선임병사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카톡을 보냈고 다수의 대출을 신청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협박을 받은 정황들이 드러났다. 지난달 5일 선임병사에게는 300만원, 사고 당일 오전에는 후임병사에게 남은 40만원까지 보낸 계좌내역들도 발견됐다. 

 

카카오톡으로 가해 병사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말하는 A씨. SBS제공

 

이날 A씨의 유족은 해당 글을 통해 사건의 전말과 경찰과 군사경찰의 부실수사 등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트렸다. 

 

우선 “모종의 협박을 한 후임병사는 군사경찰에 구속됐다가 군판사의 영장 기각으로 불구속됐고 첫 조서에 햇살론을 언급했던 선임병사는 경찰에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진술만 받고 입건조차 되지 않았다”며 “공범임이 확실한데도 경찰과 군사경찰의 부실한 수사로 공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해당 내용을 담은 방송이 보도되기 하루이틀 전에 가해 선·후임병사들이 동시에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는 유족은 “애초에 불신이 깊게 자리 잡다 보니 이게 우연이 아니라는 의심까지 들었다”며 “구속이 되었다고 전화가 온 그날, 항상 무성의하게 대답하던 형사님이 원래 이렇게 다정다감한 사람인지 비로소 알게 됐다”라고 꼬집었다. 해당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해서야 수사가 진전을 보였다는 게 A씨 유족의 주장이다.

 

이어 “군생활 중, 부실한 군당국의 관리와 잘못 엮인 사람들로 인해 막내 남동생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경찰의 부실한 수사가 더해져 여동생까지 앗아가 한 가족을 파탄 냈다”며 “왜 그렇게 초동수사가 부실했어야 했는지, 공조수사는 안 돼서 이렇게 한 달의 시간이 왔는지 답해주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상황이, 몇 년 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닮아 너무 죄스러워 눈물만 나온다”며 “사회복지사로 재직 중인 저와 간호학과를 다녔던 제 동생은 남들에게 봉사하고자 살아왔는데 잘못 엮인 사람들로 인해 한 가정이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올라왔고 해당 글은 이날 오전 9시기준 3만 50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