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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일 규제 안받는 전기 택시… “보급 활성화” vs “과도 혜택”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21-09-12 23:00:00 수정 : 2021-09-13 18: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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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친환경 택시 정책 형평 논란

의무휴업일 해제로 매일 운행 가능
“月100만원 더 벌어” 참여 경쟁 치열

차량 구입비 마련 어려운 기사들
“막대한 지원 공정경쟁 저해” 불만

업계 “휴무 해제로 정비·과로 문제
보조금 차등지급 등 지원책 개선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전기차 등 친환경 택시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의무휴업일(부제) 해제 등 혜택을 제공하자 택시업계가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친환경 택시는 쉬는 날 없이 매일 운행할 수 있어 기존 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환경부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전국 개인 및 법인택시 전기차 보조금 지급 현황은 개인택시 16만4748대 중 1348대, 법인택시는 9만여대 중 827대다.

택시는 일반 승용차보다 하루 주행거리가 7~13배나 길어 전기차로 교체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크다. 이 때문에 정부는 친환경 택시 보급 확대를 위해 전기택시의 경우 최대 18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부제해제, 차령 연장 등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2025년까지 전기택시 1만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친환경 택시에 대한 혜택이 커지자 보조금을 받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5월 전기택시 200대를 공급하는 2차 보급 사업에 3000명이 몰려 1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대전시도 전기택시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보조금 지급에만 5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부제가 해제되면서 전기차를 운행하는 개인택시의 경우 일반 택시에 비해 월 최대 100만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32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운행 중인 김희철(64)씨는 “전기택시 기사는 쉬는 날이 없어 월 100만원 정도 수익을 더 가져간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차량구입지원금에 부제 제외, 차령 연장 등 전기택시에 대한 혜택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역에서 8년째 개인택시 영업을 하고 있는 최현식(65)씨는 2년 전 전기차를 구입해 운행하고 있다. 최씨 역시 일반차량 택시보다 월 100만원가량 영업이익을 더 내고 있다. 최씨는 “전기차를 몰면서 한 달 내내 영업할 수 있는 자영업자가 됐다”면서 “2년 전엔 전기충전소가 많지 않아 찾아다녀야 했지만 170만원을 자비로 내면 공동주택에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고 최근엔 충전소가 계속 생겨나고 있어 큰 불편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여건상 친환경차로 전환하기 어려운 개인택시 기사들이나 법인택시는 과도한 혜택으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보조금 지급이나 부제해제는 수익과 직결되면서 기사 간 갈등요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택시 기사 정모(62·경북 안동)씨는 친환경 택시에 주는 혜택이 과도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정씨는 “택시기사의 경우 운행 시간이 곧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틀 근무하고 하루는 쉬는 전날은 밥 먹을 시간 없이 무리해서 근무하고 있다”면서 “친환경 택시는 연료까지 저렴해 공정경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개인택시지부 관계자도 “친환경 택시에만 주는 막대한 지원금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수중에 돈이 없어서 친환경 택시를 구매하지 못하는 사람은 빚을 내 사야 하냐”고 되물었다.

택시업계에선 형평성 및 과다공급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친환경차 전환율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의 부제해제안에 대해 반대했었다”면서 “부제해제는 단순히 쉬는 날이 아니라 차량 정비나 과로 문제 등 사고 예방 차원에서 운영하는 정책이고, 현재도 과다공급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오히려 이를 정부가 나서서 풀어주니 정부 정책에 스스로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형평성 문제나 근로조건 등을 고려하면 차량에 대한 지원금을 좀 더 늘려 구입 부담을 낮추고, 택시 회사 입장에선 전체 차량 중 전환 비율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면 어느 정도 과다공급 논란을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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