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41년을 아이들과 울고 웃던 교사의 에세이집 '인생은 강물처럼 흐르고'

입력 : 2021-09-07 22:33:28 수정 : 2021-09-12 19:22:42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강화숙 지음/광화문 북스/1만5000원

“여름방학이 얼마 남지 않은 여름날. 그날도 비가 많이 와서 결석을 하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 둘째 시간 수업을 하고 있는데 교실 문이 열리면서 물에 흠뻑 젖은 성수가 엉엉 울며 서 있다. 깜짝 놀라 다가가 웬일이지 물으니, 학교에 오려고 물이 차오른 징검다리를 건너다가 검정 고무신 한 짝이 벗겨져 물에 떠내려갔다고 한다. 엉겁결에 건지려고 냇물에 뛰어들었다가 신은 잡지도 못하고 어깨에 메고 있던 책보자기가 풀어져 책과 공책 등이 모두 떠내려갔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는 동안 나도 모르게 성수를 안고 덩달아 따라 울었다. 남은 고무신 한 짝을 벗어 손에 들고 맨발로 온 성수의 발은 생채기가 나 핏방울이 곳곳에 맺혀 있었다. 나는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주고 생채기에 빨간약을 발라주었다. 여름인데도 추워서 덜덜 떠는 성수를 내 체육복으로 감싸 바람이 들 더는 곳에 앉혔다. ‘눈이 커서 슬픈 아이’ 중에서  

 

‘인생은 강물처럼 흐르고’는 평생을 아이들과 울고웃는 초등학교 평교사로 재직한 저자 강화숙의 에세이집이다. 1980년 전주교대를 졸업하고 그해 전북 고창 성송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한 저자는 지난해 8월 안양 부림초등학교까지 41년을 평교사로 재직했다. 바쁜 교직 생활 틈틈이 글을 써온 저자는 특유의 세심한 관찰력으로 교사 생활 중에 만난 학생과 학부모에 관한 얘기, 산골학교 주변의 들꽃 등 귀담아듣고 눈여겨본 일상 등에 대해 담담하게 풀어책을 냈다. ‘1학년 1반 학부모님께’, ‘화려한 휴가’, ‘소중한 아침’ 등 소주제 별로 정리한 웃음과 눈물이 배인 글들이다. 지극히 평범한 교사 입장에서 쓰였으나 행간 곳곳에 잔잔한 감동이 있다.

‘인생은 강물처럼 흐르고’의 저자 강화숙

“겨울이면 난방을 위해 솔방울을 줍던 산골 교실에서 자동으로 냉난방이 되고, 난로에 올려놨다 김치냄새 솔솔 풍기며 까먹던 양은 도시락에서 교실에서 무상으로 배식하는 등 강산이 네 번이 바뀌었다”는 저자는 “교육현장은 더욱더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펜데믹 생황에서도 능력 있고 소신감 넘치는 후배 교사들이 미래 교육의 길을 열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다. 

 

책 말미에 저자는 “돌이켜보면 가장 생각나는 아이가 그 성수다. 교사로서 천직을 마무리할 수 있게 초심을 일깨워준 아이였다”며 “성수도 50을 바라보고 있겠구나. 성수야 잘살고 있지! 선생님이 많이 보고 싶다”고 한다. 저자의 제자에 대한 진한 그리움이 학창시절 애잔한 추억이 있는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박태해 기자 pth122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