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곡까지 감정·시간의 흐름 나열
하나의 스토리 갖고 가사들 이어져
완성도 위해 1년 반 걸린 곡도 있어
“예전엔 어떤 곡이 주목 받을까 고민
이젠 우리의 사운드 보여주고 싶어”

“예전에는 어떤 곡이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에 대해 저희 넷이 고민을 해야 했는데, 답은 나오지 않고 어려웠어요. 요즘에는 ‘넬’이라는 팀으로서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이 앨범을 얘기하고 싶은가, 현시점의 넬이라는 밴드의 사운드가 이런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감성을 자극하는 노래와 멜로디, 감미로운 목소리와 악기 소리로 ‘감성주의 밴드’로 불리는 ‘넬(NELL)’이 지난 2일 정규 9집 ‘모멘츠 인 비트윈(Moments in between)’을 발표했다. 2019년에 발표했던 정규 8집 ‘컬러스 인 블랙(COLORS IN BLACK)’ 이후 2년여 만이다. 앨범 발매에 앞서 최근 진행된 온라인 화상인터뷰에서 넬은 “오랜만에 앨범 발매라 기대감 반 두려움 반”이라며 “유달리 이번 앨범은 완성도에서 공을 많이 들였다. 작업한 버전의 개수가 많았다. 1년 반 정도 걸린 곡도 있다”고 말했다.
“이 앨범이 없었으면 팀으로서 나름대로 슬럼프가 한 번 크게 왔을지도 몰라요. 본의 아니게 1년 반 정도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게 되는 상황이었으니까요. 다행히 앨범 작업을 통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죠. 저희에게는 치료제 같은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들으시는 분들에게 10분의 1이라도 그런 느낌을 드릴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런저런 것들’을 뜻하는 영어 ‘비츠 앤드 피시스(Bits and pieces)’라는 부제가 붙은 앨범에는 총 10곡이 수록됐다. 더블타이틀곡 ‘위로(危路)’와 ‘유희’를 비롯해 ‘크래시(Crash)’, ‘파랑 주의보’, ‘돈트 세이 유 러브 미(Don’t say you love me)’, ‘돈트 허리 업(Don’t hurry up)’, ‘듀엣(Duet)’, ‘말해줘요’, ‘정야’, ‘소버(Sober)’가 ‘사랑’이라는 테마로 묶였다.
“기존 넬 앨범과 달리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1번부터 10번 트랙까지 순서대로 감정과 시간의 흐름을 나열했어요. 우리한테도 새로운 시도였고 흥미로운 작업이었죠. (앨범이) 하나의 스토리와 타임라인을 갖고 이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앨범의 핵심 포인트 중 하나는 가사적인 부분입니다. 어떤 하나의 스토리를 갖고 가사들이 이어집니다.”
타이틀곡 ‘위로’는 1막에서는 아름다움, 2막에서는 그 아름다움이 안고 있는 위태로움을 표현했다. 특유의 몽환적인 보컬과 따뜻한 밴드 사운드 위로 겹겹이 쌓여가며 고조되는 스트링과 브라스, 타악기의 편곡이 인상적이다. 반면 ‘유희’는 프로그래밍 사운드와 리얼 악기 밸런스가 조화를 이루는 노래로, 팝과 록을 절묘하게 섞었다.
“‘위로’는 한자로 ‘위험한 길’이라는 뜻입니다. 아름다운 대상에 푹 빠져있는 자신과 그 안에서 느끼는 불안과 막연한 두려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싶었죠. ‘유희’는 우리가 추구하고 발전시켜온 사운드의 연장선에 있는 곡입니다. 프로그래밍된 사운드와 리얼 악기 사운드의 조화를 이루는 스타일을 좋아하고 추구하는데, 그런 면에 있어서 굉장히 만족스럽습니다.”
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제원은 1999년 밴드 ‘넬’을 결성하고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다, 2001년 서태지의 눈에 띄어 괴수 인디진(서태지컴퍼니)에 들어가며 정규 1집 ‘리플렉션 오브(Reflection Of)’로 데뷔했다. 이후 ‘기억을 걷는 시간’, ‘한계’, ‘마음을 잃다’ ‘지구가 태양을 네 번’ ‘스테이’ 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난 2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물 앨범보다 디지털 음원, 정규앨범보다 싱글 또는 미니앨범을 소비하는 쪽으로 대중음악계가 변했으며, 작년 초에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아직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넬은 “우리는 우리 할 일 열심히 하자. 우리 할 일은 음악 하는 것이고,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이라며 “그렇게 해서 우리가 만족스러운 음악을 만들면 그것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넬은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단독 콘서트 ‘넬스 시즌 2021 ‘모멘츠 인 비트윈’(NELL’S SEASON 2021 ‘Moments in between’)’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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