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배경 2014년…윤 일병·임 병장 사건 잇단 발생
사고 매해 감소세… 연간 탈영병 여전히 100명 이상

넷플릭스 드라마 ‘D.P.’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스트리밍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D.P.는 넷플릭스 국내 TV 프로그램 부문 시청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일본, 베트남, 대만, 태국 등 10개국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등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D.P.는 탈영병을 추적해 체포하는 군무이탈 체포조(Deserter Pursuit)를 소재로 한 드라마다. 코를 곤다는 이유로 방독면을 쓴 채 잠들게 하거나, 경계근무 중 후임 병사를 성추행하는 모습이 여과 없이 나온다. 군 내 가혹행위를 현실적으로 묘사해, 복무 경험이 있는 시청자들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생길 것 같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군 가혹행위, 2014년 화두로…“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은 2014년이다. 2014년은 군 내 가혹행위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시기이기도 하다. 이른바 ‘윤 일병 사건’으로 불리는 28보병사단 의무병 살인 사건과 ‘임 병장 사건’으로 불리는 22보병사단 총기 난사 사건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이다.
윤 일병 사건은 2014년 4월 윤승주 일병이 선임 병사들로부터 폭행을 당하다가 사망한 사건이다.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4개월간 윤 일병에게 가혹행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초급 간부였던 유모 하사가 평소 이들의 폭력을 알고 있었음에도 묵인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임 병장 사건이 일어난 것은 2개월 뒤다. 2014년 6월 임모 병장은 동료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기를 난사한 뒤 탈영했다. 5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는 등 심각한 인명 피해가 있었다. 체포된 임 병장은 평소 부대 안에서 따돌림이 만연했고, 사건 당일 다른 병사들이 자신을 비하한 데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 뒤 한국 사회에는 “참으면 윤 일병이 되고, 못 참으면 임 병장이 된다”는 말이 회자되기도 했다.
◆환경 개선됐다지만…연간 탈영 115건, 자살 42건
2014년 이후 군 복무 환경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공교롭게도 국방부는 다음 해인 2015년부터 국방통계연보를 외부에 공개하기 시작했다. 국방통계연보는 병영 문화 개선 정도를 추측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국방통계연보의 통계에서 군무이탈, 즉 탈영의 입건 추이는 매해 감소세를 보인다. 2013년 640건에 달했던 군무이탈 입건은 2014년 472건, 2015년엔 309건으로 줄었다. 이후로 2016년 217건, 2017년 164건, 2018년 142건까지 낮아졌다. 가장 최근 수치인 2019년 기준으로는 연간 115건이 발생했다. 2013년과 비교하면 80%가량 감소한 셈이다.
자살사고 또한 줄어드는 추세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군 내 자살사고는 2011년 97건에서 지난해 42건으로 절반 넘게 감소했다.

병영 부조리를 개선하기 위한 군 차원의 노력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휴대전화 사용 허용이다. 시범 운영 결과 영내폭행과 탈영, 성범죄가 각각 16%포인트, 11%포인트, 32%포인트 감소하자, 국방부는 지난해 7월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전면 허용했다. 지난달부터는 일과 중에도 휴대전화를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군내 사망사고 발생 시 민간변호사 수사 참여, 국방부 내 ‘군 인권 침해 구제 전담 조직’ 설치, 국가인권위원회 내 ‘군 인권보호관’ 신설 등의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가혹행위가 근절됐다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군 조직의 폐쇄성 때문에 신고가 어려워 파악되지 않는 피해 사례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19년 공개된 인권위의 ‘군대 내 인권상황 실태조사’ 보고서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인권위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 1181명 중 8.0%인 94명이 비인격적 대우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욕설 등 언어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이들도 91명으로 전체 7.7%를 차지했다. ‘부당한 얼차려’ 22명(1.9%), ‘따돌림’ 19명(1.6%), ‘성희롱’ 11명(0.9%), ‘구타 및 가혹행위’ 9명(0.8%) 등 직접적 침해도 상당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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