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사무실서 양위원장 검거
저항 안해 양측 큰 충돌은 없어
민노총 “총파업으로 갚아줄 것”
정권 말 노정관계 악화 불가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 등 ‘친노동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격화하고 있다. 경찰이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을 전격 구속하자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권이 선전포고를 했다”며 대정부 투쟁 전면전을 선포했다. 문재인정부 임기 말 노정 관계 악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경찰, 새벽 시간 기습 진입… 큰 충돌 없어
서울경찰청 7·3 불법시위 수사본부는 2일 오전 5시28분쯤 민주노총 사무실이 입주한 서울 중구 경향신문 사옥에 경력을 투입했다. 양 위원장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새벽에 기습적으로 들이닥친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20일 만인 이날 영장 집행에는 수사인력 100여명과 41개 부대에서 총 3000명 경력이 동원됐다.
건물에만 400여명을 투입시킨 경찰은 민주노총 사무실 등이 입주한 9∼16층의 계단을 확보하고 통행로를 차단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방패를 든 기동대 경력 10여명은 1층 출입문과 사옥 앞 2차선 도로를 통제했고, 인근 골목에서도 경찰 기동대 40여명이 대기했다. 충돌을 우려해 방호복을 입은 기동대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내부수색에 나선 경찰은 진입 40여분 만인 오전 6시10분쯤 14층 사무실에서 양 위원장을 발견하고 구속 절차에 착수했다. 경찰이 잠긴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오자 양 위원장은 별 저항 없이 영장 집행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위원장은 오전 6시29분쯤 수갑을 찬 채 경찰과 함께 나와 호송차에 탑승했다. 그는 차에 오르기 전 “10월 총파업 준비 열심히 해주십시오”라고 말했고, 주변에 있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양 위원장을 석방하라”고 소리쳤다. 영장 집행 당시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사옥 진입을 시도하면서 인근을 통제하던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큰 충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민주노총 역대 위원장들이 구속된 적은 많지만,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잡혀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 위원장은 지난 5∼7월 서울 도심에서 여러 차례 불법시위를 주도한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로 지난달 13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러나 사법처리에 불응한 채 민주노총 사무실에 머물며 기자회견 등 위원장 업무를 처리했다. 경찰은 지난달 18일 양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자 구속영장 집행에 나섰지만 양 위원장 측이 “수색영장 없이 건물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맞서 빈손으로 돌아간 바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갚을 것”
민주노총은 강력히 반발했다. 양 위원장 구속 직후 입장문을 통해 “경찰의 구속영장 집행은 정부의 ‘전쟁 선포’”라며 “강력한 총파업 투쟁으로 갚아주겠다”고 경고했다. 조합원 80여명은 이날 양 위원장이 수감된 종로경찰서를 찾아 양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오늘 군사 독재 정권에서나 있을 법한 만행이 일어났다”며 경찰을 규탄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을 포함한 임원 8명은 기자회견 후 삭발식을 하며 대정부 투쟁을 결의했다. 양 위원장도 전 조합원의 총파업을 독려하기 위해 단식에 돌입했다고 민주노총 측은 전했다.
민주노총은 윤 수석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비상체제에 들어가고, 다음 달 20일로 예정된 대규모 총파업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양 위원장이 구속된 만큼 총파업 등 역점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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