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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뜬 술, 지는 술 [명욱의 술 트렌드]

입력 : 2021-09-03 09:00:00 수정 : 2021-09-02 13: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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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홈술의 헤게모니를 잡은 와인

와인의 성장세가 거침없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7월) 와인 수입액(3억2500만달러)은 이미 작년 와인 수입액(3억3000만달러)의 99%에 육박한다. 이대로라면 작년 대비 2배 성장을 바라볼만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와인은 이렇게까지 성장할 수 있었을까? 개인적인 생각을 담아 정리해 보았다. 

 

◆ 외국 및 면세점에서 소비되던 와인, 국내 시장 확장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창궐하기 전만 하더라도 해외를 나가면 선물로 현지 또는 면세점에서 고급 와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지금은 해외로 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 그러다보니 해외 여행지나 면세점에서의 와인 구매비율을 급감한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고급 와인에 대한 니즈는 여전한 상태, 이에 사람들은 국내에서 와인을 구매하는 방법으로 눈길을 돌렸다. 즉, 와인의 소비 수요가 국내 오프라인 매장으로 몰리게 된 것.

 

여기에 지난해 주세법 개정으로 스마트 오더를 통해 와인을 편의점에서 수령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기존 편의점 매장은 고급 와인을 구비하기에는 애매한 포지션이었다. 대부분 2만~4만원 전후의 와인 구매처였다. 하지만 스마트 오더 시스템을 통해 100만원이 넘는 고가 와인도 이제는 반 비대면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로나 시대 주류 시장의 위너는 편의점이란 것이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 선택 폭이 확~ 넓어져 

 

최근 1~2년 사이에 대형마트 전용으로 5000원 미만의 초저가 와인이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이마트 도스코파스, 롯데마트 레알 푸엔테, 홈플러스 카퍼릿지다. 이들은 초심자도 부담 없을 정도로, 그 결과 와인 진입장벽이 확 낮아진다. 대형마트 등에서 초저가 와인을 판매하는 이유는 초저가 와인을 통해 부가적인 매출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와인은 음식과 함께 즐기는 대표적인 주류다. 따라서 소비자는 마트에 가서 와인만 사지 않는다. 함께 먹을 수 있는 관련 식료품도 함께 구매한다. 특히 레드 와인은 소고기와 잘 맞는다는 등식이 있어 고급 한우 매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마트용 초저가 와인은 홈플러스의 카퍼릿지를 제외하고는 현지(해외)에서 판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대부분 대형 마트에서 OEM 등을 통해 수입한다. 우리나라만의 브랜드라고 생각해도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품질이 나쁘다는 건 아니다. 이마트 도스코파스 일반 제품은 생산지가 칠레, 프리미엄 제품인 리제르바는 포르투갈에서 만들어진다. 가격에 따라 생산지를 다르게 해서 훌륭한 가성비를 갖춘 것이다.

 

◆ 과음이 아닌 가족과 즐기는 술이란 이미지

 

와인을 마시며 ‘마시고 죽자’라고 말하는 사람 비중이 타주류에 비해 적다. 반면 대표적인 회식의 술인  소맥은 모두 함께 만들어서 많이 취한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래서 소맥은 집에서 마시는 술로 어울리지 않는다. 부모 또는 자녀와 홈술을 즐길 때 소주와 맥주의 비율이 몇 대 몇인지 묻는다든지, 또 섞는 방법을 물어가며 수저나 젓가락을 저어서 즐기기에는 뭔가 어색하다.

 

가족에게는 언제나 좋은 것을 주고 싶다. 와인은 이러한 상황에 딱 맞다. 그리고 이러한 소비자들은 코로나 이후 최대의 소비처가 될 수 있다. 사회적 활동에 따른 회식, 모임 등 시장이 지극히 작아졌기 때문이다. 

 

◆ 외식을 대체하는 이미지

 

와인은 고급스럽고 부띠크하다. 그렇다 보니 와인 한 병이면 홈술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여기에 비슷한 음식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소고기다. 적어도 집에서는 소고기를 구워 먹으면 나름 외식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집에서 소고기냐, 밖에서 외식이냐를 자주 고민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강해질수록 와인과 소고기 매출이 올라간다. 외식을 대체할 수 있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 풍부한 애프터 마켓 시장. 취미의 영역으로 확대

 

코로나 시대에 유행한 것들로는 홈술을 비롯해 홈바, 홈캉스, 홈인테리어 등 홈이코노미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와인은 이러한 모든 것과 이어지는 굿즈가 즐비하다. 단순히 와인뿐만이 아닌 와인잔, 오프너, 거치대, 디캔터, 와인셀러까지 집안에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상품이 주류 중에서 가장 많다. 

 

이것은 와인을 단순히 술로 마시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취미로써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을 이끈다. 집안에 와인잔, 거치대, 셀러까지 구매했는데 와인을 사 마시지 않을 수는 없다. 자동차를 소유한다면 기름을 넣어 달려야 하듯 계속 셀러의 빈 곳에 와인을 넣어줘야 한다.

 

애프터 마켓이 풍부한 시장은 다양한 마니아를 만들어 낸다. 자신들의 취향대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해외여행 불가 등 여가 선택폭이 좁아지면서 반대급부로 와인 소비가 늘어난 부분도 있다. 해외여행을 못 가는 대신 골프와 등산이 코로나 시대에 뜬 것처럼 말이다.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 홈술을 넘어 가족의 술이 되는 와인

 

최근에 와인이 성장하다 보니 우리나라 포도 및 과실로 만든 한국 와인도 주목받고 있다. 최정욱와인연구소의 최정욱 소장은 “전통주 보틀숍이 많이 생기면서 한국 와인이 소개되는 경우도 많아졌다”며 “한국 와인은 일반 와인과 달리 온라인을 통해 100% 비대면 구매가 가능한 것도 성장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도 이외에 감, 복숭아, 사과 등으로도 만드는데, 이러한 것이 외국 와인과 다른 ‘개성’을 연출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와인은 원료, 지역, 사람, 기후, 그리고 숙성이라는 시공간의 가치를 내세우는 술이다. 이렇게 스토리가 많은 제품은 술자리에서도 좋은 대화를 유발하는 촉매제도 되기도 한다. 와인 한 잔으로 지역과 농산물을 모두 이어주기 때문이다. 와인이 좋은 술인 이유는 이러한 가치 소비를 즐기는 데 최적화돼 있다. 단순한 홈술을 뛰어넘어 가장 소중한 공동체인 가족의 술이 되고 있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랜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 ‘말술남녀’가 있음.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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