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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항상 특별… 새로운 세계 보여줄 것”

입력 : 2021-08-29 19:51:47 수정 : 2021-08-29 19: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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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 조나탕 푸르넬

9월 8일 개막 ‘2021 PLZ 페스티벌’ 참가
7살 때부터 피아노 연주… 佛·獨 등서 공부
“무관객이지만 관객 있는 것처럼 최선 다해
콩쿠르 우승으로 자신 증명할 필요 없어
펼치고 싶은 음악 세계 만드는데 집중”
2021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한 프랑스 피아니스트 조나탕 푸르넬.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제공

쇼팽·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함께 세계 3대 콩쿠르로 손꼽히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그중에서도 독특하다. 매년 5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데 피아노, 첼로, 성악, 바이올린 순으로 경연 악기가 바뀐다. 또 치열한 예선을 거친 결선 진출자는 음악만을 위해 지어진 ‘뮤직 샤펠’에서 스마트폰·인터넷 등 외부 접촉 없이 8일 동안 합숙하며 주최 측이 새로 제시한 현대음악 과제곡을 연습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클래식 등용문이 올해 다시 샛별을 배출했다. 여러 명문 콩쿠르가 어쩔 수 없이 온라인 심사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고집스레 1년을 연기해가며 대면 심사로 진행한 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프랑스 출신 29세 피아니스트 조나탕 푸르넬이 주인공이다. 영예의 주인공으로서 밀려드는 초청 연주를 소화 중인 그가 오는 9월 우리나라에도 찾아온다. 9월 8일 열리는 2021 PLZ 페스티발 무대를 시작으로 총 7회 연주한다.

“제가 좋아하는 곡을 청중들과 나누는 공연에서 ‘새로운 세계’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뭔가 특별한 걸 바라지는 않고요, 공연에 오셔서 즐겨 주셨으면 합니다.”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사실 예전에 친구들과 포레의 피아노 사중주를 연주하러 서울에 온 적이 있었다”고 밝힌 조나탕 푸르넬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수상자로서 한국에 오게 되어 정말 기쁘다.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음악과 저를 보여드리고 싶다. 무대에 서는 것은 항상 특별한 순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무관중이어서 오로지 심사위원만 객석에 앉은 연주장에서 진행된 이번 콩쿠르에 대해 푸르넬은 “함께 나누고 싶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없어 슬프고 어려운, 그런 상황이었다”고 떠올렸다. “보통은 무대에서 연주할 때, 관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를 느끼기 위해 연주에 몰두했어요. 하지만 올해 콩쿠르에서는 함께 나누고 싶은 음악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없어 슬프고 어려운,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관객이 없을 거라는 통보를 미리 받아 어느 정도 이런 분위기는 예상을 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경연 마지막 주에는 참가자들과 함께 대화도 하고 음악 얘기도 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가장 힘든 순간은 역시 무대에 오르기 직전이었다고 한다. “바로 그 순간만을 위해 몇 년을 준비해왔고 최선을 다해야 했기 때문이죠. 특히 관객 반응이 없는데도 관객이 있는 것처럼 무대 위에서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어려운 일이었어요.”

심사위원장이 자신의 이름을 우승자로 불렀던 순간은 “정말로 절대 잊을 수 없는 매우 특별한 느낌”으로 기억했다. “제 이름이 귀에 들리는 순간, 굉장히 강렬하고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정말로 절대 잊을 수 없는 매우 특별한 느낌이었습니다.”

일곱살 때부터 피아노를 연주했다는 푸르넬은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여러 음악기관에서 스승을 만나 음악세계를 넓혀왔다. 그들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푸르넬은 ‘작곡가의 어휘’로 설명했다. “선생님은 각각의 작곡가의 어휘를 알려주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배운 어휘를 사용하여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야기하며 이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연주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말 운이 좋게도 너무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으며 또한 그분들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지젤 마나(Gisele Magnan) 선생님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배웠으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부친이 오르가니스트이자 음악교사여서 어릴 때부터 음악에 익숙한 환경에서 컸다는 푸르넬은 “사실 꼭 ‘피아니스트가 돼야지’하고 어릴 때부터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어릴 때 트롬본을 배우는 데 더 관심 많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의 리스트 음악 시디 모음에서 피아니스트 조르즈 치프라(Georgy Cziffra) 연주 음반을 발견하고 정말로 사랑에 빠졌어요. 당연히 당시 저에게는 그 곡이 너무 어려워서 연주할 수 없는데도, 그 곡들을 정말로 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 곡들을 계속해서 공부하고 이와 맞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피아노 음악의 세계에 점점 더 많이 알고 싶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제는 피아노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으로 푸르넬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더는 콩쿠르 도전으로 자신을 증명할 필요 없이 펼쳐 보이고 싶었던 음악 세계를 만드는 데 집중하면 된다. “콩쿠르 이후, 제 삶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몇 년 동안은, 오직 콩쿠르를 준비하는 데만 집중하였습니다. 이제는 온전히 음악 작품과 피아노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최근 몇몇 공연에서 드디어 제가 연주하고 싶은 곡을 연주하게 되었는데요, 이것이야말로 음악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인 것 같아요.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모든 연주자의 꿈인 거 같아요. 드디어 저도, 제 손가락으로 꿈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2021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 조나탕 푸르넬, 3위 무카와 게이고 9월 방한 연주 일정: 8일 2021 PLZ 페스티발, 9일 금호아트홀 연세 리사이틀(무카와 게이고), 10일 통영국제음악당 듀오 콘서트, 11일 춘천시립교향악단(조나탕 푸르넬 협연), 12일 광주 ACC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듀오 콘서트, 15일 노원문화예술회관 모차르트 협주곡의 밤(조나탕 푸르넬), 16일 금호아트홀 연세 조나탕 푸르넬 리사이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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