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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자찬 ‘K방역’ 뒤에서 ‘고단한 삶’ 버텨내는 시민들

입력 : 2021-08-24 01:27:00 수정 : 2021-08-23 10: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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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당신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

정부가 연일 ‘K방역’을 외치며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고단한 삶’에 지쳐가는 시민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보다도 닥쳐오는 생활 청구서들이 더 두렵다.

 

책 ‘당신이 아프면 우리도 아픕니다’는 감염자 수 등 숫자에 매몰돼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우리’들을 다뤘다. 여기서 ‘우리’란 돌봄노동자의 보살핌이 없으면 생존하기 어려운 노인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될수록 더 많은 집의 문을 대면해야 했던 배달노동자, 재난안전 문자메시지를 받아도 읽을 수 없는 이주민 등 다양한 형태로 방역에서 소외된 사회적 약자들이다.

 

저자 이재호는 22일 세계일보와 비대면 인터뷰에서 “K방역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 메르스에 견줘 정보공개가 투명하게 이뤄졌고 대응이 빨라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것은 당시 메르스 이후 감사원에서 지적했던 내용일 뿐이다. 최소한의 개선인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정부가 감사원이 지적하는 내용조차 개선하지 못한다면 국가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K방역은 ‘가장 약한 사람들의 몸이 공동체가 생존하기 위한 대가를 지불하는’ 방역체계”라며 “상식적으로 도저히 거리두기 할 수 없는 약자들 사이엔 거리를 좁혀주고, 여전히 더 버틸 힘이 남아있는 사람들은 버텨줘야 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다.

 

책은 ‘재난은 불평등하다’는 명제가 코로나19를 마주한 한국 사회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됐다고 말한다. 재택근무와 ‘집콕’ 문화의 확산으로 다들 집 밖을 나서기 꺼리는 동안 택배노동자들은 바깥에서 과도한 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2020년 노동 보건단체인 ‘일과 건강’에 택배노동자 821명을 대상으로 평균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이들은 주당 평균 71.3시간을 일했다.

실업과 성 불평등 문제도 다시 불거졌다. 2020년 5월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4월 102만명이 실직했다. 실직자 가운데 여성은 62만명으로 남성보다 1.5배 더 많이 일자리를 잃었다. 고용노동부가 지급한 돌봄 비용을 통해 여성의 62%, 남성의 38%가 돌봄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더 크게 실업·돌봄 위기를 겪은 것이다.

 

저자는 책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취재할 당시 남들보다 조금 깊이 들여다보면서 결국 바이러스는 의학과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정치로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지난해 한 해 동안 많은 코로나 책이 나왔으나, K방역을 자화자찬하거나, 바이러스학, 의학의 관점에서 쓰여진 책밖에 없었기에 내가 가진 문제의식으로 바라보는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목소리 내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우리 사회의 맨얼굴을 직시하자”라며 “결코 뛰어난 방역 기술과 민주주의적 전통에 기반한 공공선으로 우리는 방역을 극복한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약자들의 희생 위에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책을 쓴 저자는 한겨레 사회부 사건팀 기자다. 2014년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을 단독으로 보도했으며 2018년에는 난민 관련 기획기사로 ‘제21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했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대형 사회적 재난 현장을 마주하고 이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보건대학원에서 ‘건강 불평등’에 대해 공부했다. 우리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앞서 제주도에 예멘 난민 500여명이 왔을 때 예멘 난민을 포함한 국내 거주 난민들의 이야기를 모아 책 ‘낯선이웃’을 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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