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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물, 그리고 인류가 사랑하는 수영

입력 : 2021-08-21 02:10:00 수정 : 2021-08-20 20:12:47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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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만년전부터 헤엄치기 시작
사하라 사막 벽화에 흔적 남아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도 즐겨

1907년 원피스 수영복 첫 등장
노출 이유로 수영선수 체포돼

수영 관련 다채로운 얘기 담아
이집트 남서부 사하라 사막 와디수라에서 발견된 ‘헤엄치는 사람들의 동굴’ 속 벽화. 8000년 전 그려진 수영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헤엄치는 인류/하워드 민즈/이윤정 옮김/미래의창/1만6000원

 

“쓸 줄 알고, 읽을 줄 알고, 수영을 할 줄 알아야 비로소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플라톤)

우리는 모두 물에서 태어났다. 어머니의 수영장에서 약 10개월 헤엄치다가 물 밖으로 나온 것이 인간이다. 물에 들어가는 일이 우리 잠재의식 속에서 편안한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 따르면 수영은 ‘우리의 의식적이고 합리적인 더 높은 자아가 통제하거나 감독할 수 없는 정신적인 일부분인 감정과 무의식, 성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우리 몸도 대부분 물로 이뤄져 있다. 우리 몸 안에 지니고 있는 물의 양은 사람에 따라, 체질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신체의 70∼90% 정도가 물이다. 나이가 어릴수록 더 많은 물이 들어있고 나이가 들면 물이 적어진다. 몸속에 물이 1%만 부족해도 우리는 심한 갈증을 느끼고, 5%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이른다. 물은 인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지구의 약 70%도 물이다.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상지는 모두 물길이 지나는 곳이었고 역사 속에서 번성했던 도시들은 대부분 강이나 바다를 끼고 있다. 물은 자원을 제공하고, 교통과 농업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만든다. 그래서 문명은 언제나 물을 통제하려 했다. 인류 역사를 물과의 공존 혹은 투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워드 민즈/이윤정 옮김/미래의창/1만6000원

인간이 물과 가깝고, 물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책 ‘헤엄치는 인류’는 물과 인간의 관계에서 시작해 수영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 헤엄치기 시작한 것은 약 만 년 전으로, 지구 위에서 가장 건조한 곳 가운데 하나인 사하라 사막에서 발견된 벽화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은 수영이 시작된 이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 중세 유럽,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까지 인류가 얼마나 수영을 사랑하고 즐겼는지 일깨운다.

고대는 수영의 황금기였다. 클로드 에티엔 사바리는 ‘이집트에 관한 서신’에서 당시 이집트인들은 남녀노소를 망라하고 물속에서 기품이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고 기록했다. 기원전 1세기 아르메니아 왕국이 전성기를 누릴 때도 왕족과 귀족들은 아들에게 ‘남성 스포츠’를 가르쳤는데, 복싱과 레슬링 그리고 수영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에게도 수영은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였다. 플라톤의 격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수영은 그리스 교육에서 필수 과목으로 인정받았다.

로마에서 목욕 문화가 널리 퍼졌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로마에서는 현대의 목욕탕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로마의 시끌벅적한 공중목욕탕에서는 역기 등을 이용해 운동하는 이들과 노예 안마사들이 귀족들을 대상으로 마사지하는 모습, 그리고 한쪽에는 물살을 가르며 수영하는 사람들이 모두 함께했다. 수영장 양쪽에는 얕은 욕조가 있어 입수 전 몸을 씻어야 했다.

수영은 차별의 상징이기도 했다. 18세기 영국에서는 여성들에게 자유로운 수영을 허락되지 않았다. 당시 영국 여성들에게 수영이란 ‘담그는 사람’이라는 이름의 건장한 지역 아주머니들의 안내에 따라 몸을 파도에 담그는 것이 전부였다. 여성들이 해안에 올 기회조차 많지 않았지만, 온다 해도 몇 번 물에 몸을 적시는 데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수영복의 변천사도 흥미롭다. 여성 수영복의 선구자로 불리는 호주 수영선수 아네트 켈러만은 1907년 몸에 밀착된 원피스 수영복을 직접 디자인해 입고 세상에 등장했다. 다리가 훤히 나오고 가슴 형태가 다 드러났기에 경찰이 출동해 부적절한 노출을 이유로 그녀를 체포했다. 기자들은 그녀의 수영복을 ‘몸에 꼭 끼는 판탈롱(긴 바지)’이라고 불렀다. 수영선수로서 겪었던 경험으로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려던 의도였지만,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전까지 수영복은 독자적인 의상으로 분류되지 못하는 일상복 형태였다.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수영복은 동화 속 백설공주 드레스처럼 어깨에 풍선 같은 장식이 달려 있었고, 바지도 무릎 아래까지 내려왔다. 거기에 풍성한 주름 장식이 곁들여졌다. 1910년대 여성 참정권 운동이 본격화하면서 수영복 소매와 바지 기장도 점점 짧아졌지만, 지금 기준으로는 일상복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처럼 이 책은 수영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망라했다. 저자 하워드 민즈는 종교와 패션, 건축술, 위생, 보건, 제국주의와 식민지 시대, 인종차별과 남녀차별, 성적 매력과 욕망 등 수영과 관련된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민즈는 워싱턴 매거진 시니어 에디터, 킹피처신디케이트 객원 논설위원, 일간지 기자 등을 거친 작가다. 5살 때부터 수영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고 대학 때까지 수영 선수로 지냈다. 이후 7년 동안 수영 코치였으며 지금도 수영에 대한 사랑으로 매일 물에 뛰어드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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