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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찍듯 法 만드나” 野 반발에도… 밀어붙이는 與

입력 : 2021-08-17 18:38:01 수정 : 2021-08-17 22: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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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위 ‘언론중재법 개정안 충돌’

민주, 수정안 내세워 “野, 논의 협조를”
선출직 공직자·대기업 임원 청구 제한
열람차단 청구 사실 표시 조항은 삭제

안건조정위 회부해도 저지에는 역부족
위원에 김의겸 선임 땐 처리 못 막아
법조계도 ‘수정 대신 원점 재검토’ 요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17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 보도에 피해액의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심의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7일 야당의 강한 반대에도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의 강행처리 수순에 돌입했다. 야당과 언론, 법조계 등의 전방위적 비판에 직면한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의 청구 대상을 축소하는 등 일부 수정안을 내놓았지만, 오는 8월 임시국회 회기 내 법안 처리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을 하루 만에 붕어빵 찍어내듯 만들어선 안 된다”며 여야가 참여하는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구했다. 요구안이 수용되면서 일단 시간은 번 셈이지만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관측이다. 법조계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수정이 아닌 원점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강한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여야는 이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또다시 충돌했다. 민주당 문체위 간사인 박정 의원은 언론단체나 야당의 우려를 해소한 수정안을 만들었다고 강조하며 “야당이 법안을 보고 원하는 부분을 다시 제안해 주면 이를 중심으로 논의하겠다”고 야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언론중재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하는 법조계 등의 비판에도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언론중재법은 고의·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도입 △고의·중과실에 대한 추정의 입증책임 전환 △정정보도를 할 경우 최초 보도 대비 최소 2분의 1 크기로 시간과 분량 할애 등도 쟁점 조항으로 분류된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영우 1차관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문체위는 이날 언론사의 고의와 중과실에 따른 허위 조작 보도에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심의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선출직 공직자·대기업 임원 등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언론사에 고의·중과실 추정을 하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수정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결국 급조한 졸속 법안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민주당이 제시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려다 강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법안’이라고 규정하며 “민주주의 근간을 손보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라도 여야 간 특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간사(오른쪽)와 국민의힘 이달곤 간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당 김승수 의원은 “법을 하루 만에 붕어빵 찍어내듯 만드는데, 관련 전문학자와 기자들이 심도 있게 들어봐야 한다”며 “내용이 추상적이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여야 간 이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언제까지 야당에 끌려다녀야 하느냐”면서 도 위원장을 향해 표결 처리를 요구했다. 야당은 이에 맞서 언론중재법을 안건조정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청했다. 도 위원장이 개정안의 안건조정위 회부를 의결하면서 여야는 이르면 18일 다시 회의를 열 방침이다. 하지만 안건조정위가 열리더라도 이 법에 찬성하고 있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으로 참여할 경우 위원 6인 중 민주당 의원 3인과 김 의원의 찬성만으로 가결이 가능한 구조여서 법안 처리를 막을 수는 없다.

정의당·언론 4단체 “강행처리 중단하라” 정의당 지도부와 언론 관련 단체 회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민주당을 제외한 정의당 등 야당과 법조계 등에서는 수정 대신 원점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랐다. 무소속 이용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언론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는 법안을 국민적 공감대가 없이 의석수만 가지고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개정안은 ‘고의성 허위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입법 사례는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며 “게다가 언론 보도에 대해 마치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국민 생명과 안전을 해치고, 이익을 취한 가습기살균제 사태처럼 처벌하려 나서는 것은 곤란하다”고 비판했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전날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즉시 보류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만일 정부나 여당이 자신의 정책에 쓴소리를 높이는 언론사를 상대로 수시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나선다면 자유로운 대정부 비판기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개정안은 허위·조작보도에 대해 ‘조작한 정보’ 등 추상적인 정의규정만 두고 있다”면서 “언론에 사소하거나 모호한 위법 사유 또는 왜곡된 주장만으로 기사의 진실성과 취재원에 대한 모든 입증책임을 언론사가 져야 한다면 이는 보도 자체의 포기를 종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장혜진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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