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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화된 전력에 거듭된 악재…빈손으로 끝난 한국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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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8-07 16:16:50 수정 : 2021-08-07 16: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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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 1회초 있다. 뉴시스

13년 전 한국 야구는 역사상 최고로 손꼽히는 영광의 순간을 누렸다. 예선부터 결승까지 치른 9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하며 '9전 전승 금메달'의 신화를 써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딴 8월 23일을 '야구의 날'로 제정할 정도로 한국 야구에는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이후 야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사라졌다가 도쿄올림픽에서 13년만에 부활했다. '디펜딩 챔피언' 한국은 13년 전의 영광을 떠올렸다. 2연패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원했던 결과는 커녕 동메달조차 얻지 못했다. 더블 일리미네이션 제도로 인해 두 차례 잡은 준결승 기회를 모두 날리면서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렸다.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8회초 등판한 오승환이 무너지면서 6-10으로 역전패했다.

 

어찌보면 예견된 '요코하마 참사'다.

 

이번 올림픽 최종 엔트리가 발표됐을 때 한국 야구 대표팀은 과거 전력과 비교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단 확고한 에이스가 부재했다.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텍사스 레인저스 마이너리그)가 모두 미국으로 떠난 뒤 특급 에이스가 등장하지 않았다.

 

KBO리그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좌완 투수가 없어 선발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대표팀에 선발된 투수 가운데 좌완은 두 명 뿐이었다. 신인 이의리(KIA 타이거즈)에게도 기회가 돌아갔다.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 도미니카공화국과 대한민국의 경기, 8회초 1사 2루 상황 양의지가 투런 홈런을 맞으며 실점 뒤 아쉬워하고 있다. 뉴시스

타선에서도 예전 대표팀 중심타선을 책임졌던 이승엽, 이대호 같이 상대에 중압감을 줄만한 타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기에 대회를 앞두고 악재까지 겹쳤다. 지난달 프로야구계를 뒤흔든 '음주 파문'은 대표팀에도 영향을 줬다. 최종 엔트리에 선발됐던 박민우(NC 다이노스), 한현희(키움 히어로즈)가 민감한 시기 속 방역수칙을 위반해 술자리를 가졌단 사실이 드러났다.

 

팬들의 실망과 비난 속에 박민우와 한현희는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구상했던 베스트 전력을 꾸릴 수 없었다. 대표팀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예전과 비교해 약해진 전력과 악재의 영향은 이번 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2일 이스라엘과의 녹아웃 스테이지 2라운드 경기에서 11-1로 7회 콜드게임 승리를 거둔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려운 경기를 했다.

 

마운드는 연거푸 홈런을 맞으며 흔들렸고, 타선은 답답할 만큼 터지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의 확실한 장점이 드러난 경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단기전에서는 해결사의 한 방이 분위기를 뒤바꾸는데, 동메달 결정전을 제외하고는 강백호, 양의지, 김현수 등 4번 자리에 배치되는 타자들마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강백호는 4번 타자로 나선 2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양의지는 떨어진 타격감을 좀처럼 살려내지 못했다. 김현수는 도미니카공화국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맹타를 휘둘렀지만, 미국과의 패자 준결승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대회 막바지에도 악재는 있었다.

 

일본, 미국과의 준결승에서 내리 져 동메달 결정전으로 밀린 뒤 김경문 감독이 "이번에 올 때 꼭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마음만 갖고 오진 않았다.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좋은 마음을 모아 한 경기, 한 경기 국민과 팬들에게 납득가는 경기를 하자고 마음 먹고 왔다"고 말한 것이 논란이 됐다.

 

팬들은 김경문 감독의 말에 분노했고,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올림픽 야구에서 동메달을 취득하더라도 군면제 혜택 취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까지 올라왔다.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겨 가뜩이나 분위기가 처져있는 상황에서 수장의 이런 말은 대표팀 분위기에 더욱 그늘을 드리웠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있는 힘을 다 쥐어짜는 모습이었지만, 승리의 여신은 한국이 아닌 도미니카공화국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가 얻은 작은 소득이 있다면, 미래 에이스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이의리를 비롯해 젊은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뿐이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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