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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과거사 고수에 외교관 망언 기류 급변… “얻을 것 없다” 판단

입력 : 2021-07-20 06:00:00 수정 : 2021-07-19 23: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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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스가 정상회담 왜 무산됐나

韓, 日 수출규제 철회 답변 못 얻어
강제동원·위안부 등 난제도 평행선
국민 60% “訪日 반대” 여론도 발목
靑 내부선 “日 변하지 않는다” 결론

연말 선거국면 돌파구 찾기 힘들 듯
관계개선 과제 다음 정부로 넘어가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1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계기 방일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19일 청와대가 한·일 정상회담 무산을 공식 발표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한·일 관계 개선의 전기는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을 개최한다고 해도 해묵은 갈등이 해소되기는 어렵지만, 두 나라의 ‘관계 개선의 의지’를 보여줄 기회조차 사라진 것이다. 양국의 조율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터진 주한 일본대사관 공사의 막말 파문이 영향을 미친 가운데,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더라도 실익을 찾기 어렵다는 분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靑, 결국 방일 않기로… ‘얻을 것 없다’ 판단

 

청와대는 ‘정상회담 성사 및 실질적 성과’를 방일의 조건으로 내걸고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나흘 앞둔 이날까지 문 대통령의 방일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미뤄왔다. 실질적 성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철회가 거론됐지만, 일본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대답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강제동원이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우리 정부는 대화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개진해 왔지만, 일본은 실질적으로 양국 정부가 기업의 권리를 해치지 않을 조치를 내놔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리 정부로서는 방일이 이뤄졌을 경우에 실질적인 이익 추정이 힘들었던 셈이다.

막판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성적 발언’ 파문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방일 무산 사실을 알리며, 소마 공사 발언 이후 청와대 내부 분위기가 회의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마 공사 사태에 대한 납득할 만한 조치가 즉각 취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을 시작으로 문 대통령의 방일 확정 보도가 나온 점은 청와대 내에서 ‘일본은 변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을 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간 우리 정부 내에선 일본이 정부 간 협의 뒤 공식 발표할 내용을 언론을 통해 공개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며 비난 분위기가 높았다. 이 과정에서 양국 정부는 갈등을 여러 차례 노출했다.

 

방일이 국내 여론에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5일 리얼미터·YTN 조사에서 60.2%가 문 대통령의 방일에 반대했다(성인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4.4%포인트). 소마 공사의 발언 이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권에서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여론은 더 나빠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임기 내 정상회담 사실상 무산… 다음 정부로 넘어가

 

이번 정상회담이 개최되더라도 한·일 관계가 급진전할 것이라는 기대는 애초 많지 않았다. 양국의 해묵은 핵심 쟁점들이 당장 해결하기엔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각기 큰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일 양국이 더 늦기 전에 정상급의 만남을 갖고 관계 개선을 다짐하는 모습 자체가 중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날 통화에서 “한·일 모두 선거를 앞둔 만큼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양국 갈등의 전선에서 마주했던 두 정상이 ‘결자해지’를 하는 게 다음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양국 정상이 머리를 맞댈 기회는 9월 일본 총선거가 끝난 뒤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릴 때나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는 한국이 대선을 앞둔 시기여서 정상회담이 열리기는 쉽지 않다. 일본에서 총리가 바뀌더라도, 일본 국내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양국 관계에 전향적인 변화를 꾀할 지도자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기회가 지나가고 나면 내년 7월 일본 참의원 선거까지 모멘텀이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결국 꼬인 양국관계 개선의 과제는 두 나라 모두 다음 정부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향후 약 1년 이내엔 기회를 만들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이번 정부 임기 말까지 계속 일본과 대화 노력을 할 것”이라며 “정상 간 만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24일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이후 1년 7개월간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격화된 양국 갈등이 잠시 누그러지는 듯했지만, 연이은 악재로 모처럼 형성된 분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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