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서 입양을 보낼 때 임산부의 신원을 익명으로 해 영아유기를 막는 ‘보호출산제’가 논의되면서 입양관련 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입양아가 친부모를 찾으려할 때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입양의 공공성 강화와 진실규명을 위한 연대회의’(입양연대회의)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 입양 관련 시민단체들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보호출산제가 친생부모의 출생등록을 규정한 입양특례법의 취지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반발했다.
보호출산제는 임산부가 입양을 보낼 의사가 있을 때 보건소나 관련기관에서 상담을 받은 뒤 신원을 밝히지 않고 의료기관에서 출산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입양을 보내는 친모가 실명으로 출생등록을 해야 하는 데 익명을 보장해 영아유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일부 입양단체들은 ‘부모를 찾는 아이의 권리를 막는 법안’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반철진 입양연대회의 공동대표는 “보호출산제는 비혼 출산은 숨겨야 한다는 전근대 가부장적인 이데올로기를 반영하고 있다”며 “사실적 근거와 실제적 연구, 조사가 전무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근거없는 주장과 해석에 근거해 국회에서 입법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입양특례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입양특례법은 아동의 안전과 아동의 알권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것인데 보호출산제를 통해 오히려 출생신고를 하지 않게 됨으로써 아동의 알권리가 차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덴마크로 입양된 한분영씨는 “해외입양인들은 가족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해외입양인들이 한국 사회의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정체성을 법적으로 보호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미진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보호출산제에서 거론되는 당사자들인 미혼모가정의 목소리를 들어보지도 않았다”며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여성의 선택적 권리로 포장해 강요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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