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상처 봉합·화해 의미 담겨
이누이트족 출신 전직 외교관
트뤼도 총리 “역사적인 첫 걸음”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원주민 출신 총독이 탄생했다. 과거 가톨릭교회가 운영했던 원주민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가 무더기 발견되면서 캐나다 사회가 큰 충격에 빠진 가운데 상처를 봉합하고 화해하자는 의미가 담겼다.
6일(현지시간)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 등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퀘백주 북부 누나빅 출신 이누이트족(원주민) 여성 메리 사이먼을 제30대 총독에 지명한다고 발표했다.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건국 후) 154년 만에 오늘 이 나라는 역사적인 걸음을 내딛는다”며 “사이먼 지명에 앞서 거의 100명의 후보자를 심사했지만 더 나은 인물을 생각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사이먼 지명자도 이누이트어로 먼저 인사말을 한 뒤 영어로 “저의 임명은 캐나다에 역사적인 순간이며, 화해를 향한 긴 여정의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총독은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에서 영국 여왕을 대리하는 인물이다. 상징적 자리이지만 캐나다군 최고사령관, 법안에 대한 왕실 인가 등 역할을 맡는다. 과거 캐나다 총독은 영국계와 프랑스계 백인이 번갈아 맡았지만 1990년대 말부터는 사회 변화를 반영해왔다. 홍콩 하카계(화교의 하나) 이민자 출신의 에이드리엔 클라크슨(1999∼2005년 재임)과 아이티 난민이었던 미카엘 장(2005∼2010년)이 대표적이다. 사이먼의 전임인 줄리 파예트 전 총독도 캐나다 첫 여성 우주비행사 출신로 주목받았지만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로 지목돼 지난 1월 사임했다.
사이먼의 임명도 최근 캐나다에서 ‘원주민 아동 학살’이라는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면서 큰 파문이 일어난 가운데 이뤄졌다. 과거 캐나다에서는 이누이트족, 메티스(유럽인·원주민 혼혈) 등을 격리해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해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한 교육을 했다. 이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성적 학대가 벌어졌고, 최근에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했던 기숙학교에서 어린이 유해가 1000구 넘게 발견돼 큰 충격을 줬다.
사이먼은 이누이트 어머니와 모피 무역을 하는 백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누나빅 원주민 마을에서 태어나 이누이트의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유년기를 보낸 그는 22세가 되던 해 CBC 몬트리올 지부에서 아나운서 겸 프로듀서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이누이트족 권리보호단체 대표와 덴마크 대사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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