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잣대가 도덕적 해이 조장
법적 책임 묻고 방역고삐 좨야

민주노총이 그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불법집회를 강행했다. 민노총 조합원 8000여명은 집회장소를 애초 여의도에서 종로 일대로 급하게 바꿔 2시간 동안 기습시위와 행진을 벌였다. 차로를 무단 점거하고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인상’ 등 구호를 외쳤다. 김부겸 총리가 민노총을 직접 방문해 자제를 요청하고 서울시는 집회금지를 수차례 통보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집회·시위의 자유가 중요하다지만 국민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위현장에서는 노조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았고, 버스와 인파가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시위대가 경찰관을 폭행까지 했다니 어이가 없다. 민노총은 “철저한 방역 속에서 집회를 진행할 의지도, 능력도 있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경찰은 50여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편성했고, 김 총리도 “위법행위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했지만 뒷북대응일 뿐이다.
문재인정부는 화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정책결정과정에서 노동계 눈치를 보거나 각종 집회·시위에서 경찰 폭행, 공공청사점거 등 불법 행태를 눈감아주기 일쑤였다. 보수단체의 도심집회 강경 대응과는 딴판이다. 작년 광복절 집회 때 문재인 대통령이 “명백한 도전이자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고 했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집회 주동자들은 다 살인자”라고도 했다. 개천절과 한글날 연휴에는 특별방역 기간까지 정하고 180여개 부대, 2만2000여명의 경찰인력을 동원해 집회를 원천 봉쇄했다. 이런 이중잣대와 선택적 방역이 민노총의 이기주의와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 것 아닌가. 오죽하면 2년 전 노조위원장 구속에 항의하는 집회에서 “문재인정권을 끌어내리겠다. 민노총을 건드리면 큰일 나게 하겠다”고 겁박했을까.
코로나 살얼음판에 불법집회를 강행한 것은 어물쩍 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 불법집회가 대유행의 기폭제로 작용하지 말란 법이 없다. 신규확진자가 743명으로 토요일 기준 첫 700명대를 기록했다. 해외유입도 약 1년 만에 가장 많은 81명에 달했는데 델타 변이가 급속히 번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오는 8∼9월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경고도 끊이지 않는다. 거리 두기 개편안의 3단계 기준인 사흘 연속 500명 이상이 충족된 만큼 방역 당국은 서둘러 3단계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불법집회 책임도 엄중히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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