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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 감독 책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 [FACT 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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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7-04 16:00:00 수정 : 2021-07-05 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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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거짓

“당국이 거래소 신고라는 행정행위에 1단계로 은행들한테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를 받아야만 2단계가 작동하는 구조다. 사실상 행정행위에 은행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은행들도 상당히 힘들어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 관리감독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자금세탁이나 이런 부분의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반박했다.

 

관련 팩트들을 분석한 결과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거래소 관리감독 책임을 은행에 떠넘기고 있다’는 논란은 법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거짓으로 보기는 힘든 사안으로 분석된다. 법적으로만 보면 거래소에 실명확인계좌를 발급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대한 책임을 전적으로 은행이 지게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힘든 사정도 있기 때문이다.

 

공방이 오가는 배경에는 지난 3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의 시행이 있다. 국제적으로 가상자산이 테러자금 및 자금세탁 등 불법적인 유통에 활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이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은 위원장은 “2018년 전세계적으로 가상자산이 불법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조달 등에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의무를 부여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해 특금법이 시행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24일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ISMS 인증의 경우 다수의 거래소가 획득했지만, 실명확인계좌 발급에서 좀처럼 난관이 풀리지 않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금융위원회 제공

은행들은 위험 부담이 과중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에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이 발생해도 실명계좌 심사과정에 은행의 고의 혹은 중과실이 없었다면 면책해달라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들이 “실명계좌 발급을 신청하려고 해도 은행들이 잘 만나주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른 금융자산처럼 가상자산에도 자금세탁방지가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실명계좌를) 받아주는 것이고, 괜히 잘못했다가 이익 몇푼에 쓰러지겠다 싶으면 못하는 것이다”며 “그 판단은 은행이 하는 것이지 금융당국이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단호한 대응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동안 가상화폐 발행업체는 가격, 배분, 공시를 자의적으로 정하고, 가상화폐 거래소는 수익만 추구하며 상장심사를 철저히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돼왔다.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처가 특금법인만큼 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의 등록 조건을 완화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모니터에 비트코인 등의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금법상으로는 자금세탁방지 의무의 이행이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은행들의 입장에서도 어려움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가상자산이 금이나 화폐 등 다른 자산처럼 국가시스템에 의해 제대로 통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은행의 관계자는 “달러의 경우 일정 규모 이상이면 국내에 들여올 때 신고를 해야 하고 다른 자산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상화폐는 국경의 이동에 별다른 제약이 없기 때문에 이미 테러자금과 무기, 마약 밀매 등 불법 거래에 활용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부에서도 가상화폐에 대한 규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전적으로 은행에 맡기는 건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 은행권의 공통적인 입장이다. 중소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처럼 신설은행의 경우 고객 확보 등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시중은행들의 경우 실명확인계좌 발급에 따른 실익도 크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커다란 위험만 떠안는 셈이다.

 

최근에서야 케이뱅크와 NH농협은행, 신한은행이 현재 실명계좌 제휴 관계인 4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에 대해서만 자금세탁 위험평가를 시작한 상황이다. 나머지 거래소들의 경우 실명확인계좌를 발급받을 방법이 요원해 특금법에 따른 신고를 할 수 없는 상태인 만큼 정부나 은행을 헌법소원이나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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