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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풍부하면 판단도 정확… 따뜻함·친근함을 느껴라

입력 : 2021-07-03 03:00:00 수정 : 2021-07-02 20:46:31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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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택영/글항아리/1만9000원

감정 연구/권택영/글항아리/1만9000원

 

“너의 삶을 놓치지 말고 경험하라. 매 순간을 따스하고 친근한 감정으로 느끼고 기억하라. 그것이 네가 살아서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재산이다.”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은 70퍼센트의 부정적 감흥과 30퍼센트의 긍정적 감흥으로 나뉜다고 한다. 즉 인간은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소외, 분노, 절망 등 부정적 감정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데, 책 ‘감정 연구’의 저자는 ‘인지’와 ‘감정’이 끊임없이 협조하도록 독려함으로써 ‘따스함’과 ‘친근함’으로 우리 삶의 서사를 써 나가자고 말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게 진화된 기억의 소유자다. 그런데 이런 기억력은 오로지 인지기능이라기보다 ‘감정’에 의해 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를테면 바람이 몹시 불던 날, 내가 자전거에서 떨어졌을 때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아주었던 그 사람, 아플 때마다 배려해 주던 다정한 마음, 눈 오는 날 들른 카페에서 그가 했던 어떤 말 같은 것들 말이다. 단순히 고마웠던 일이라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란 이유로 반복해서 떠오른다. 삶을 가장 충실하고도 기름지게 만들어줄 유일한 감정으로 ‘사랑’을 꼽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저자는 베르그송, 윌리엄 제임스, 프로이트 등을 통해 이 기억의 문제에 천착해 들어간다. 윌리엄의 심리학은 동생 헨리 제임스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책은 헨리의 작품에 별도의 장을 할애해 윌리엄의 심리학이 어떻게 작품 속에서 구현되고, 이것을 읽는 독자가 어떻게 자기 삶 속에서 따뜻하고 친근한 서사를 완성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책에 따르면 고대의 플라톤이나 근대의 데카르트처럼 감정을 억누르면 이성이 활성화되리라는 이분법은 맞지 않는다. 느낌은 이미 판단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감정이 빈약한 사람은 인성도 빈약할 뿐 아니라 지적 능력도 빈약해진다고 한다. 외적 자극에 대한 내적 균형을 취하려는 느낌은 인지와 판단에 영향을 주는 진화의 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감정을 논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문학작품과 영화를 끌어들인다. 알고자 하는 욕망은 오직 인간에게만 있는 중요한 속성으로 인류가 가장 강한 종으로 살아남는 데 공헌한다. 예술작품의 감상은 사적인 것이지만 이익과 상관없이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이 과정이 우리가 ‘안다’라고 확신하고 ‘알려고 하는 행위’를 멈추는 오류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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