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習 인민복 입고 마오 초상 위로 등장… 현대판 황제 대관식

입력 : 2021-07-02 06:00:00 수정 : 2021-07-02 07: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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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안먼 기념식 현장

광장 중앙 기념비까지 깔린 붉은 카펫
조타수 시진핑 진두지휘 장면 형상화
마오 뛰어넘는 성과 달성 의지 드러내

“대만 독립시도 분쇄” 청년들 충성맹세
7만명 노마스크 운집… 코로나극복 과시
김정은 “中 진정한 동지이자 전우” 축전

美·日은 中 문 앞에서 대공 전투훈련
1일 중국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려 스쿠터를 탄 한 행인이 대형 비디오 스크린을 통해 연설하는 시진핑 주석의 모습을 찍고 있다. 베이징=AP/뉴시스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현대판 ‘시 황제’ 옹립식.’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행사가 열린 톈안먼 광장 행사장은 전체적으로 배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시진핑 주석이 연설한 망루에서 광장 중앙의 인민영웅기념비까지 빨간 카펫으로 이어져 붉은 기둥의 ‘돛대’를 떠올리게 한다. 망루에서 보면 돛대를 중심으로 양편에 놓인 총 7만여명의 참석자들 자리는 앞으로 전진하는 배처럼 반원 형태로 배치됐다.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1등 국가가 되기 위한 항해를 시작한다는 의지가 드러났다. 높은 위치의 망루에 서서 연설한 시 주석이 ‘중국호(號)’를 진두지휘하는 조타수임을 분명히 했다. 공산당 중앙당사문헌연구원이 ‘공산당 100년 대사건’에서 시 주석에게 과거 마오쩌둥에게만 썼던 ‘국가의 조타수’란 수식어를 사용했는데 이를 형상화한 셈이다.

 

시 주석이 망루에 걸린 마오쩌둥의 초대형 초상화와 같은 중산복(인민복) 차림으로 등장하자 참석자들은 커다란 함성과 함께 박수를 쏟아냈다. 시 주석이 27년간 종신 집권한 마오쩌둥 반열의 지도자에 올랐고, 앞으로 이를 뛰어넘겠다는 의지를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알린 것이다.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공산당 창당 100주년 경축대회에서 오성홍기가 게양되는 동안 군악대가 국가를 연주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참석자 전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중국이 코로나19 사태를 완전히 극복했음을 대내외에 과시했다. 베이징=로이터연합뉴스

실제 시 주석은 1시간 5분간의 연설 내내 ‘중국몽’을 얘기했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해 중국 공산당이 단결해 중국 인민을 이끌었다”며 “중화민족이 지배당하고 괴롭힘을 당하는 시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서방이 민감하게 여기는 대만·홍콩 등에 관한 발언도 거침이 없었다. 시 주석은 “우리는 일국양제와 고도의 자치 방침을 관철해야 하고 중앙정부는 홍콩과 마카오에 대한 전면 관리와 통치를 하고, 이들 특별행정구는 국가보안법을 실행해 사회 안정을 지켜야 한다”며 “대만 문제를 해결하고 조국 통일을 실현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역사적 임무이자 중화민족의 염원”이라고 역설했다.

 

시 주석 연설 중간마다 참석자들의 우렁찬 박수가 울려 퍼졌다. 특히 ‘만리장성에서 피를 흘린다’는 부분에서는 시 주석의 말이 끝나기 전부터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9500만명의 공산당원 가운데 선발됐다는 자부심이 얼굴에 묻어났다. 중국 공산당의 군대인 홍군의 파란 복장을 연상케 하는 하의에 흰색 상의를 입고 나온 4명의 10∼20대의 남녀 공산당원들과 그 뒤의 수천명의 젊은 당원들이 하나 같은 몸짓과 우렁찬 목소리로 외치는 충성 맹세는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까지 떠올리게 했다.

마오쩌둥을 연상시키는 중산복(인민복)을 입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중국의 ‘혈맹’ 북한은 환영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는 시 주석에게 축전과 화환을 보내 돈독한 양국 관계를 과시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대한 적대 세력들의 악랄한 비방 중상과 전면적인 압박은 단말마적인 발악에 불과하며 그 무엇으로써도 새 승리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중국 인민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육군과 일본 육상자위대는 이날 일본 가고시마현 아마미오시마에서 대공 전투 상황을 가정한 연합 훈련을 벌였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아마미오시마는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이다. 이날 작전은 미·일 정례 연합 훈련의 일환이지만 중국 공산당 행사와 맞물려 미·일 양국과 중국 간 긴장감이 감돌았다.

 

미국 유력 언론은 기념식에 맞춰 미 본토까지 위협하는 중국의 핵미사일 능력을 소개하는 기사 보도로 서방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워싱턴포스트(WP)는 30일(현지시간) 중국 북서부 간쑤성 위먼시 인근 사막지대 119개 건설현장에서 중국의 핵미사일 무기고 발사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특징이 나타났다고 전했다. 해당 격납고는 중국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DF)-41용일 것으로 보인다. DF-41은 다탄두 탑재가 가능한 사거리 1만5000㎞의 ICBM으로 미국 본토가 사거리에 포함된다. WP는 격납고 건설이 완료되면 중국 핵능력이 커진다는 점에서 ‘역사적 전환’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같은 중화권의 홍콩·대만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홍콩은 만일의 소요사태에 대비해 경찰 약 1만명이 배치됐고, 대만에선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 인사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베이징·워싱턴=이귀전, 정재영 특파원, 원재연 선임기자, 박영준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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