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갯지렁이’의 존재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누구나 “갯벌에 사는 지렁이 아닌가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갯지렁이는 길쭉한 외형에 다리가 많이 달린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갯지렁이는 참갯지렁이류인데 갯벌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며 낚시 미끼로도 많이 사용된다.
갯지렁이류는 종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모습을 하고 있다. 빨대같이 생긴 모습에 석회질로 된 집을 짓고 사는 석회관갯지렁이류도 있고 등 표면이 길고 짧은 가시로 덮여 있어 그 모습이 마치 고슴도치를 닮은 고슴도치갯지렁이류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갯지렁이 중 등에 ‘비늘’이 달린 갯지렁이류도 있는데 바로 비늘갯지렁이과에 속하는 비늘갯지렁이류가 대표적이다. 비늘갯지렁이류는 갯벌에도 서식하지만 주로 조하대에 서식하며 전 세계적으로 약 900종, 우리나라 바다에는 30여 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늘갯지렁이류의 등은 타원형으로 비교적 딱딱한 구조물로 덮여 있는데 이 구조물의 생김새가 마치 ‘비늘’ 같아서 비늘갯지렁이류로 이름이 붙여졌다. 하지만 실제로 물고기의 비늘과는 전혀 다른 구조물이다. 몸 옆에 달린 다리들의 맨 윗자락이 변형되어 등을 덮고 있고 이 생김새가 마치 물고기의 비늘과 비슷하게 생겨서 이름 붙여졌다.
비늘갯지렁이류의 비늘은 그 역할이 자세하게 연구되어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바닷속 수많은 포식자로부터 연약한 몸을 조금이라도 보호할 수 있게 진화된 것임을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수많은 생물종이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다. 이 중 ‘비늘갯지렁이류’와 같은 무척추동물은 종 다양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생각되나 아직 이에 대한 연구는 미진한 편이다. 우리가 생물종 다양성에 더욱 관심을 가질수록 흥미로운 형태의 생물은 더욱 많이 발견될 것이다. 마치 비늘을 달고 있는 비늘갯지렁이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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