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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치니의 광활한 서부극 … “영화적 특성 놀라운 명작”

입력 : 2021-06-28 02:00:00 수정 : 2021-06-27 22: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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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아가씨’ 연출 니콜라 베를로파
국립오페라단, 111년 만에 국내 초연
“영화 생겨나던 때에 웨스턴 장르 개척
유럽 전통 파괴하는 현대적 음악 특징
인간 압도하는 대자연 풍광 무대 담아”

‘서부의 아가씨.’

‘토스카’, ‘라 보엠’, ‘나비부인’, 그리고 ‘투란도트’까지 세계 오페라 무대에 쉬지 않고 오르는 명작을 여럿 만든 이탈리아 작곡가 푸치니가 자신의 최고작으로 아꼈다지만 우리나라에선 아직 낯선 오페라다. 미국이 ‘꿈의 대륙’으로 당대 유럽인에게 떠오르던 시절인 1910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그 후 111년 만에 우리나라에서도 ‘서부의 아가씨’가 국립오페라단 신작으로 선보인다. 마치 영화 같은 전개와 현대적인 음악이 특징인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건 이탈리아 출신 니콜라 베를로파(사진). 2018년 국립오페라단 ‘코지 판 투테’ 연출을 맡아 신선한 해석으로 호평받았던 연출가다.

2주에 걸친 방역 격리를 끝내고 연습에 한창인 니콜라는 “‘서부의 아가씨’는 영화 시대 개막을 앞서 알린 ‘신호탄’ 같은 작품”이라며 “푸치니는 이 작품을 완성하며 1920∼30년대 영화사를 미리 선구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서부 영화 황금기를 예고한 셈”이라고 설명한다.

“‘나비부인’, ‘라 보엠’에 비해 덜 유명합니다. 하지만 공연 수가 적다고 해서 덜 중요한 작품이라 생각하면 안 됩니다. 푸치니는 이 작품을 뉴욕에서 처음 공개했습니다. 이어서 유럽에서 작품을 선보였을 때 관객들과 평론가, 말러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열광했죠. 모두가 입을 모아 ‘최고의 오케스트레이션’이라고 찬사를 보낸 작품입니다.”

서부 탄광촌이 배경인 이 작품 주인공은 온통 거친 서부 사내뿐인 마을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매력적 여성 미니와 마을에 숨어든 무법자, 그리고 보안관이다. 각각을 맡은 소프라노 카린 바바잔얀, 테너 마르코 베르티, 바리톤 양준모는 언론 인터뷰에서 “음악이 어려운 작품”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러 번 ‘서부의 아가씨’에 출연한 베르티는 “이 작품은 어려워서 지휘자들이 하기 싫어한다. 3명의 주역도 완벽히 소화할 성악가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양준모는 “후기 낭만이지만 현대에 가깝다. (그래서 박자가 어렵다) 내가 틀리면 상대 배역이 받아 줄 수 없다. 모든 사람의 합이 잘 맞아야 한다”고 덧붙였다.니콜라 역시 “객관적으로 어렵고 난해한 작품”이라며 “게다가 비용도 많이 든다. 한 마디로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대편성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데다 남성합창단도 대규모로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토스카니니, 말러, 라벨, 스트라빈스키 등 걸출한 20세기 작곡가는 모두 이 작품을 경배하다시피 좋아했다고 한다. 워낙 섬세하고 고도의 기교가 필요한 오케스트레이션과 현대적 음색에 반했기 때문이다.

세계일보와 서면인터뷰에서 니콜라는 “푸치니의 창의적 작업은 멜로디 작곡, 오케스트레이션, 음악적 드라마투르그에서 최고임이 틀림없다”며 “‘서부의 아가씨’는 멜로디 면에서 가장 우수한 창작을 했기 때문에 작곡자가 최고로 여긴 것 같다. 푸치니가 성악과 오케스트라 구성의 ‘거장주의(virtuosism)’를 즐겼는데 이 작품에서 그 절정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여러 작곡가가 이 작품을 흠모한 이유에 대해서도 “대본과 오케스트레이션의 현대성 때문”이라고 답했다. “저는 토스카니니, 라벨과 말러의 이 작품에 대한 평가에 동의합니다. 이 오페라는 1900년대 초반 기풍인 유럽 전통을 파괴하는 음악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라벨, 스트라우스, 하물며 (12음 주의의)알반 베르크와도 유사합니다.”

연출로서 그는 영화가 생겨나던 시기에 만들어진 이 작품이 가진 영화적 특성에 대해 “놀라운 수준이다. 영화시대를 예고했다”고 설명했다. “푸치니는 ‘서부의 아가씨’로 영화 장르, 웨스턴 영화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그가 악보에 써놓은 타이밍은 마치 영화 세트장 세트업 시간을 주기 위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광활한 서부 자연은 이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현재 유령도시가 된 디트로이트의 극장을 배경으로 울창한 숲, 험준한 산, 눈보라가 휘날리는 겨울 풍경 속에 고립된 광부들의 삶을 그려내면서 매 장면 인간을 압도하는 대자연을 무대 위에 펼쳐낼 예정이다. “무대 디자이너 아우렐리오 콜롬보와 자연을 재발견하는 콘셉트로 시작했습니다. 미니의 술집은 현재 유령도시가 되어버린 디트로이트 극장을 이미지로 무대를 꾸몄습니다. 특히 장이 끝날 때마다 자연이 인간을 압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7월 1일부터 4일까지. 3일 오후 3시 공연은 ‘크노마이오페라’에서 생중계.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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