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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일표

연못이 거위를 번쩍 들었다 놓는다
날아가지 못하는 거위의 일생이 주르르 흘러내린다

물에 띄워 놓은 한 덩이 두부처럼
거위는 후회하지 않아서 다시 거위가 된다
연못을 잠그고
물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새와 거위 사이가 멀어져서 날이 저물었다

창문이 많은 봄이었는데
들길 산길에 색색의 기분들이 흘러 다니는 봄날이었는데


-시집 ‘중세를 적다’(민음사)에 수록

 

●홍일표 시인 약력


△1988년 ‘심상’ 신인상, 199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살바도르 달리풍의 낯달’, ‘매혹의 지도’, ‘밀서’, ‘나는 노래를 가지러 왔다’ 등이 있음. 지리산문학상, 시인광장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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