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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붕괴 참사, 현장서 건축구조기술 전문지식 부족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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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6-11 15:40:43 수정 : 2021-06-11 15: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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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축기술사회 조성구 부회장 인터뷰
“해체계획서는 형식뿐 현장선 제멋대로 철거”

“돌발 상황이 수시로 발생하는 철거 현장에 ‘건축 구조 전문가’의 개입이 너무 부족합니다.”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 5층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현장에서 건물 골조에 대한 전문 지식 부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체계획부터 현장 감리에 이르기까지 보다 상세한 지침이 마련됐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보니 벌어진 참사라는 것이다. 대부분 철거 현장에서는 여전히 건축 구조 전문가의 해체계획서 검토나 현장 감리 없이 시공자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대부분 철거 현장 ‘전도방지대책’ 허술”

 

10일 한국건축기술사회 조성구 부회장은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해체계획서에서 ‘13조 전도방지계획’이 가장 핵심이라 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부실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전문가인 구조기술사의 개입 없이 건축사와 시공자가 경험적 지식과 경제성을 우선시하다 벌어진 사고”라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에 따르면 현재 업계가 관행적으로 행하는 철거 과정은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임에도 충분히 세심하지 못하다. 먼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해체계획서의 경우 형식적으로 채운 내용이 많다고 한다. 그는 “대부분 ‘밑에서 굴삭기로 찍고 잔재물을 바닥에 떨어뜨려 트럭에 실어 보낸다’ 이 정도로 너무 간단히 되어 있다”며 “구조기술 전문가가 참여한다면 몇 층에 있는 보를 몇 번 자르고 그것을 내리고 이런 식으로 자세하게 정리한다. 현재는 이런 상세 내용이 없으니 안전한지 구조 검토를 하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건축물 관리법에 따르면 해체계획 시 전도를 방지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되어 있음에도 이를 지키는 현장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굴삭기로 인한 충격, 토사층이 밀리며 전달되는 힘, 먼지 방지를 위한 살수 등이 지반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철거가 진행될수록 전도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를 막기 위해 건물 골조에 와이어를 당겨서 묶어놓는 등 전도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조 부회장은 “서울시 해체 공사 안전관리 매뉴얼 등에 보면 전도 방지 방법에 대한 예제들이 있다”며 “하지만 이를 다 지키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들고 하니 경험적으로 안 해도 된다고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고 동영상에서 볼 수 있듯이 마지막 남은 골조가 바깥으로 넘어지는 건 절대 안 된다. 쓰러져도 안쪽으로 와야 한다”며 “그렇게 작업하려면 와이어를 당기거나 내부에 철골 브레이싱 설치 등을 해 흔들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체계획서 작성도 검토도 건축 구조 전문가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이런 부분이 간과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전문 프로그램도 쓰고 구조 역학 지식도 있는 건축구조기술사가 참여하면 이런 점을 심의 단계에서 요구할 수 있는데, 현재는 이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철거 현장에서의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이번 사고에서처럼 해체계획을 어기고 무리한 작업을 진행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고 바로잡을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조 부회장은 “현장에 가 보면 굴삭기 기사가 대장”이라며 “계획대로 한다는 생각보다는 경험적으로만 철거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공사장 주변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은 것은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그만큼 위험하다고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건축사가 장악한 시장, 구조기술사 진입 늘려야”

 

이번 광주 철거현장 붕괴사고는 처음 나타난 유형이 아니다. 최근 사례만 보아도 지난 4월 서울 장위동 뉴타운 재개발 현장, 2년 전 서울 서초구 잠원동 건설현장 사고 등이 있었다. 철거 도중 마지막 남은 건물 잔재가 전도됐고, 주변을 지나던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것 등이 판박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조 부회장은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 알고 있다”며 “해체계획이든 감리든 누가 컨트롤할 것이냐를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그의 주장대로 ‘건축구조기술사를 모든 현장에 투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단순히 전문가 수가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어떤 전문가를 어디에 배치시킬지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결정하면 해결되는 문제인데 이 점이 아쉽다”며 “건축사와 기술사 간 영역 싸움에서 기술사들이 밀린 측면이 있고 그래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에겐 구분이 낯설지만 건축사와 (건축구조)기술사는 엄연히 다르다. 조 부회장에 따르면 건축사는 건물 디자인에 더 초점을 맞추고, 건축구조기술사는 건물 뼈대를 책임지는 역할을 한다. 콘크리트, 철근, 철골 등을 적절히 배치하고 적당한 강도를 부여하고, 벽이나 기둥 두께와 철근 개수 등을 결정한다. 건물 안전과 관련해 핵심적 역할을 하지만 건축사에 비해 활동반경이 넓지 않은 실상이라고 조 부회장은 지적한다.

 

그는 “건축사는 태생이 1910년도, 기술사는 1970년도인데 일본에서 건축사가 들어오면서 60년 정도 먼저 건축법이 생긴 뒤 바뀌지 못하고 굳어졌다. 건물 인허가 시에도 건축사만 할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건설, 기술 경영의 유통 과정에 건축사가 제일 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축사들이 감리를 할 때는 적어도 기술사들에게 교육을 받고 제대로 된 자격 부여를 한 뒤 현장에 내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골조 해체 전문 지식을 갖춘 건축구조기술사와 건축사, 시공자 등이 함께 소통하며 작업해야 발전이 있을 것이란 얘기다.

 

조 부회장은 “체크리스트가 있어도 안목이 없으면 현장의 돌발상황에서 계획대로 되지도 않고 제대로 컨트롤할 수 없게 된다”며 “이를 바로잡으려면 역시 감리에도 건축구조기술사가 투입되거나 이런 교육을 받은 이를 배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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