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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빈칼럼] ‘이준석 돌풍' 숨은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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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30 23:37:42 수정 : 2021-05-30 23: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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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당대표 젊은 보수 ‘예선 1위’
조직·계파 중심 정치방정식 깨
구태 혁신·세대교체 열망 반영
디지털 시대 새 ‘공유 정치' 기대

국민의힘 당대표 예비경선에서 만 36세인 ‘0’선의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1위를 차지하자 화들짝 놀란 정치권에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이준석 위원이 본선에서도 승리할지 알 수 없지만 예비경선에서 당의 상징적인 다선의원들을 머쓱하게 한 것은 흥미로운 사건이다. ‘안철수 현상’ 이후 약 10년 만에 ‘이준석 현상’이 등장해 국민들에게 정치 변화의 희망을 던져준 것은 큰 의미를 가진다.

이준석 위원은 2030세대에 잘 알려져 있다. 정치시사 프로그램이 아닌 종편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수학문제를 풀어냈고, ‘더 지니어스’ 게임에서는 배반하지 않는 일관성 있는 캐릭터로 지적 능력을 뽐냈다. 2030시청자 다수는 이준석 위원을 하버드대 출신 방송인으로 알았고 정치인인지 몰랐다는 사실은 젊은 층에서 이미 견고한 그의 이미지와 지명도를 방증한다.

윤종빈 명지대 미래정책센터장 정치학

그의 승리는 한국선거의 오랜 승리 방정식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지금까지의 선거에서는 조직, 계파, 지역이라는 3대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략을 짜야 승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상식이 낡은 공식으로 전락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캠페인의 영향력이 커진 측면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디지털시대의 소통과 공감의 방식이 급속히 바뀐 것이 바닥의 민심을 흔들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정치와 시민의 소통 방식의 본격적인 대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이준석의 등장으로 ‘세대교체’ 화두가 급부상하고 있다. 세대교체를 단순하게 해석하면 물리적 연령의 변화를 말하지만 보다 본질적으로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미래를 고민하는 정치를 의미한다. 정치를 오래할수록 온갖 네트워크에 둘러싸여 한 발짝 앞으로 나가기도 어렵고 미래보다는 현실과 타협해 안주하는 속성이 있다. 사회적 약자계층은 이러한 기성 네트워크에 진입할 기회조차 못 얻고 소외되어 불이익을 받게 되는데 2030도 예외가 아니다. 진보의 문재인정부는 사회적 약자인 2030세대의 일자리와 주거문제에 눈감았고 그들이 비트코인과 주식에 ‘영끌’하는 것을 방관했다. 평범한 직장생활로 가정과 미래를 설계하는 꿈을 앗아간 것이다.

세대교체와 더불어 ‘공정’의 가치는 내년 대선의 가장 핵심적인 시대정신이 될 것이다. 촛불정신으로 집권한 진보 정권이지만 조국 사태, LH 사건, 박원순·오거돈 성추행사건에 대응하는 ‘내로남불’의 모습은 반칙과 특권이 위법이 아니라면, 편법이지만 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면 내 편이니까 문제가 없다는 낡은 카르텔 정치에 안주한 것이다. 내부의 논리와 인식에 갇혀 외부의 비판에 둔감해지면서 진보의 가치를 스스로 훼손한 것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일부는 이 위원을 평가절하하면서 당이 산으로 갈 수도 있고, 대선을 앞두고 실험정당은 안 되며, 경륜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틀린 지적이 아니다. 제1보수야당의 대표가 이준석이라는 상상만으로도 당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이 어렵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기 때문이다. 당장은 위태하지만 멀리 내다보면 한국정당이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 국민의힘 당원들의 표심에서도 변화를 갈망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민주당이 경계하면서도 부러워하는 것은 언젠가는 정치권에 닥칠 공동의 운명이라는 것을 직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위원이 여성·청년 할당제 논쟁을 통해 던진 메시지는 계파·조직으로 뭉친 낡고 비정상적인 카르텔을 타파하자는 것이다. 일반인 여성과 일반인 청년은 절대로 할당제의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 그들만의 여의도정치 네트워크에 편입된 자만이 입성하는 ‘끼리끼리’의 문화를 바꾸자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을 통한 세대교체를 하자는 주장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공유 경제’가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고 있다. 이준석 승리가 내년 대선에 던진 숨은 진실은 디지털 네이티브로 바뀐 유권자들이 플랫폼 기반의 새로운 ‘공유 정치’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종빈 명지대 미래정책센터장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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