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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의 허리 40대… 얼마나 있어야 서울에서 내 집 살까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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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1-05-25 06:00:00 수정 : 2021-05-25 0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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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6500만원 40대 주택구입 실증

7월 이후 서울 아파트 DSR 규제
아파트값 낮아지면 대출금도 줄어
금천·도봉구서도 집 사기 힘들어

가계대출 등 통제 필요성 크지만
실수요자 내 집 마련엔 큰 장애물
“상환능력 맞춰 대출규제 적용을”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일대. 연합뉴스

서울 전체 가구수는 390만 세대로 이 중 200만 세대는 내 집이 없다. 세대별로 보면 30세 미만 가구주 92.5%, 30대는 68.7%가 집이 없고 40대는 47%가 무주택자다. 이렇게 보면 30대 미만 가구는 주택 문제가 심각하다 못해 처참한 수준이고, 40대는 30대 이하 청년층보다 사정이 훨씬 나은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주택 가구 중 가구주 연령대별 비율을 살펴보면 30세 미만은 20.2%, 30대는 23.2%, 40대는 18%다. 집 없는 30세 미만 가구가 40만이고, 40대 가구는 36만으로 절대적 수치로는 4만 가구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20대가 서울 진입에 실패한 영향도 있겠지만, 40대 가구가 세대 구성원이 더 많고, 적어도 10년 이상 경제활동을 더 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시장에서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 분석결과 경제의 허리인 40대 중 서울 무주택 세대주 대부분은 자산을 물려받거나 도움을 받는 ‘부모 찬스’ 없이 은행의 대출만으로는 서울의 아파트를 사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 2021년5월24일자 1·8면 참조>

 

그렇다면 40대 무주택 가구는 얼마의 자산이 있어야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까. 40대 가구 평균에 해당하는 연봉 6500만원을 받는 A씨가 정부의 차주(대출자)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시작되는 오는 7월 이후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경우를 가정해, 대출 한도, 필요 자본금, 원금·이자 상환부담을 실증해 봤다.

◆최소 자본금 3억3000만원 필요… 이자 부담도 고려해야

 

A씨는 직장이 지나치게 멀지 않고 교육이나 생활여건이 괜찮은 양천구 목동에 입성하는 게 바람이다.

 

4월 현재 양천구의 아파트 평균가는 11억7000만원이다. A씨가 시중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로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에 따라 집값의 9억원 이하는 40%, 이상은 20%에 해당하는 4억1400만원이다. 여기에 더해 DSR 규제에 따라 최대로 빌릴 수 있는 신용대출(신용대)은 4600만원이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주담대와 신용대를 합친 DSR이 시중은행의 경우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한다. 주담대와 신용대의 연간 원금·이자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으면 안된다는 뜻이다. 

 

계산해보면 양천구는 △매매가 11억7000만원으로 △대출금 4억6000만원(주담대 4억1400만원+신용대 4600만원) △필요 자본금 7억1000만원이다. 최대 한도로 빌렸을 때 △연간 상환액은 1980만원(주담대 원리금 1800만원+신용대 이자 180만원)이다. 전세대출을 갚고 나면 3억원이 남는 A씨는 자본금이 부족하고, 이자도 부담스럽다.

 

A씨는 그나마 직장이 가까운 종로구 아파트를 물색해보기 시작했다. 종로구는 △매매가 8억7900만원 △대출금 4억300만원(주담대 3억5200만원+신용대 5100만원) △필요 자본금 4억7600만원이다. 

 

주담대가 줄어든만큼 신용대 한도는 늘었다. △연간상환액은 1800만원(주담대 원리금 1600만원+신용대 이자 200만원)다. 역시 만만치 않다.

사진=연합뉴스

A씨는 출퇴근이 힘들지만, 좀 더 싼 은평구로 눈을 돌린다. △매매가 7억4900만원 △대출금 3억6400만원(주담대 3억+신용대 6400만원) △필요자본금 3억8500만원이다. A씨는 이정도 가격이면 들고 있는 자본금을 더해 얼추 구입이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분명 아파트 가격은 낮아졌는데, 대출한도가 같이 줄어드니 아파트를 살래야 살 수가 없다. 이자도 생각보다 별로 줄지 않는다. 신용대 이자가 더 비싸기 때문이다. △연간 상환액은 1660만원(주담대 원리금 1400만원+신용대 이자가 260만원)이다.

금천구 아파트는 △매매가 6억7000만원 △대출금 3억4000만원(주담대 2억6800만원+신용대 7200만원) △필요 자본금 3억3000만원을 계산된다. △연간 상환액은 1590만원(주담대 원리금 1300만원+신용대 이자는 290만원)으로 은평구와 70만원밖에 차이가 나질 않는다.

 

같은 식으로 알아보니 △도봉구(아파트 평균가 7억4400만원)는 3억8100만원 △중랑구(7억200만원)는 3억5200만원의 자본금이 더 필요하고, 갚아야할 이자도 비슷하다. A씨는 자본금이 늘지 않는 한 서울의 아파트를 사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규제의 역설… 실수요자 구입 제한

 

정부가 LTV에 이어 DSR 규제 카드를 꺼내 든 표면적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 우려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0년 3월말 기준 가구 평균 부채는 8256만원으로 전년에 비해 4.4% 증가했다. 이후에도 주담대와 신용대는 빠르게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2020년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부채 잔액은 2051조원으로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생계형 대출에 주택 구매와 주식 투자 열기가 합쳐진 영향이 컸다.

 

금융·실물 자산간 괴리에 가계 부실 우려, 향후 금리 상승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대출 통제 필요성은 있다. 다만 이러한 대출 규제는 정부 부동산 정책과 맞물려, 무주택 실수요자의 주택 구입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된다.

 

DSR을 규제하면, 저소득자는 주담대가 줄어들고, 고소득자도 주담대는 늘지 않고 신용대만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 상황에서 A씨의 아파트 구입을 위한 선택지는 열심히 노력해 자본금을 더 늘리거나, 이자 부담이 커지는 제2금융권을 이용하는 것 밖에 없다. 그게 아니면 주택 구입을 포기하거나 서울을 떠나는 경우다.

 

이미 아파트 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서울 등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6억원 이상 주택에 대해 일률적으로 LTV 40%를 적용하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정 연령대만 LTV를 높여주는 방안도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LTV를 너무 올리면 DSR 때문에 제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릴 수도 있어 적절한 균형이 요구된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로 집값을 잡는 정책은 문제가 있다”면서 “LTV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소득·대출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돌아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엄형준 기자 ting@segye.com

 

<어떻게 분석했나>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40대 가구의 ‘중위소득’(가구를 금액 크기순으로 배열했을 때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소득)은 6352만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도시근로자의 소득을 5분위(등급)으로 나눴을 때 4분위에 해당하는 소득으로, 한 시중은행이 조사한 대도시 40대 무주택자 가구의 4분위 평균 소득인 6500만원과 비슷하다. 이에 6500만원을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별 아파트 가격과 대출 가능 금액, 부족한 자금 규모를 분석해 봤다. 아파트 가격은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 시세를 기준으로 했고, 주담대는 원리금균등 30년 상환 이자 2.5%, 신용대출은 연봉 150% 한도 4% 이자로 계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62.3%는 3억 미만의 순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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