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예루살렘의 검’ ‘성벽의 수호자’ 작전명 걸고 보복 악순환

입력 : 2021-05-12 20:29:00 수정 : 2021-05-12 23:04:4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이·팔 ‘50일 전쟁’ 재연 우려

이 전투기, 하마스 목표물 타격
최소 48명 숨지고 300명 다쳐

팔 무장조직은 수백발 로켓포
아이언 돔 요격 불구 6명 사망

NYT “양측 집권세력만 수확물
하마스, 꺼져가는 저항에 불씨
네타냐후는 총리직 연장 기회”
폭격에 형체 사라진 13층 건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전운이 고조되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무너진 13층 건물 잔해 옆을 지나가고 있다. 가자=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정부군이 연일 로켓포 공격과 보복 공습을 주고받으며 양측에서 최소 54명이 사망했다. 각각 ‘예루살렘의 검’(하마스)과 ‘성벽의 수호자’(이스라엘군)라는 작전명을 내건 양측이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들면서 2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4년 ‘50일 전쟁’의 악몽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1,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전투기가 출격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목표물을 정밀 타격했다. 이 과정에서 주거용 건물이 폭격을 당해 13층짜리는 붕괴하고 9층 건물은 심하게 파손됐다.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거주지 폭격은 이곳에 있는 하마스 관료들 집무실 등을 노린 것으로 분석된다. 조나탄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전투기와 드론 공격으로 15명의 하마스 및 무장단체 지휘관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은 이날까지 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사망자가 어린이·여성 14명을 비롯한 48명이며, 부상자는 약 300명이라고 밝혔다.

 

하마스와 다른 무장조직 이슬라믹지하드(PIJ)는 “적이 민간인을 공격한 데 따른 보복”이라며 이스라엘로 로켓포 수백발을 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하마스 등이 이날까지 쏜 로켓포탄 1000여발 중 850발이 이스라엘 영토로 향했다. 대부분 미사일방어 시스템 ‘아이언 돔’으로 요격됐지만 수도 텔아비브와 아슈켈론, 로드 등지에서 6명이 숨지고 최소 10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 발은 아슈켈론의 한 학교를 덮쳤으나 공격에 대비한 휴교령으로 피격 당시 건물이 텅 비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양측 작전명에서 보듯 이번 갈등의 불씨는 이슬람교와 유대교 공동의 성지 예루살렘에서 지펴졌다. 이스라엘군 작전명에 나오는 ‘성벽’은 예루살렘 구시가지를 에워싼 성곽을 가리킨다.

 

앞서 이스라엘은 예루살렘 구시가지 북쪽 지역에서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위해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퇴거 압박을 가해 반발을 샀다. 마침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을 지키려고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모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지난 7일부터 항의 시위를 벌였고, 이스라엘 경찰이 최루탄과 섬광탄 등을 쏘며 강경 진압하면서 충돌이 격화됐다.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해 동예루살렘을 장악한 것을 기념하는 ‘예루살렘의 날’(10일)에만 팔레스타인 측 부상자가 305명 나오는 등 7∼10일 시위 과정에서 수백명이 다쳤다. 팔레스타인 측은 경찰이 이슬람 3대 성지로 꼽히는 알아크사 경내에까지 진입한 것에 특히 발끈했다. ‘오후 6시까지 병력을 철수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하마스는 시한이 되자 로켓포를 발사했다. 이에 맞서 이스라엘 전투기 편대가 출격하며 사태는 점점 더 악화했다.

 

긴장이 고조되자 민간인 사이에서도 충돌이 일어났다. 아랍계 주민이 많은 중부 도시 로드에선 반이스라엘 시위가 확산해 시너고그(유대교 회당)와 식당, 차량 등 유대인 재산이 불에 탔다. 아랍계 시위자가 유대계 남성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로드에는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애꿎은 민간인 사상자가 속출하는 사이 양측 집권세력만 정치적 수확을 거뒀다고 NYT는 지적했다.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하마스는 꺼져가던 저항의 불씨를 되살렸고, 연정 구성에 실패해 낙마 위기에 처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생명 연장’의 희망을 품게 됐다는 설명이다. 야권 연정의 열쇠를 쥔 아랍계 정당과 극우 유대계 정당은 이번 사태로 반목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네타냐후 축출을 다짐했던 베니 간츠 국방장관은 지금 보복 공습을 지휘하느라 여념이 없는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는 침략의 호된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국제사회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토르 베네슬란드 유엔 중동평화특사는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예루살렘은 공존의 장소가 돼야 한다”며 양측의 자제를 호소했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도 소집됐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조이현 '인형 미모 뽐내'
  • 키키 지유 '매력적인 손하트'
  • 아이브 레이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