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패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타격을 입었지만 그런 중에도 흔히 명품 브랜드로 통칭되는 럭셔리 시장은 ‘보복소비 심리’에 힘입어 한 해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다.
심지어 가방 한 개가 천만 원이 넘는데도 이른바 ‘없어서 못 사는’ 품귀 현상까지 벌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백화점 문을 열기도 전에 명품을 사려고 선 줄을 뜻하는 ‘오픈런’ 광경에서 나타났다. 특히 샤넬과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초고가 브랜드를 중심으로 명품을 구매하길 희망하는 이들이 등장하며 긴 줄을 이룬 것이다. 하지만 줄을 섰다고 해서 모두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브랜드 샤넬은 인당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의 ‘양’까지 한정해 구매 품목 및 갯수를 대폭 축소했고 기타 브랜드는 제품이 언제 들어오는지 어느 매장에 있는지도 모두 비밀에 부쳤다. 이에 명품을 되파는 전문업자들은 알바생까지 고용하여 명품을 사재기하는 추세라고 밝히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같은 ‘오픈런’ 투혼도 불사르며 명품을 구매하기 희망하는 A씨는 “돈은 있는데 사기가 어렵다”며 세 번째 오픈런의 고충을 드러냈으며 B씨는 “백화점이란 백화점은 다 돌아도 ‘재고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허탈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처럼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명품의 구매를 원하는 이들은 많은데 정작 구매는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명품 브랜드 중 초고가의 가격을 자랑하는 브랜드들은 꾸준히 제품의 가격을 인상 시켜왔다.
특히 6년 전 1천5백만 원대였던 에르메스 버킨백은 현재 3천만 원을 가뿐히 넘겼고 4년 전 7백만 원대였던 샤넬 클래식 라지 핸드백은 지난해 1천만 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가격이 오른다고 제품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제품’의 가격을 1년에 두 세 번씩 올리며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한 루이비통은 올해 넉 달 동안 벌써 4번이나 가격을 인상했다.

이같은 가격 인상은 교묘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소비자로 하여금 ‘지금 사지 않으면 그 물건을 살 수 없게끔’ 하는 소비 심리 자극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하지만 브랜드 측은 구매자들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팔지 못하고 남은 제품을 ‘소각’하는 행태를 보여왔다. 이미 업계에서는 루이비통과 에르메스가 재고를 소각하는 '재고 파괴'를 자행 해왔다고 밝힌 것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들은 상품의 ‘희소성’을 강조하며 시즌이 지난 제품을 소각하거나 매립해 왔다. 브랜드들은 ‘재고가 암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고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소각한다’는 입장이지만 재고를 소각할 시 회계상 손실로 처리해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명품 브랜드는 재고 소각 사실이 드러나며 다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영국의 대표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자사 재고 소각이 드러난 후 곧바로 ‘재고 상품을 기부하겠다’고 밝히며 현재 구직 여성에게 무료로 면접 복장을 빌려주는 사회적 기업에 재고 의류를 기부하고 있다. 또한 명품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은 남은 원단을 패션 전공 학생들에게 기부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재고에 대한 관리 체계를 정교화해 중고, 하위 시장에서의 유통을 강조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업사이클링 업체에 맡겨 재고를 활용하는 방법을 전하며 재고 소각 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꼬집어 개선책 촉구를 요구했다.
강민선 온라인 뉴스 기자 mingtung@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