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기고] 시민과 함께 만든 새 광화문 광장

관련이슈 기고

입력 : 2021-03-11 22:54:53 수정 : 2021-03-19 14:35:15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난 6일부터 광화문광장 일대의 교통체계가 개편됐다. 서울시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과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사업 일환으로 시행된 것이다. 일방통행(5차로)으로 운영되던 광화문광장의 우측도로가 양방통행(7~9차로)으로 확장되는 대신 서측도로가 기존 중앙광장에 편입된다. 전체적으로 차로 수가 줄고 광장의 공간이 넓어지는 것이니 서울 도심을 보행자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시정목표와 부합하는 결과다.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교통흐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애초 보행 편의성과 교통 효율성은 공존하기 힘든 가치였기에, 한쪽의 희생이 뒤따라야만 했다.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있었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재조성 논의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공간구성 측면에서는 광장의 위치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다.

김승남 중앙대 교수·도시시스템공학

광장이 처음 조성된 2009년에 그랬던 것처럼, 재탄생 이후에도 이러한 논란들은 끊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2009년에도 지금도 최종안을 두고 아쉬움을 표하지 않은 전문가는 없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부정 받지 않을 명안을 제시한 전문가 역시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논쟁에 시간을 소비할 필요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결과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어떻게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를 되돌아보는 일이다.

 

2011년 지진으로 도심 전역이 붕괴된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시는 재건계획 수립과정에서 중앙정부 및 기업과 갈등을 겪었다. 결국 시의 계획을 관철해낸 밥 파커 시장은 “의견이 상충했을 때 아무도 우리의 계획을 막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100명의 인력을 고용해 10만6000개의 시민 의견을 분석해 내린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업을 위해 4년에 거쳐 330회 이상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통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려 했던 시도와 이를 위한 지난한 노력들은 분명 환영받을 만하다.

 

시민참여계획은 점차 진화하고 있다. 4년간 330회 이상 시민과 소통하여 만들어낸 계획은 과거 시민참여가 요식 행위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양적으로 큰 개선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이제 질적인 진보를 고려할 때이다. 더 효율적이면서도 과학적인 참여 방식이 필요하다. 가상현실 기술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시민들은 조감도나 투시도로 표현된 설계안을 정확히 읽지 못한다. 실제 만들어진 공간에 가서야 정확한 감정을 느끼고 의견을 낼 수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토목공사 전에 실제 조성될 공간과 유사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설계안에 대한 시민의견을 쉽고 정확하게 수렴할 수 있도록 해준다. 프로젝트의 단계적 시행을 통한 의견수렴도 가능하다. 공간이 변하면 사람의 행태도 변한다. 공유가로로 조성된 런던의 익지비션 로드에서는 최적의 가로시설물을 선택하기 위해 수년간의 실험과 의견수렴을 반복했다. 뉴욕의 타임스스퀘어도 3단계의 단계적 시행과 의견수렴을 통해 완성되었다. 보행자 천국으로 알려진 코펜하겐 도심이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는 데는 40년의 시간이 걸렸다.

 

도시 공간의 조성에는 많은 예산이 소요되며, 한번 만들어진 공간은 되돌리기 어렵다. 무엇보다 신중한 계획과 설계가 요구되는 이유이다. 지금이라도 광화문광장이 시민의 참여로, 시민과 함께 만들어지는 것에 안도를 느낀다.

 

김승남 중앙대 교수·도시시스템공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유스피어 다온 '완벽한 비율'
  • 조이현 '인형 미모 뽐내'
  • 키키 지유 '매력적인 손하트'
  • 아이브 레이 '깜찍한 볼하트'